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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즐거움 - 배고픈 건 참아도 목마른 건 못 참아
마시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많이 아팠었습니다.
물 한 모금조차 넘기기가 힘들어 결국 링거를 맞으며 근근히 버텼던 며칠.
그리고 기운을 차리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물 한 잔 쉼없이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배고픔?
그것보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침마저도 삼킬 수 없는 그 고통!
이를 해소시켜준 것은 다름아닌 '물', '마시는 것' 이었습니다.
그 기쁨을 최근에 느꼈기에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혹~!
손길이 훅~!
그래서 읽게 되었습니다.
『마시는 즐거움』
"마시자!"
금요일 밤부터 시작하여 신나는 주말까지 외치고 또 외치는 이 말!
푹푹 찌는 여름이면 어김없이 외치는 이 말!
책을 펼치기도 전에 왠지 책과 함께 음료 한 잔을 쫘~악! 마셔야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 크게 한 잔 들이키고 읽어내려갔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음료를 고르는 것일까?' - page 6
딱히 고민해 본 적 없었기에 무심결에 나온 대답은 그야말로 '그냥!' 이었습니다.
하! 지! 만!!
여기서 우린 놓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야기'.
하나의 음료에는 역사적인 사건부터 개인적인 추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에 매료될수록 음료를 고르는 이유와 취향이 단단해진다. - page 6
그동안 음료를 허투루 마셨던 것에 진심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드립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놓쳤기에 내 취향마저 모른 채 그냥 목을 축이기에만 급급했었습니다.
이제라도 그 이야기를 알고 마시며 이렇게 외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진정 원하던 한 모금이야!"
저의 일상의 시작인 '커피'.
이에 대해 <폴란드의 신현준, 전쟁에서 커피를 구하다>에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오스만튀르크 병사들이 오늘날 오스트리아 수도 빈 성문 밖에 있는 상황.
방어하는 입장인 빈 시민들은 자신들의 왕이 지원군을 이끌고 온다고...... 연락이라도 받으려면 성문 밖 15만 명의 적군을 뚫고 가야 하는데......
이때 등장한 이!
게오르크 콜시츠키라는 남자. 그는 자신은 빈 시민이 아닌 폴란드 출신의 상인이라고 했다. 오스만튀르크에 다녀온 이력도 밝혔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가 봐도 그를 오스만튀르크 출신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배우 신현준을 '중동 왕자'로 착각하듯이 말이다. - page 95
음......
누구라도 오해했을 법한 비쥬얼을 지닌 그에게 빈 시민들은 도시의 운명이 걸린 편지를 맡기게 되고 그 사실을 몰랐던 오스만튀르크 사령관은 그에게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고 자신들의 부대 비밀까지 누설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로인해 우리의 신현준인 '콜시츠키'는 무사히 편지를 전달하고 결국 지원군인 폴란드 부대가 맹렬히 공격해 오스만튀르크 군대를 뿔뿔이 흩어지게 합니다.
혼비백산으로 도망간 그들이 남긴 것 중 파란색 자루.
이때 콜시츠키가 말한다. "이거 제가 가져도 되나요?" "아, 버릴 건데 가지시죠." - page 100
그렇게 콜시츠키는 오스트리아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차리고 사람들의 입맛을 저격하기 위한 커피 제조 방식을 개발해 최초의 드립 커피를 탄생하게 됩니다.
한 잔의 여유를 주는 커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전쟁 속에서 영웅처럼 나타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이 터졌던 부분, <제 5 장 한국인만 모르는 한국 음료의 모든 것>.
여기엔 '하이트' vs '카스', '참이슬' vs '처음처럼', '오란씨'와 '써니텐' vs '환타', '커피믹스', '갈아만든 배', '베지밀'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읽는 재미는 배로, 교양은 덤으로, 한국인의 진정한 한 모금을 알려주곤 하였습니다.
특히나 '커피믹스'는 한국을 빛낸 최고 발명품 5위라고 하니 마실 때마다의 자부심은 필수!
압도적인 간편함, 그리고 해외의 인스턴트커피와는 비교가 안 되는 맛이 큰 이유였다(수십 년간 커피믹스 시장에서 내부 경쟁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자국으로 돌아갈 때 커피믹스를 사갔다느니, 커피에 민감함 외국인이 커피믹스를 마시고 기분이 좋아졌다느니 등 두말하면 입이 아픈 에피소드도 많다. 커피믹스에 연예인 사진이 들어가게 된 사연도 재미있다. 외국인들에게 노란색으로 위장한 가짜 커피믹스가 판매되었기 때문이라고. - page 303 ~ 305
웃고 즐기며 읽다보니 어느새 책은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무슨 음료 좋아해?" - page 328
이젠 이 질문이 단순하지 않음을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난 어떤 음료를 좋아하는지, 그 음료와 나 사이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그리곤 외칩니다.
"마시러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