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병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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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년 전 우리나라에도 “람세스”라는 소설로 널리 알려졌던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의 책이다. 이 책도 나온 지는 꽤 오래된 걸 보면, 그 때 불었던 이집트 바람을 타고서 낸 것으로 보인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이집트를 여행하는 기분을 들게 해 주는 일종의 기행문이다.


보통 이런 책은 어떤 지역의 유명한 곳 중심으로 큼직큼직하게 훑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이집트라는 나라는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곳이다 보니 그런 식으로 훑어가더라도 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책은 이집트 땅 곳곳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유적들을 마치 가이드 하듯이 잔뜩 담고 있다. 나 같은 초짜 관광객들에게는 조금은 벅찰 정도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니 살짝 어지럽기도 하다.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좁은 폭의 땅이었다. 그 외의 나머지 지역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건조했지만, 나일강이 이뤄놓은 비옥한 퇴적토는 농사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주어 지중해 전역에서도 유명한 비옥한 농업 생산량을 자랑했다. 그런 경제력 덕택에 고도의 문명을 일찍부터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연히 다양한 유적들 역시 이 나일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이 책의 이집트 여행은 그런 나일강을 따라서 진행된다. 나일강 하류인 북부 삼각주에서 시작해, 서서히 상류인 남쪽으로 거슬러 가는 방향이다.


그런데 이런 방향은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이집트라는 나라가 수천 년 동안 파라오라는 이름의 통치자 아래 지배된 땅이긴 하나, 시대 별로 수많은 왕조들이 교체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하는 방식으로 면을 정복해 가는 식의 여행은, 서로 다른 왕조의 유적들을 그 실제 존재했던 연대 순서와는 상관없이 만나게 되니 말이다. 물론 그런 것까지 구별할 줄 알면 더 이상 초보 여행객은 아니겠지만.


사실 책은 본격적인 연구서가 아니긴 하다. 각각의 왕조가 남긴 기념물들의 특징이라든지 연대적 변화 같은 것은 관광객의 주요 관심사도 아니고.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어떻게 저렇게 웅장한 기념물들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면 하나만으로도 아마 실제 관광객들의 눈과 머릿속은 불꽃놀이로 가득차지 않을까?





온통 이집트 이야기만 하는 이집트에 푹 빠진 작가다운 책이다. 이런 책은 그냥 책상에 앉아서 읽는 건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실제 이집트 여행을 떠나서, 여정 가운데 틈틈이 살펴본다면, 어지간한 가이드북보다 훨씬 더 깊은 정보를 실감나게 얻게 되지 않을까.


덧. 사방에 오타가 넘쳐난다. 당장 14페이지에는 아우구스투스를 “아우구스티누스”라고 적어놓았다.(솔직히 헷갈릴 만큼 비슷한 이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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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예술비평이라는 다분히 수상한 직업이 등장하게 된 경위는

근대 예술시장의 성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봉건시대의 예술창작은 고객(왕후와 교회)이 예술가를

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이루어졌던 반면,

18세기 후반이 되면서 신흥 시민들이 감상자이자 구매자로 대두되었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이 전적으로 지원하는 예술가를 가질 수 없었고,

애초에 벼락출세한 신흥 부르주아들은

심미안이랄 게 별로 없어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이 때 나타난 것이 예술시장과 저널리즘이다.

창작자 측은 전적으로 지원받지 못한다면 가능한 한 많은 구매자를 얻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자신의 작품을 홍보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구매자 쪽에서는 시장(전람회, 악보 카탈로그, 연주회 등)에 넘쳐나는

다수의 작품 중 어느 것이 ‘좋다’라고 알려주는 어드바이저를 원한다.

이렇게 양측의 이해가 일치한 데서 예술 저널리즘이 생겨났다.


- 오카다 아케오, 『음악을 듣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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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기원
필립 W. 컴포트 지음, 김광남 옮김 / 엔크리스토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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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성경의 기원에 관한 다양한 논문들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1부는 총론 격으로 성경의 영감과 권위 등에 관한 내용을, 2부에서는 신구약 정경들이 어떻게 모아졌는지, 그리고 외경들에 관한 간략한 소개가 담겨 있다. 3부는 성경의 문학성에 관한 논문들이고, 4부는 사본학에 관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 마지막 5부는 성경 번역에 관한 내용이다.


성경의 영감을 다루고 있는 1부의 글 몇 개를 읽어 보면 이 책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신학에 기초해 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열세 명의 저자가 쓴 열다섯 개의 글이니 완전히 동일한 시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책으로 엮으려면 대체로 신학적 견해의 공통점은 있을 테니까. 때문에 여기 실린 글들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본 성경의 기원, 정확히 말하면 성경의 형성사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론 뒤로 가면서 점점 더 재미가 느껴졌던 책이다. 사실 성경의 영감이나 무오성에 관한 것들은 원칙론에 관한 내용인지라, 무엇을 밝히고 발견하고, 연구할만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본문이 어떻게 모이고, 거기에 담긴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에 관한 방법론적 연구는 확실히 성경을 좀 더 제대로 아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책은 이 부분에 관련해서도 보수적이면서 건전한 학문적 관점이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고 존재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 무리의 사람들은 성경 속 문체의 차이를 그것이 편집된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차이는 글을 쓸 때 이야기의 속도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고작 성경 속 하나님을 부르는 호칭의 차이를 가지고 네 명에서 수십 명의 다른 저자들을 떠올리는 건 근거에 기초한 학문적 결론이라기보다는 그저 그 주장을 하는 사람의 상상력이 (어떤 면에서)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물론 성경의 전승사를 공부하다 보면 명확한 부분보다 때로는 모호하고 생각했던 것만큼의 선명한 증거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건 과거, 혹은 역사를 연구의 대상으로 하는 모든 학문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그러한 모호함이 전체의 그림을 아주 왜곡시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종종 모호해 보이는)증거들을 수집해서 충분히 믿을만한 과거를 정리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리스도인들이 믿고 있는 핵심적인 교리에 있어서 이런 ‘모호한 부분’에 기초한 내용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모든 증거들은 애초에 성경의 신뢰성을 의심하기로 작정한 이들에겐 별 소용이 없는 논증일 수도 있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건 전제의 문제지 증거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





보수적 복음주의의 시선으로 성경이 어떻게 우리에게 전수되었는지를 맛볼 수 있는 책. 다만 여러 사람들이 나누어서 각자의 주제를 다루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일부 서로 겹치는 부분들도 보인다. 이 부분을 편집하면서 정리해 다듬었다면 전체적으로 좀 더 좋았을 것 같긴 한데, 또 여기에 참여한 각각의 학자들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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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유대인은 솔로몬 성전을 초기 신앙의 본질로 이해했으나

사실 솔로몬 성전은 그 시대에 왕실 밖에 거주하던

경건한 신앙인이 이해하던 성전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강제 노역과 조세 구역, 전차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솔로몬 성전은 낯설기만 했다.

여러 면에서 지중해 해안 지역이나

나일 계곡의 더 진보한 이방 문화를 모방한 탓이다.

이방인 아내들, 중앙집권체제,

북쪽 지파를 대하는 무자비한 태도를 감안할 때

솔로몬이 이교를 포용했던 것은 아닐까?

솔로몬이 지은 성전이 여러 신을 섬기는 우상 숭배 장소는 아니었을까?


-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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