"온도담 씨."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이라도 받은 듯한 그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 1권, page 7
정부 산하의 비밀 수사기관 NSO에 입사한지 고작 일 년 차인 온도담은 동기들 사이에선 성격파탄자 취급받는 남자지만 최연소 팀장이자 특급 에이스인 '기주원'에게 오늘도 불림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쏘아붙이는 그.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듯 일렁이는 눈으로 도담은 결심을 한 듯 주원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자꾸 그렇게 화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지금처럼 저 똑바로 쳐다보시면서 화난 얼굴로 한숨을 쉬면 제 마음이 너무... 그러니까 너무..."
"..."
...
"화내기 직전의 이 모습이 너무 좋아서 못 참겠어요. 인상 찡그리는 것까지 완벽했어요, 지금." - 1권, page 14 ~ 15
어마어마한 고백을 쏟아내는 도담.
그런 도담의 모습에 주원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서 있다가 후련히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제야 대놓고 눈썹을 일그러트리게 됩니다.
"또라이 아니야...?"
NSO의 회의실.
안 그래도 엄숙한 공간에 한층 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국내 굴지의 기업인 운성 중공업으로부터 산업 스파이가 러시아로 기업 기밀을 유출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게 됩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운성 중공업 사장 서태환의 이복동생이자 이사인 '서재이'.
하지만 작전 요원들이 매력적인 외모와 상냥한 성격,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서재이에게 홀려 두 번이나 실패, 요원을 두 명이나 잃어버린 상황에 양 팀장이 이 상황을 극복할 만한 제안 하나를 꺼내게 되는데...
"그냥 더 이상 인력 낭비하지 말고 에이스를 투입시키는 건 어때요?"
"에이스?"
"산업보안부의 진짜 에이스 있잖아요. 신입 때부터 맡은 임무를 전부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최연소 팀장이란 타이틀까지 섭렵한 산업보안1팀 기주원."
...
"에이, 양 팀장이 서재이를 몰라서 그러나 본데, 아무리 기주원이라고 해도 그 새끼는 못 다뤄. 증거 수집은커녕 인사도 못 트고 나가떨어질걸."
"어째서?"
"어째서라니. 맨 처음 실패했던 이유가 뭔데. 서재이는 남자 놈들은 아예 사람 취급도 안 해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든 개무시 해버린다고." - 1권, page 26
한마디로 남자에게는 난이도가 극악이라 문제, 여자에게는 마음을 홀랑 훔쳐가 버리는 옴므파탈이라 문제인 서재이.
또다시 양 팀장은 여유롭게 대답합니다.
"서재이의 마음을 여는 역할과 모질게 물어뜯어야 하는 역할, 이렇게 따로따로 필요하다는 거잖아. 그러면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을 동시에 접근시키면 되지."
"동시에?" - 1권, page 27
작전은 바로
'위장 신혼부부로, 산업 스파이 용의자의 이웃이 되어 증거를 수집하라!'
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짝사랑하는 도담에게는 황금 같은 기회였습니다.
주원과의 신혼 및 동거 생활.
잔뜩 기대에 부풀었지만 주원이 입주하자마자 방문에 대형견용 펜스를 설치하고 출입 금지를 선언하며 한풀 꺾이게 됩니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주원의 마음도 도담의 명랑함과 솔직함에 조금씩 빈틈이 생기게 되고
"온도담, 잠깐만."
주원은 출발하는 도담을 붙잡고, 성큼 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머지않아 그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팔에 채워주는 건, 네잎클로버 모양의 참이 달린 낡은 팔찌였다.
"이게 뭐예요?"
예상치 못한 선물에 놀란 도담은 그에게로 고갤 돌려 물었다. 그러자 주원은 보기 힘든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대답한다.
"손목이 허전한 것 같아서 준비했어."
"새 건 아닌 것 같은데. 누구 거예요?"
"궁금해? 귀 대 봐." 주원은 그리 말하며 제 입술을 도담의 귓가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재이가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아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속삭였다.
"... 어떤 상황에서든 멀쩡하게 돌아와. 이건 응원이 아니라 약속이야."
"여보...?"
"니가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 - 2권, page 194
그런데 주원뿐 아니라 그들의 타깃, 재이 역시도 도담의 매력에 빠져 진심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비밀 수사는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웹소설로 봤더라면...
기다림에 지쳐 쓰러졌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 흐름...
절대 깨고 싶지 않아!!!
역시나 매력적인 남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로 흐를 때쯤이면 빵! 하고 사건이 터지고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었습니다.
정말 책으로 나오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이 드라마로 된다면...
대박일 것이 분명할 것이었습니다.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이 느낌은 꼭 읽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책을 덮어도 기주원 씨가 아른아른...
심장 폭격 설렘 유발자 당신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