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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 - 답답한 현실을 바꿀 분명한 해답
미하엘 슈미트-살로몬 지음, 김현정 옮김 / 고즈윈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저자는 현대사회를 어리석음이 지배하는 사회로 진단하고, 정치, 종교, 경제 분야에서 어리석음의 예들을 고발한다. 결론부인 5장과 6장으로 넘어가면서 저자는 다시 종교를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아 독설을 날리면서 오로지 비판적인 이성에 근거한 철저한 교육이야말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고칠 수 있는 '로열젤리'라며 추켜세운다.
2. 감상평 。。。。。。。
일단 개인적으로 욕설과 노골적인 조롱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의 말은 잘 안 믿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이나 때로 비난도 가능하지만, 최소한 상대를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인정하며 인격은 존중해야지,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상대를 벌레 취급해서는 건전한 비판도,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해결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간 역사는 대단히 암울하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시간을 어리석음이 지배하는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역사의 어두운 면에만 집중하고 파고들면 그렇게 볼 수 있고, 또 세상을 그렇게 보고 선언하는 건 저자의 마음이지만, 딱히 정신건강에는 이롭지 않을 듯싶다.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와 부모에게 효를 다하기 위해 애쓰는 자녀들, 제자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스승과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많은 사람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고, 어쩌면 그런 사람들 때문에 유지되는 게 아닐까? 더구나 저자가 태양의 몇 십 배니, 몇 백 배니 더 큰 항성들에 비해 인간이 살고 있는 이곳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짐짓 심드렁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그 ‘어리석고 광기에 물든’ 인간이 고안하고 발전시킨 기술 덕택인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무의미성’ 운운하는 건 그냥 겉멋에 물든 말장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태도가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에 대한 철저하고 집중력 있는 분석으로 이어지기라도 했다면 그래도 만회의 여지가 있다고 보겠지만, 딱히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비난을 제외하면 책은 훨씬 더 얇아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얇은 책에 실린 저자의 고발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충분히 다른 책이나 강연, 매체들을 통해서 더 정확하게 자세하게 알 수 있는 내용일 뿐. 더구나 어디선가 들은 것 같긴 한데 딱히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특별히 종교 분야에 대한 비난에는 이런 것들이 많이 보인다) 세워두고 공격하는 건, 허수아비 때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
교육 분야에 관한 저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끔찍하기까지 하다. 교육의 과정을 좀 더 다이내믹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는 찬성하지만,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교육만을 하면 현명한 인간이 탄생되고 좋은 세상이 될 거라는 전형적인 계몽주의 시대의 주장은, 20세기 초반 유럽 전체에서 가장 그런 교육 이념에 부합했던 독일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인지(바로 자기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이 일으키고 동참했던 일인데 벌써 잊은 건가).
가슴을 제거당한 세대는 다른 이에게 공감할 수 없고, 그 결과는 극단적인 분열과 다툼뿐이다. 문제가 있으면 없애버리면 그만이라는 이 책의 해결책은, 한참 독설을 퍼부은 저자 마음은 시원하게 해줬을지 모르지만, 딱히 와 닿지도, 유효할 것 같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