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 동화에 숨은 역사 찾기
박신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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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서양의 명작동화들을 다시 읽어 내는 책. 저자는 각 이야기들의 이면에 감춰져 있는 역사적 배경들을, 순수한 호기심을 따라 파고 들어간다. 왜 빨간 구두와 빨간 머리가 유럽에서 미운 털이 박히게 되었는지, 옛날이야기들마다 등장하는 많은 왕자와 공주들은 대체 어디서 다 온 것인지, 그리고 마지막 수업에서 한없이 미화되고 있는 애국심의 진실은 무엇인지 등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2. 감상평    

 

     아쉽게도 저자처럼 어렸을 때 세계 명작 동화 전집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덕분에 어린 시절 이미 다 떼었어야 했을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되는) 명작동화들을 한 번에 섭렵하지는 못했다. (아마 그 시기 어린이학습대백과사전을 1권부터 읽고 있었던 기억이...;;;) 그래도 책에 소개되고 있는 것들이 워낙에 유명한 작품들이기 때문인지, 다른 방식으로 (예를 들면 ‘플랜더스의 개’나 ‘빨간 머리 앤’ 같은 경우는 만화영화로, ‘큰 바위 얼굴’ 같은 건 교과서를 통해) 거의 대부분 접해본 작품들이라 아주 처음보는 것처럼 생소하지는 않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저자는 호기심을 따라 명작 동화들을 다른 방향에서 읽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덕분에 책의 내용은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고, 또 호기심이라는 게 한 번 필이 꽂히면 종종 꽤나 깊은 데까지 들어가곤 하듯, 책에 담긴 내용도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교양으로 알아둘 만한 것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다만 역사서로서의 연구보다는 저자 자신도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 에세이’의 성격이 좀 더 강하기 때문에, 종종 나이브한 이해를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추악한 기독교인의 이중성에 대한 고발’을 하려 했다는 부분(73)을 보자. 이런 논리가 나온 배경은 작품 속의 등장인물 중 하나(판사 포오셔)가 기독교인이고, 그가 유대인인 샤일록에게는 무관용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건 그냥 작품 속 인물에 관한 평가일 뿐이고,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선 그 시대 실제 시대상에 관한 연구나 조사결과가 덧붙여져야 하지 않을까. 또, 그냥 쭉 설명하며 넘어가는 부분이긴 하지만 ‘칼뱅주의 교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예정설’이라는(166) 설명이나 그 영향에 관한 부분 역시 사실관계를 좀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전체가 주는 재미와 유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다. 특히 ‘마지막 수업’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괜찮은 역사 에세이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덧. 이 책을 쓴 저자랑은 『100인의 책마을』이란 책에서 같이 원고를 실었던 인연도 있다. 기획회의 같은 걸 하면서 직접 만난 적이 있었는지는 가물가물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무럭무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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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 - 호메이니의 삶을 통해 본 이란 현대사
유달승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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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이란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혁명을 통해 근대적인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호메이니의 삶을 따라가면서 격동적이었던 이란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책이다. 실제로 이란에서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던 저자는, 서구 중심의 이란이해나 평가에서 벗어나, 우리의 입장에서 이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학술적으로도 의미 있는 책을 써냈다.

     책은 물론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쓰였으니 만큼 근현대사 위주이긴 하지만, 과거 없는 현대 이란인이 있을 수는 없는 법. 현재의 이란 지역에 존재했던 과거의 여러 왕조들의 성격과 영향들, 그리고 이슬람교 내부의 분화에 관해서도 함께 설명되어 있어서 이란이라는 나라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 감상평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거의 철저하게 ‘미국의 시각’으로만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11). 중동지방의 석유를 지배하려는 미국으로서는 자신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이란이 못마땅하고,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이제 딱 하나의 카드, 전쟁만 남았다) 그들을 비난하고, 낙인찍고, 압박해왔는데, 그런 시각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이식되어 왔던 것이다.

 

     호메이니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시각이 적용되어 왔다. 이슬람교 성직자로서, 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물론 ‘이슬람공화국’이라는 정체政體는 서양의 공화정, 혹은 공화국과는 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을 수립한 혁명의 영웅이라는 이란 내부의 주류적 견해는 거의 알 바가 없었고, 강력한 반미주의자이자 독재자, 혹은 종교를 최우선에 두는 시대착오적인 인물 정도의 견해가 그나마 조금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이 아니었을까.

 

 

     이란 작가들이 쓴 책들이 우리나라에 직접 소개되는 일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 청춘의 한 시간을 그 땅에서 보냈던 한국 저자가 호메이니와 이란에 관한 책을 썼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호메이니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나 미화 대신, 제3자의 입장에서 그의 행적과 업적, 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그의 한계와 실정(예컨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처형) 등을 아우르며 책 한 권에 담아내고 있다.

 

     꽤 재미있게 읽었고, 동양사와 서양사 사이에 주목받지 못했던 중앙아시아와 중동지방의 역사를 좀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겼다.

 

 

     참, 책은 이슬람교의 신을 ‘알라’라고 번역하는 대신 ‘하나님’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뭐 종교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비교종교학자들이 보기에는 두 이름이 별 차이가 없어 보이고, 사실 같은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상당히 ‘종교감수성’이 떨어지는 인식이다. ‘하나님’이라는 용어는 한국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표현이다. 최근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같은 곳에서 ‘알라’를 ‘하나님’으로 번역하고 있고, 아마도 이 책의 저자나 출판사도 그런 견해를 그대로 수용한 것 같은데, 점잖은 일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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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삐라로 묻어라 - 한국전쟁기 미국의 심리전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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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통상 6.25, 외국에선 ‘한국전쟁(Korean War)’으로 불리는 3년여 간의 전쟁기간 동안 한반도 전역에 뿌려진 삐라는 무려 40억장이 넘는다고 한다. 지구를 열여섯 바퀴, 한반도를 서른두 번 덮을 수 있다는 이 엄청난 양의 삐라들은 그 내용도, 주제도 다양했다. 이 책은 전쟁 당시 심리전 기구들의 구조와 삐라의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삐라들의 내용을 직접 살피면서 그것들이 상징하는 바와 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풀어낸다.

 

 

2. 감상평 。。。。。。。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졌던 초반부를 지나서, 본격적으로 삐라들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그 함의들을 풀어내는 부분에 이르면서 다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적들의 사기를 꺾고, 아군과 주민들에게는 반대로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1950년대에 사용했던, 조금은 촌스러운 이미지들과 내러티브들을 많은 도판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책의 성격은 연구서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많은 자료들을 기준에 따라 잘 정리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로 된 문서들의 우리말 번역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문법에 어긋나는, 조금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이 자주 보이는 게 좀 아쉽다.) 책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저자는 자료의 해석에 있어서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넣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종종 생뚱맞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삐라에서 페미니즘적 주장을 이끌어낸다거나(172), 삐라의 교과서로의 침투를 언급하면서 당시 정부의 교육정책을 파시즘으로 몰아가거나(313) 하는 부분들은 해석에 있어서 지나친 주관의 개입이 아닌가 싶다. 우선 가끔 언급이 되고는 있지만, 선전전이라는 것이 상호적이기 마련인데도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 쪽의 선전물에 대한 깊은 분석 없이 이쪽의 삐라 내용들만을 문제 삼는 것은 공평치 못하고, 나아가 전시라는, 당시의 상황에 대한 고려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적의 무릎까지 쌓일 정도로 눈처럼 수북하게 쌓였다는 삐라의 이미지는, 60년 전에도 선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가를 보여준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특정한 메시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 어떻게 세뇌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방송매체들이 거의 없었던 그 시대, 더구나 전시에 삐라만큼 유효한 선문매체도 없었던 당시니만큼, 삐라의 양을 두고 낭비니 뭐니 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뭐 매체만 달라졌을 뿐,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의 광고와 선전들을 접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니까.

 

     중요한 건 역시 그렇게 노출된 메시지들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온갖 선동과 조작들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도, 전달된 메시지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독해력과 최소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릴 수 있는 정의감이야 말로, 오로지 돈을 두고 벌어지는 또 하나의 전쟁을 겪어내는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많은 도판들이 실려 있어서 관련 연구를 하거나 정보를 찾아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책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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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강의 - 지상 최고의 기회주의자, 조조의 재발견
위타오 지음, 황보경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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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삼국지의 대표적인 영웅 중 하나인 조조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여러 평가가 있어 왔다. 진수가 썼다는 ‘연의’ 이래로 오랫동안 민중들에게는 ‘우리 편’으로 여겨졌던 유비를 핍박한 ‘나쁜 놈’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어지러운 시대에 태어나 일부나마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켰던 정치 지도자로 떠받들어지기도 해왔다. 이 책은 그의 일생을 되짚으면서, 자신이 처했던 상황에서 조조는 어떤 선택들을 해왔는가를 찾아보는 몇 개의 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방적인 찬사나 부정에서 벗어나 조조라는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시도한다.

 

 

2. 감상평 。。。。。。。   

 

     사실 큰 기대는 안했다.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는 인물인 이상, 그와 관련한 새로운 자료들이 발견되지 않는 한, 이리 비틀고, 저리 짜내 봐도 큰 틀에서의 완전한 재해석 같은 건 불가능 한 상황이니까. 최근 발견되었다는 조조 무덤 역시 그 실제 당사자가 누군지 아직 분명치 않다고 하고.

 

     책의 내용 역시 그런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좀 더 사료에 근거해 일방적인 찬사나 비난에서 벗어나, 조조를 이상과 현실 가운데서 실용적인 선택을 했던 인물로 묘사하고자 했던 방향은 마음에 들었다. 사실 뭐 그렇게 나쁜 인물이었다면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엇고, 세상물정 모를 정도로 착하기만 했다면 그토록 큰 일을 이루기 어려웠을 테니까.

 

     텔레비전 강의용으로 만든 내용을 책으로 엮었기 때문인지, 자세한 내용들을 일일이 추적해 나가기보다는 조조와 관련된 굵직한 사건들을 언급하고 여기에서 일종의 ‘본’을 약간 언급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삼국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도 내용만 잘 따라가면 조조라는 인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도록 쉽게 되어 있다.

 

     삼국지에 관한 괜찮은 교양서 정도는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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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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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제목처럼 승리자,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패배한 사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패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저자는 그 중에서도 안타깝게 패배했거나,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몰락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뽑아 책을 엮었다.

 

 

2. 감상평 。。。。。。。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승리자들의 뒤에는 그보다 몇 배는 많은 패배자들, 혹은 실패자들이 있었다. 당연히 그들 대부분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당연히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꿈을 꾸고, 종종 영웅시하기도 한다. 성공이 옳은 것이 되어버린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우선 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별로 남아 있지도 않고, 당연히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어려우니까. 이런 차원에서 패배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성공을 숭배하는 분별없는 가치판단을 한 번쯤은 재고해 볼 수 있게 해 주니까.

 

     다만 책이 그런 의도를 충분히 살려내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이다. 앞서 요약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어차피 모든 패배자들의 이야기를 담기에는 불가능한 이상 필연적으로 선별이 개입되었는데, 그 기준이라는 것도 얼마만큼 성공에 가깝게 다가갔었느냐 인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결국 패배자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성공주의적 가치관이 짙게 남아 있는 모양이다. 굳이 패배자를 들먹였던 이유가 뭔지. 책 속엔 딱히 ‘위대한’ 패배자의 이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 우선 ‘위대한 패배자’가 어떤 사람들을 가리키는 지도 불분명하고...

 

     의욕은 좋았지만, 먼저 서술과 선별에 있어서 저자 스스로의 분명한 판단 기준을 세우는 게 먼저였다. 이 부분이 잘 안 되니 갈수록 서술의 방향이 불분명해질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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