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뒤로 가면서 점점 더 재미가 느껴졌던 책이다. 사실 성경의 영감이나 무오성에 관한 것들은 원칙론에 관한 내용인지라, 무엇을 밝히고 발견하고, 연구할만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본문이 어떻게 모이고, 거기에 담긴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에 관한 방법론적 연구는 확실히 성경을 좀 더 제대로 아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책은 이 부분에 관련해서도 보수적이면서 건전한 학문적 관점이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고 존재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 무리의 사람들은 성경 속 문체의 차이를 그것이 편집된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차이는 글을 쓸 때 이야기의 속도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고작 성경 속 하나님을 부르는 호칭의 차이를 가지고 네 명에서 수십 명의 다른 저자들을 떠올리는 건 근거에 기초한 학문적 결론이라기보다는 그저 그 주장을 하는 사람의 상상력이 (어떤 면에서)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물론 성경의 전승사를 공부하다 보면 명확한 부분보다 때로는 모호하고 생각했던 것만큼의 선명한 증거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건 과거, 혹은 역사를 연구의 대상으로 하는 모든 학문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그러한 모호함이 전체의 그림을 아주 왜곡시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종종 모호해 보이는)증거들을 수집해서 충분히 믿을만한 과거를 정리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리스도인들이 믿고 있는 핵심적인 교리에 있어서 이런 ‘모호한 부분’에 기초한 내용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모든 증거들은 애초에 성경의 신뢰성을 의심하기로 작정한 이들에겐 별 소용이 없는 논증일 수도 있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건 전제의 문제지 증거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