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재건축을 앞둔 한 허름한 연립주택에서 한 여중생(여선)이 살해를 당한다. 죽은 소녀의 엄마는 매일 저녁 죽은 딸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공포에 질려 있고, 이웃 주민들과 주변 사람들도 대놓고 말은 못해도 다들 찜찜한 감을 어찌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빌라에 사는 한 사내가 수상하게 보였지만, 다들 자기와 직접 관련되지 않았기에 그냥 넘길 뿐. 사람들이 자꾸만 자신의 주변을 따라다는 듯한 느낌을 받은 사내는 여선과 꼭 닮은 수연이라는 아이를 죽이고 동네를 떠나기로 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진행하지만, 이번엔 이웃사람들이 있었다.

 

 

 

2. 감상평 。。。。。。。     

 

     개봉하고 얼마 안 돼 보려고 했지만, 같이 보려 했던 친구가 범죄스릴러는 싫다고 해 단념했던 영화. 좀 늦게라도 보려고 했으나 이미 극장에서 내려버렸고, 이제야 다운받아 집에서 보게 됐다.

 

 

     한 편의 작품을 그리기 전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구성을 완전히 마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하는 만화가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니 만큼, 기본적으로 인물들의 성격이나 이야기의 논리구조, 흐름만큼은 탄탄하게 보인다. 이래서 강풀의 만화를 좋아하는 거고, 영화로 제작되면 거의 빼지 않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죽은 뒤에도 열흘이 넘게 저녁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딸이라는 약간은 으스스한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정작 가장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남의 일에 신경 쓰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게 밝혀진다. 이웃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 그저 자기 가족, 자기의 삶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며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로 문제라는 것. 영화 후반부에서 그들이 아직은 살아 있는 수연이에게 관심을 갖기로 마음먹으면서 더 이상의 피해자는 생기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영화가 이야기 하는 건 무관심의 무서움과 관심의 힘.

 

 

     갈수록 흉포한 범죄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안전망이 망가져버렸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고, 그 원인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웃에게 관심을 둘 시간 따위는 낭비처럼 여겨진 덕택이다. 사실 뭐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윗집에 사는 아가씨들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까.(아랫집 아주머니는 가끔 인사하지만 그게 전부다;;) 뭐 요샌 아예 그런 이웃들이 범죄의 주동자가 되기도 하는 마당이니 말 다했다.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경찰력의 확대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지만, 건전한 이웃 공동체의 회복이 그리 쉽지만은 않으니..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이를 테면 웹툰을 볼 때도 느꼈었지만, 영화로까지 만들 땐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이 분명치 않아 집중도를 좀 떨어뜨리기도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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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2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운받아 놓고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노란가방 2012-10-23 15:59   좋아요 0 | URL
네, 나름 생각할 것들이 보이는 영화에요. ^^
 
제국과 천국 - 세상을 뒤집은 골로새서 다시 읽기
브라이언 왈쉬 & 실비아 키이즈마트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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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골로새서의 현대적 탈굼을 시도한 책이다. 탈굼이란 일종의 번역인데, 단순히 문자 대 문자 식의 직역(直譯)이나 의미 대 의미의 의역(意譯)의 차원을 넘어서 원문을 번역 당시의 시대의 용어와 개념으로 설명하는 일종의 창의적인 해석과정을 의미한다. 최근에 유진 피터슨이 낸 ‘메시지 성경’이 그 좋은 예다.

 

     저자들(둘은 실제 부부다)은 로마 제국 산하에서 새롭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로 한 어린 공동체에 바울이 보낸 편지인 골로새서가, 오늘날 힘의 원리로 특징 지워지는 제국주의적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실제적 의미가 있는지를 추적해나가고 있다.

 

 

2. 감상평 。。。。。。。   

 

     성경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책이 자신의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지(‘주었는지’가 아니라)를 물어보면 몇 가지 ‘영적인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침들을 얻었다는 것 정도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여전히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경은 영적이고, 도덕적인 문서일 뿐이다. 과연 성경이 그 정도의 책일 뿐인 걸까?

 

     저자는 이러한 흐름에 정면으로 반대하며 매우 도발적인 이 책을 써내려 간다. 이 책에 따르면 골로새서는 무력에 의한 평화, 약자(노예와 여성, 아이들과 가난한 이들)의 희생 위에 선 번영, 황제에 대한 절대적인 우상화가 널리 퍼져 있던 당시 사회의 정치, 문화 전반에 대한 혁명적인 요구를 담고 있는 소책자라는 것. 당연히 이런 폭발력 있는 문서를 오늘날 제대로 읽어나간다면, 그 때와 매우 유사한 오늘날의 상황(소비지향적인 문화와 약자들에 대한 폭력 위에 서 있는 번영의 신화, 극단적인 상대주의로 인한 포스트모더니즘적 혼란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급진성을 담은 문서로 읽혀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성경을 살아 있는 말씀으로 제대로 읽어내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좋은 책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나 미국의 패권주의, 나아가 더 많은 물질을 누리는 것을 좋은 것(심지어 옳은 것)으로 가르치는 자본주의적 교리와 신보수주의적 정책들에 대한 저자의 직접적인 비판과 공격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성경의 내용을 좀 더 영적인 문제에 관한 지침으로만 읽어내고 싶은 마음도 들겠지만, 저자의 논리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결코 쉽게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복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습이 고작 교회 건물 사이즈를 늘리는 것에 머물 수는 없는 게 아닌가.

 

     다만 책이 읽기에 쉽지는 않은 게, 생각보다 좀 어려운 이론적 설명이 자주 보인다. 그리고 물론 골로새서 본문이 주가 되고 있긴 하지만, 그보단 좀 더 넓은 문맥에서 성경을 고찰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종종 골로새서의 문맥을 놓치는 경우도 있고, 골로새서 자체를 연구하는 데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독자에겐 약간의 목마름도 느껴질 수 있겠다.

 

     성경의 역동성을 잘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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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오직 수학의 완전함에서만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아온 석고. 어느 날 옆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소리를 듣게 되고, 평소 몰래 마음에 두고 있었던 화선이 그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기로 한 석고. 경찰은 그가 만들어 놓은 트릭에 걸려 좀처럼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지만, 석고의 친구이자 끈질긴 형사인 민범은 조금씩 진실에 접근해나가기 시작한다. 곧 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석고의 마지막 계획이 시작된다.

 

 

 

 

2. 감상평 。。。。。。。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수학에 빠져 외톨이처럼 살아가는 주인공이니, 점심마다 먹을 도시락을 사는 가게니 하는 왜색이 좀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감독의 연출력이 동원돼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한국식으로 연착륙하지 않았나 싶다. 감독은 일본 특유의 자극적인 연출이나 감정과잉을 적절하게 조절해낸다.

 

 

     영화는 두 개의 축 - 화선과 석고의 미묘한 감정, 그리고 석고와 민범 사이의 트릭 풀이 -을 가지고 진행되는데, 당연하게도 이 둘 모두에 관여하는 석고 역의 류승범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 이 영화에선 기존의 깐족거리는 면이 전혀 없이, 약간은 음울하면서도 혼자 모든 것을 계산하고 묵묵히 자신의 계획을 실천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잘 표현해 낸다. 일부 사람들은 그의 답답한 모습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뭐 그렇게 연출된 거니까 그만큼 연기를 잘 했다는 뜻도 되겠다. 다만 극의 후반으로 가면서 트릭풀이보다는 종속적인 사랑이야기로 급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상대의 범죄까지도 덮어주는 게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전해져오지만, ‘사랑은 모든 허물을 용서해 줄 수 있고 모든 허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할 수 있지만, 그 허물을 없애 주겠다는 결심을 접지는 않는다’는 C. S. 루이스의 말이 내겐 좀 더 타당하게 느껴진다. 어찌됐건 사랑하기 때문에 한 일이니 괜찮다는 식은 곤란하니까.

 

     배우들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력만큼은 볼만했던 영화. 근데 개인적으론 일본식 영화는 아주 예쁜 장면들이 아니라면 잘 공감이 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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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2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계속해서 복음을 전파하라.

그리고 필요하다면 말을 사용하라.”

 

-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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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벽
진가상 감독, 손려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시종 한 명을 데리고 상경하던 주효렴. 우연히 들어간 오래된 절 안에서 선녀들이 그려진 벽화를 발견하게 되고, 어느 순간 그는 벽화 속 여인(무단)을 직접 만나게 된다. 그렇게 여자들만이 살아가는 신비한 세계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만, 그 세계를 다스리고 있는 여왕의 눈을 피해 곧 다시 현실세계로 나오게 된다. 못내 무단을 잊지 못하고 다시 돌아간 효렴은 그녀가 자신 때문에 곤경에 처했음을 알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여왕의 2인자이자 그 역시 효렴을 연모하게 된 작약은 무단을 구하기 위한 모험에 함께 하기로 하는데.. 과연 이 삼각관계는 어떻게 풀릴 것인가.

 

 

 

 

 

2. 감상평 。。。。。。。   

 

     중국 고대 기서들에 나오는 듯한 인간과 선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콘셉트에,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훨훨 날아다니는 처자들, 약간은 맹하지만 의협심만은 강한 남자 주인공까지.. 전형적인 중국 환타지의 공식을 따라간다. ‘화피’나 ‘천녀유혼’ 시리즈가 약간 생각나기도 하고. 이 영화만의 독특한 캐릭터나 특징을 드러내기에는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문득 영화를 보다가 딴생각이 들었는데, 여학생들만 사는 기숙사에, 깐깐한 사감, 그런 사감을 돕긴 하지만 착한 학생대표, 그리고 이 기숙사에 몰래 침입해 민폐를 끼치는 남학생이라는 구도가 그것. 여자 기숙사에 대한 감독의 동경이 만들어낸 영화인건가.;; 재미있는 건 그렇게 며칠 만났다고 사랑에 빠져서 목숨까지 아끼지 않겠다고 뛰어, 아니 날아다니는 아가씨들과 남학생들인데, 진정한 사랑 운운하기엔 좀 짧지 않나.

 

 

     실제로는 열 살 가까이 어린 무단 역의 배우 정상과 미묘한 삼각관계 연기를 펼치는데도 전혀 뒤리지 않는 손려의 미모가 가장 인상적이랄까. 시종일관 딱히 외모 말고는 하는 일 없이 돌아다니기만 해도 여자들이 저절로 따르는 남자 주인공은 참 세상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저절로 떠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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