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현북스 소설 2
위기철 지음 / 현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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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보다 알게 된 출판사 중 '현북스'는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한 곳이에요.

예전엔 아이들 책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한 동안 책을 멀리 하다 보니 오랫만에 만난 소설이 반갑네요.


글 위기철

소설 <아홉샐 인생>

어린이 책 <무기 팔지 마세요!>

철학, 논리 입문서 <반갑다, 논리야>



<고슴도치>는 처음 '현북스'라는 출판사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덥석 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자의 이름을 보고 들어봤던 이름인데 싶었죠. 작가소개를 보니, 소설, 어린이책을 쓰신 작가님이시네요. 너무나 익숙한 책 제목에 반가움이 들었다고 해야할까요? <무기 팔지 마세요!>는 큰 아이 초등학교 때 권장도서 목록에서 보고 구입한 책이에요. 아직도 아이방 책장 한 켠에 있더라고요.

<고슴도치>는 책 표지에 미소 지으며 노란 꽃 한 송이를 들고 있는 남성이 있어요. 고슴도치라고 하면 가시를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표지만 보고는 고슴도치의 가시가 날카로움이 아닌 부드러움일 거라는 착각이 들더라고요.

삽화는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작품의 인물들을 떠오르는 적정선에서 그려진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주인공 헌제라는 인물은 여섯 살 딸을 둔 이혼남이에요.

그림책에 삽화를 그리고 있어요.

딸에게는 좋은 아빠지만 사회생활은 잘 못하는 그런 인물이죠.

주변 사람들과 말을 나누는 것도 불편해하고, 거절도 잘 못해요.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에게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는 바로 주인공이에요.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나와 비슷한 성격의 인물을 하나 설정해놓고 이 작자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추적해볼 작정이었다. 대인 기피증, 피해 의식, 자폐증, 자기혐오감 따위에 사로잡힌 인물, 말하자면 나 자신을 객관화시켜보고 싶었던 것이다.

- p.402'책 뒤에' 중에서 -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는 이유는 그 사람에 의해 내가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작가님은 작가님과 비슷한 인물을 설정해 놓았다고 말을 하는데, 어쩌면 주인공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비틀어진 내 모습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피해의식에 잠식된 모습, 그렇기ㅔ 함께 하는 것이 어려운 내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가 나에게 손 내밀어주길 바라지만, 정작 내밀어진 손을 잡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하다 후회하는 내 모습이 겹쳐보이더라고요.



<고슴도치>는 소설보다는 어린이책에 익숙한 저에게 참 반가운 책이에요. 일단, 책장을 넘기는데 막힘이 없었어요.

주인공의 일상이 그려져 있고, 그의 내면과 행동을 보면서 우리집에 있는 두 남자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가시돋힌 고슴도치 같았던 대인 기피증,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주인공이

단단하게 자신을 감싸고 있던 껍질을 깨고 나와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변에 관심이 없고, 누군가 관심을 보여도 데면데면...

상처받기 싫어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 같은 모습.

조금 관심을 갖고보면, 가시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상처가 보여요.

많이 힘들었겠구나, 아팠겠구나.

그래서 더 목소리를 높여 반기고, 일부러 웃긴 이야기를 하며 재잘재잘...

그렇게 주변을 맴맴 돌면,

조금씩 변화되는 게 보여요.

<고슴도치>의 주인공처럼요.

내 모습이 헌제일 때도 있고, 명신일 때도 있죠.

내 주변에 헌제 같은 사람들도 있어요.

약사 같은 사람도 있고, 세진 같은 사람도 있어요.

그리고 명신 같은 사람도 있죠.

고슴도치 같은 내 옆에 명신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가시를 곤두세운 채 자신만의 울타리 안에서 음침하게 살아가는 인물들. 그들은 때로 사교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외향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미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교성과 외향성 또한 교묘하게 위장된 가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이런 고슴도치 같은 속성이 어느 정도 잠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 p. 402 '책 뒤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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