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예술비평이라는 다분히 수상한 직업이 등장하게 된 경위는
근대 예술시장의 성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봉건시대의 예술창작은 고객(왕후와 교회)이 예술가를
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이루어졌던 반면,
18세기 후반이 되면서 신흥 시민들이 감상자이자 구매자로 대두되었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이 전적으로 지원하는 예술가를 가질 수 없었고,
애초에 벼락출세한 신흥 부르주아들은
심미안이랄 게 별로 없어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이 때 나타난 것이 예술시장과 저널리즘이다.
창작자 측은 전적으로 지원받지 못한다면 가능한 한 많은 구매자를 얻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자신의 작품을 홍보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구매자 쪽에서는 시장(전람회, 악보 카탈로그, 연주회 등)에 넘쳐나는
다수의 작품 중 어느 것이 ‘좋다’라고 알려주는 어드바이저를 원한다.
이렇게 양측의 이해가 일치한 데서 예술 저널리즘이 생겨났다.
- 오카다 아케오, 『음악을 듣는 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