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조앤
제니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가 의심하겠어? 우린 여자잖아."

이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여성 스파이'

그와 관련된 책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코엘료의 소설 『스파이』.

네덜란드 출신의 여성 스파이로 알려진 '마타 하리'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스파이로 활약을 하였던 그녀의 삶은 국적 하나 분명치 않은채 기구한 삶을 살다 비극으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나는 내가 언제나 전사였으며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나의 전투를 치러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전투들은 삶의 일부였습니다. - page 158


그리고 긴 여운을 남긴 이 이야기는 책을 덮고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남곤 하였습니다.

불행히도 오늘 일어난 일은 어제도 일어났고 내일 또 일어날 것입니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거나, 아니면 인간을 이루는 것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육체는 쉽게 지친다 해도 영혼은 언제나 자유로우니, 언젠가는 우리가 세대를 거듭하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 지옥의 수레바퀴에서 헤어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비록 생각이 늘 제자리에 머문다 해도 그보다 더욱 강한 힘이 있으니,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릅니다. - page 209~210


​이번에 읽게 된 이 소설 역시도 KGB를 위해 가장 오래 일한 스파이 '멜리타 노우드'의 실화라하니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레드 조앤

 


첫 문장은 이러했습니다.

그녀는 사인을 안다. 들을 필요도 없다. - page 13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부고 기사에는 '윌리엄' 이었습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의 그녀 '조앤'.

결국 자신의 최후에 대해서도 예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찾아온 정보 요원들로 인해 그녀의 오랜 기억으로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잠재적 에너지를 내뿜었던,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은 나이, 열여덟 살의 그녀의 이야기부터......


"각자 자신의 능력에 맞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 page 28

아버지의 말처럼 대학을 진학하고보니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시선의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또한 그곳에서 만난 그의 연인 '레오'와 그의 사촌인 '소냐'와 관계를 가지면서 '공산주의'사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됩니다.

레오는 그녀에게 그녀가 있는 연구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정보에 대해 누설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그녀는 이는 잘못된 것임을 알고 단호히 거절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소에서 행하는 일이 결국은 무차별 공격하는 무기가 될 것임을 알기에 그녀는 자신이 옳다는 신념 하나로 '스파이'를 행하게 됩니다.


물론 사람들은 설명하려 애쓰겠지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눈부신 섬광의 사진이, 먼지가 솟아 역류하면서 땅을 할퀸 뒤 도시 위로 피어오른 거대한 버섯구름의 사진이 신문에 실릴 것이다. 기사는 너무 뜨거워서 몇몇 사람들은 그냥 사라져버렸다고, 먼지와 재와 파편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 어마어마한 파멸의 진상을 진실로 전달할 수 있는 언어는 없다.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혹은 존재한다 해도 인간의 공감력으로는 그토록 큰 고통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그 이상은 숫자에 불과하다. - page 289


그녀도 결국은 한 '사람'이었음에 가슴 한 켠이 아린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잡히는 게 무서울까? 그렇다. 물론 무섭다. 잠시 멈추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겁에 질린다. 조앤은 잡힌다해도 말하지 않을 것이고, 그게 무슨 뜻인지도 잘 안다. 그녀를 잡으러 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말해봐요. 당신처럼 착한 여자가 어쩌다 이런 일에 휘말린 겁니까? 분명히 누가 당신을 끌여들였겠지요. 그게 누구인지만 말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녀가 아는 이름은 레오와 소냐밖에 없으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조앤은 이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일단 저지른 일은 절대 돌이킬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는 없다. 이것으로 끝이다. - page 314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스파이'가 된 그녀의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만 말해주세요. 미안하긴 하세요? 후회하세요?"

조앤은 잠시 침묵을 지킨다. 심자아이 세차게 뛰어 박동이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 상황에서는."

"스파이가 되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히로시마가 있었으니까. 공평해져야만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 page 420 ~ 421


책을 읽고나니 코엘료의 소설과도 너무나 닮아있기에 자꾸만 두 권의 책을 놓고 그녀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귓가에, 가슴 속에 맴돌곤 하였습니다.

'스파이' 이기 전의 그녀의 평범했던 일상을 이어갔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그랬다면 평범한 사랑하며 진정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그녀로 하여금 변하게된 이 세상.

그녀의 바람처럼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지 세상에 물으며 책과는 인사를 하려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