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영적 생활에서는 눈먼 은혜란 없습니다.

은혜를 사모하지도, 말씀에 귀 기울이지도,

게으른 삶을 고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복권 당첨되듯 커다란 은혜가 내게만 툭 떨어져

나를 옭아매던 영적 문제들을 한순간에

모두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 김남준,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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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가 김충선 3 - 조선을 사랑한 사무라이
유광남 지음 / 스타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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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조총부대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사야가라는 인물이 있었다. 여느 왜장들과는 달리 그는 단 한 번의 전투도 치르지 않은 채 부대원들을 이끌고 조선에 귀순을 했고, 이후 조선군의 일원으로 왜군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이 책은 사서(史書)에 등장하는 사야가에 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그의 일생을 소설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2. 감상평 。。。。。。。   

 

     침략군의 일원으로 조선 땅을 밟았다가 공격은커녕 온 부대원들과 함께 귀순해 도리어 왜병들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운 일본인이라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 우리 역사 속에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인물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화 콘텐츠로서도 충분히 좋은 소재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의 초중반은 나름대로 신경 써서 인물들의 구도와 관계를 설정해 놓은 게 눈에 보인다. 임란이 벌어지는 현재와 어린 시절인 과거 장면이 빠르게 교차되고, 사건 전개 역시 빨라 지루한 감은 없었다. 다만 사야가라는 인물 개인에 좀 더 집중했기 때문에, 임진왜란이라는 중요한 배경의 전체적인 그림이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원래 당초에는 총 4권으로 구성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인터넷 서점에 올라와 있던 소개 글에도 그렇게 나와 있었다), 이번에 보니 3권으로 끝이 나버렸다. 그 덕분일까? 3권의 말미는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는 도중에 갑작스럽게 마무리가 되어버렸고, 공들여 만들어 놓은 인물들 간의 갈등 구도는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어색한 에필로그로 얼버무려놓았다. 작가 쪽 사정인지, 출판사와의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나 이래서는 완성도고 뭐고 할 것도 없는 수준.

 

 

     처음부터 문체의 유려함이나 정교한 서사구조 같은 문학적 아름다움으로 승부를 보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사건마저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끝나고 마니 이래저래 모자란 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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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드레스 - 법과 삶의 기묘한 연금술
알비 삭스 지음, 김신 옮김 / 일월서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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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한 명이었던 알비 삭스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주요 사건과 헌법재판관으로 내렸던 결정 중 의미가 있는 것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악명 높은 인종차별 정책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적/경제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남아공 헌법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그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 매 장(章)들마다 실제 결정문의 일부가 실려 있어서 생생함을 더한다.

 

 

 

2. 감상평 。。。。。。。   

 

     쉽게 읽히지는 않았던 책이다. 법조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글은 한 문장, 한 단어마다 무게감이 있어서 대충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헌법 재판관으로서 심판해야 할 사안들이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것은 당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국가의 헌법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저자의 고민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책의 전반부는 주로 완고한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 무너진 후 들어선 제대로 된 민주 정부에서 과거의 잘못을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다. 과거정부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문제가 많은 법률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법적인 구금과 납치, 고문을 자행해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고, 그보다 몇 배에 달하는 이들에게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그럼 이제 새 시대가 되었으니 과거의 인사들을 모조리 잡아다 숙청해야 할까?

 

     저자인 알비 삭스는 놀랍게도 진실화해위원회에 출석해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그 내용을 공개적으로 고백할 경우 사면을 해주는 방안을 지지한다. 이 태도가 더욱 놀라운 것은 알비 삭스 자신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직접 그런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을 당했던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보낸 비밀 요원이 설치한 폭발물로 한 쪽 손과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어버린 당사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결정으로 자칫 영원히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사건의 진실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시인과 고백을 통해서만 사면을 받을 수 있도록 했기에, 당시 가해자들은 평생을 지고 갈 수 있는 양심의 짐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도 있게 될 것이라는 배려까지.. 어쨌든 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민이니까.

 

     어두운 과거사를 정리하는 꽤 현명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나라 역시 그 못지않은 독재정권들과 그들이 남긴 불법적인 악행들이 있지만, 공개적인 시인과 고백 없이 적당히 몇 년을 감옥에서 보내는 것으로 너무 쉽게 사면이 이루어져버렸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역사는 결국 애초 사면의 목표인 국민통합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바래게 만드는 요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가 내린 결정들 모두에 그와 같은 생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 담긴 그의 생각들은 깊은 공감을 하게 만든다. 형편없는 도덕의식에, 자기들이 가장 똑똑하고 잘 난 줄로만 아는 우리나라의 법조인들(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닐 게다)이 꼭 한 번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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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는 말은 거짓이다.

사랑에 빠진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당신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알고 있다.

 

- 이동섭, 『당신에게, 러브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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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1980년 그 날, 광주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오랜 군부독재가 끝날 것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여망과는 반대로, 군대를 앞세워 권력을 손에 쥐어가고 있던 전두환 세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신군부는 공수부대를 보내 시민들을 총과 진압봉으로 무자비하게 학살했고, 이 과정에서 수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었다.

 

    영화는 그 희생자들의 아들과 딸, 동생들이 모여 자기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며 뉘우침 없이 호의호식 하는 ‘그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비밀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광주 건달 곽진배, 교통경찰 권정혁과 그날 계엄군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김갑세 등이 준비한 이중, 삼중의 계획.

 

 

 

2. 감상평 。。。。。。。   

 

     또 다시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한 편. 기존에 제작되었던 영화들은 대부분 드라마적인 특징들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5.18이라는 역사적인 소재를 비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재 자체가 훨씬 더 무게가 있기도 할뿐더러, 주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화.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의 경우에는 늘 언급되는 것이 원작과의 비교다. 원작의 작품성을 충분히 스크린 위로 구현해 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가 주요 비판의 관점인데, 얼마 전 개봉했던 ‘용의자 X'도 그런 식의 비난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작 소설이나 만화와 그것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는 그 장르상의 특징도 다르고, 작가와 제작자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 늘 같지는 않을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식의 비판이 늘 합리적인 걸까 하곤 했던 나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확실히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다른 장치들도 등장하긴 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만화를 계속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

 

 

 

 

     영화는 겉으로는 복수라는 주제를 보여주고 있지만, 조금 들어가면 ‘용서’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잘못을 범한 사람을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 능사일까, 용서를 받는 데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일까, 그 사건과 같이 집단 피해자들이 발생된 경우 용서를 하는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들이 영화의 바닥에 깔려 있다. 그저 복수만을 꾀했다면 그렇게 위험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폭발물을 사용하는 것(물론 이건 사용하는 쪽에도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이미 영화에는 그 이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으니까)이 훨씬 쉬웠을 텐데도, 굳이 불편하고 복잡한 단계들을 거쳤던 이유는 사과와 참회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대답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다.

 

     이미 역사는 왜곡되었는데, 그걸 회복시켜야 할 민주 정부에서는 안타깝게도 국민적 공감대, 특별히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의 정서적 동의를 전혀 받지 못하고 그 절차적 타당성까지도 의심되는 사면 복권으로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과연 대통령이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적절했을까?) 그렇게 왜곡된 역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풀리지 않는 한을 남기게 되었고, 앞으로도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줄여주는 안 좋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도덕성 보다는 물질적인 부를 쌓는 것이 ‘더 좋고 바람직한 일’로 여겨지는 이 땅의 사고방식은, 결국 역사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강풀 원작 영화 중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다. 원작을 먼저 보고 난 뒤에 영화관에 가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 오히려 영화의 전체 맥락을 잡는 데 좀 더 도움을 줄 것 같다. 물론, 그냥 영화만 봐도 괜찮고. 주연을 맡은 진구와 한혜진은 개성 있는 캐릭터에 잘 녹아들어갔고, 이야기는 질질 끄는 것 없이 좀 빠르다 싶을 정도로 달려간다.

 

     뭐 어차피 이 나라 어딘가에는 그 독재자의 호를 딴 공원이 세워지고, 그가 졸업했다는 고등학교에는 자랑스러운 선배로 소개되고, 사관학교에 가서 생도들의 경례를 받는 것이 뭐가 이상하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잔뜩 있으니까.. 그런 멍청하고 한심한 사고에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들은 뭘 보고 읽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상식적인 사람들에게는 꽤나 의미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제작단계부터 외압을 받았다는 이 영화가 꼭 흥행했으면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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