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1980년 그 날, 광주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오랜 군부독재가 끝날 것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여망과는 반대로, 군대를 앞세워 권력을 손에 쥐어가고 있던 전두환 세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신군부는 공수부대를 보내 시민들을 총과 진압봉으로 무자비하게 학살했고, 이 과정에서 수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었다.
영화는 그 희생자들의 아들과 딸, 동생들이 모여 자기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며 뉘우침 없이 호의호식 하는 ‘그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비밀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광주 건달 곽진배, 교통경찰 권정혁과 그날 계엄군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김갑세 등이 준비한 이중, 삼중의 계획.
2. 감상평 。。。。。。。
또 다시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한 편. 기존에 제작되었던 영화들은 대부분 드라마적인 특징들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5.18이라는 역사적인 소재를 비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재 자체가 훨씬 더 무게가 있기도 할뿐더러, 주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화.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의 경우에는 늘 언급되는 것이 원작과의 비교다. 원작의 작품성을 충분히 스크린 위로 구현해 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가 주요 비판의 관점인데, 얼마 전 개봉했던 ‘용의자 X'도 그런 식의 비난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작 소설이나 만화와 그것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는 그 장르상의 특징도 다르고, 작가와 제작자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 늘 같지는 않을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식의 비판이 늘 합리적인 걸까 하곤 했던 나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확실히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다른 장치들도 등장하긴 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만화를 계속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
영화는 겉으로는 복수라는 주제를 보여주고 있지만, 조금 들어가면 ‘용서’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잘못을 범한 사람을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 능사일까, 용서를 받는 데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일까, 그 사건과 같이 집단 피해자들이 발생된 경우 용서를 하는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들이 영화의 바닥에 깔려 있다. 그저 복수만을 꾀했다면 그렇게 위험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폭발물을 사용하는 것(물론 이건 사용하는 쪽에도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이미 영화에는 그 이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으니까)이 훨씬 쉬웠을 텐데도, 굳이 불편하고 복잡한 단계들을 거쳤던 이유는 사과와 참회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대답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다.
이미 역사는 왜곡되었는데, 그걸 회복시켜야 할 민주 정부에서는 안타깝게도 국민적 공감대, 특별히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의 정서적 동의를 전혀 받지 못하고 그 절차적 타당성까지도 의심되는 사면 복권으로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과연 대통령이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적절했을까?) 그렇게 왜곡된 역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풀리지 않는 한을 남기게 되었고, 앞으로도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줄여주는 안 좋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도덕성 보다는 물질적인 부를 쌓는 것이 ‘더 좋고 바람직한 일’로 여겨지는 이 땅의 사고방식은, 결국 역사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강풀 원작 영화 중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다. 원작을 먼저 보고 난 뒤에 영화관에 가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 오히려 영화의 전체 맥락을 잡는 데 좀 더 도움을 줄 것 같다. 물론, 그냥 영화만 봐도 괜찮고. 주연을 맡은 진구와 한혜진은 개성 있는 캐릭터에 잘 녹아들어갔고, 이야기는 질질 끄는 것 없이 좀 빠르다 싶을 정도로 달려간다.
뭐 어차피 이 나라 어딘가에는 그 독재자의 호를 딴 공원이 세워지고, 그가 졸업했다는 고등학교에는 자랑스러운 선배로 소개되고, 사관학교에 가서 생도들의 경례를 받는 것이 뭐가 이상하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잔뜩 있으니까.. 그런 멍청하고 한심한 사고에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들은 뭘 보고 읽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상식적인 사람들에게는 꽤나 의미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제작단계부터 외압을 받았다는 이 영화가 꼭 흥행했으면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