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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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우리나라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인권 사각지대를 직접 발로 돌아다니면서 취재해 써낸 글을 엮은 책.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 미혼모와 소록도 주민들처럼 익숙한 대상들만이 아니라 노인들, 선원들과 농촌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들 등 다양한 계층의 아픔들을 생생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2. 감상평 。。。。。。。       

 

     경제 성장, 좋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게 된다는데 싫다고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근데 방법이 틀렸다. 철저하게 기득권자들의 이익에 맞춰진 정책들과 경제논리들로는 결코 그런 사회는 이뤄지지 않는다. NEVER. 하지만 누가 뭐라고 떠들어대건 간에,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건 돈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어느덧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측정하는 데 익숙해져버렸고, 자연히 값싼 인간들은 소외되고 말았다. 이 책에 실린 약자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기득권층으로부터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이들의 삶이다.

 

     물론 책에 실린 내용이나 논조에 100% 동감하는 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보호관찰법이 전과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재범률이 결코 낮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그들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 자체를 문제시할 수는 없지 않을까. 물론 그 대상을 정하는 방식이나 방법상의 개선은 꼭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술 먹고 미성년자를 성폭행해도 고작 2, 3년 살고 나오는 너그러운 판결을 내리는 한심한 법관들의 인식이 더 큰 문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비춰주고 있는 부분들은 더 이상 음지에만 두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동료 인간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기득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딱히 보고 싶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부분이겠지만. G20 의장국이네, (사전에도 없어 한글 문서에 빨간 줄이 죽 그어지는) ‘국격’이 상승했네 하는 헛소리들만 남발하면서 복지에 대해 얘기할라치면 당장 나라가 망할 것처럼 겁을 주는 이 땅의 자칭 지도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20년이 지나도 여기에 실려 있는 사람들의 처지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우울한 예감이 저절로 든다.

 

     시와 소설들을 쓰고 있는 현직 작가들이 인터뷰를 하고 글을 써서 그런지 생생하다. 인권을 다룬 딱딱한 이론서들이나 보고문과는 다른 맛이 있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이렇게 읽을 만하게 쓰니 좋다.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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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런던에서 살면서 주중에는 각자의 직장에서, 주말에는 외곽으로 나가 주말농장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는 노부부 톰과 제리. 넉넉해 보이는 인상답게, 부부의 집에는 많은 친구들이 와서 함께 식사를 하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는 사랑방 같았다. 제리의 직장 동료인 메리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 젊은 시절 실패한 결혼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는 그녀는 자주 제리 부부의 집에 놀러와 시간을 보낸다.

 

     톰과 제리에게는 독립해 살고 있는 조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조를 만난 메리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어느 날 조가 여자 친구와 함께 부모님의 집에 들르고, 그 커플을 보는 메리의 심사는 왠지 뒤틀려 있다. 메리의 마음을 눈치 챈 제리는 조금씩 그녀와 소원해지기 시작하고...

 

 

2. 감상평 。。。。。。。              

 

     명품 연기들로 가득 찬 영화.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령대가 높기도 하고 다들 수십 년 동안 연기생활을 해왔던 배우인 만큼, 과장하거나 무리한 연기 없이 그저 눈빛하나로도 작은 제스처로도 충분히 감정과 생각이 전해진다. 그 중에서도 친구의 아들을 마음에 담고 있는 메리 역을 맡은 레슬리 맨빌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전형적인 영국식 날씨와 배경이 더해지면서 이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영화의 전반을 감싸고 있는 중심 주제는 외로움이다. 메리는 두말할 나위가 없고, 톰의 친구 켄이나 톰의 형, 조카, 심지어 행복해 보이는 톰과 제리 부부에게 있어서도 이 외로움의 자국들은 공통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감독은 그 이유를 ‘나이’, 혹은 ‘늙어감’에서 찾는 것 같다. 결국 모두가 늙어가면서 서서히 주변 사람들을 잃어버리게 되어 가는 게 아니냐는 것. 이렇게 영화를 읽을 때 영화의 원제인 Another Year는 늙어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시간들, 결국엔 누구도 그들의 삶에 신경써주지 않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건 아직 젊은 조와 여자 친구인 케이트 커플이라는 것도 이런 설명을 지지해준다.

 

     외로움은 쉽게 침묵으로 변한다. 영화가 시종일관 조용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메리의 수다는 이와는 좀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녀의 행동 역시 자신의 외로움을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심리의 표출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친구의 아들에 대한 묘한 감정은 늙은이의 주책이 아니라, 젊음에 대한 미련과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슬픔의 또 다른 표현인지도 모른다. 메리의 감정은 노골적이고 성애적인 게 아니라 십대의 소녀가 같은 반 남자 아이를 멀리서 좋아하는 그런 감정과 좀 더 닮아 있다. 이런 부분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은교와는 좀 차이가 있다. 은교 속 이적요는 소녀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정을 미사여구를 동원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표출해야만 직성이 풀렸지만, 이 영화의 메리는 그냥 마음에 품을 뿐이다.

 

     영화는 나이 듦과 외로움을 그냥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기만 한다. 이 상실은 순리이니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니겠느냐고 자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현실이 그다지 녹록하지 않은 것은 알지만, 조금 더 나아간 무엇을 보여줄 수는 없었던 걸까.

 

     조금은 안쓰럽고, 또 조금은 쓸쓸하기도 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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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20여 년 동안 스웨덴 정보기관에서 일해 온 해밀턴. 무기밀매조직에 잠입해 거래현장에 있었던 해밀턴은 가까스로 혼자만 살아나오게 되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 실수로 여자 친구마저 죽이고 만다. 일을 그만두려 하는 그에게 정보부는 국가를 위해 한 번 더 임무를 맡아줄 것을 요구하고, 결국 이를 받아들인다.

 

 

     해밀턴이 잠입했던 무기거래 현장에 갑자기 나타나서 무기를 탈취해간 조직은 섹트라곤. 아프리카에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지역의 테러조직에게 무기를 넘겨주던 그들의 손에서 요인들을 구출하고 에티오피아 총리를 살해하려는 음모를 막아내는 것이 그의 새로운 임무였다.  

 

 

2. 감상평 。。。。。。。               

 

     제임스 본드 류의 첩보물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는데, 기발한 트릭이나 장치보다는 액션이 좀 더 강조돼 약간은 거친 느낌의 영화다. 날아오는 총알들을 한 발도 맞지 않고 잘 피해 다니면서 적들은 단 번에 제압하는 등 전형적인 히어로를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영화의 핵심은 그보단 다른 곳에 있다.

 

     영화 속에서 무기를 강탈하고 이를 아프리카의 테러리스트들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섹트라곤은 어지간한 국가의 수상까지도 얼마든지 암살해버릴 수 있고, 원하는 사람이라면 CIA에 요청해 당장 테러리스트 목록에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초국가적 집단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몇 년마다 선거로 정치권력이 바뀔 수 있는데 반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개별국가를 뛰어넘는 막대한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특히 군수산업계를 겨냥한 부분이다. 굉장히 중요한 소재이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해밀턴은 은퇴할 때가 가까워서인지 그저 눈앞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만 전념하느라 큰 그림까지는 보지 못한다. 영화의 스케일이 아쉬운 부분.

 

     전체적으로 영화에 부수적인 것들이 많은 느낌이다. 좀 자르고 털어내고 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니 줄거리를 일관되게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가지들이 많았다. 다행이 중심 내용은 정리가 된 듯하나 여전히 충분히 풀어내지 못한, 그리고 마무리되지 않은 이야기들도 당연히 남아 있고.

 

     액션 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느낌으로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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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예수님이 기대하셨던 것이 아니다.

만일 예수님을 따르고 있다면,

핍박이 올 것이므로 안심하고 쉬어라.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도 없고

의도적으로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 빅터 쿨리진, 『누가 예수만 믿으면 잘산다고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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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세 편의 독립된 단편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영화. 죽음을 극심한 허기로 자신의 기억마저 먹어치우는 것으로 묘사하는 <허기>, 채식주의자인 정육점집 아들이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황소머리의 괴물(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치러 나선다는 내용의 <소고기를 좋아하세요?>, 흥행하지 못하는 영화감독들이 차례로 죽어나가고 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돌아온 것을 깨달은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 <1,000만>이 각각의 이야기다.

 

 

 

 

2. 감상평 。。。。。。。              

 

     기본적으로 단편영화들답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두 번째 작품인 <소고기를 좋아하세요?>와 <1,000만>은 이런 성격이 특히나 강한 풍자물인데, 피가 튀는 약간 자극적인 영상을 담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육식에 대한 공포를 가진 소년이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와 영화 흥행에 대한 감독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작품인 <허기>에 나타나는 중심 주제, 즉 죽어 귀신이 되면 배고픔으로 인해 자신의 기억을 먹어치운다는 것은 좀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 주제의 발전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좀 짧은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다만 추천 영화 목록에 넣기에는 뭔가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 워낙에 20여분의 짧은 시간 안에 다 담으려다 보니 편집되어 잘려나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남아 있고.. 장편이 아닌 단편 영화의 숙명이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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