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삐라로 묻어라 - 한국전쟁기 미국의 심리전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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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통상 6.25, 외국에선 ‘한국전쟁(Korean War)’으로 불리는 3년여 간의 전쟁기간 동안 한반도 전역에 뿌려진 삐라는 무려 40억장이 넘는다고 한다. 지구를 열여섯 바퀴, 한반도를 서른두 번 덮을 수 있다는 이 엄청난 양의 삐라들은 그 내용도, 주제도 다양했다. 이 책은 전쟁 당시 심리전 기구들의 구조와 삐라의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삐라들의 내용을 직접 살피면서 그것들이 상징하는 바와 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풀어낸다.

 

 

2. 감상평 。。。。。。。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졌던 초반부를 지나서, 본격적으로 삐라들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그 함의들을 풀어내는 부분에 이르면서 다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적들의 사기를 꺾고, 아군과 주민들에게는 반대로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1950년대에 사용했던, 조금은 촌스러운 이미지들과 내러티브들을 많은 도판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책의 성격은 연구서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많은 자료들을 기준에 따라 잘 정리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로 된 문서들의 우리말 번역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문법에 어긋나는, 조금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이 자주 보이는 게 좀 아쉽다.) 책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저자는 자료의 해석에 있어서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넣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종종 생뚱맞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삐라에서 페미니즘적 주장을 이끌어낸다거나(172), 삐라의 교과서로의 침투를 언급하면서 당시 정부의 교육정책을 파시즘으로 몰아가거나(313) 하는 부분들은 해석에 있어서 지나친 주관의 개입이 아닌가 싶다. 우선 가끔 언급이 되고는 있지만, 선전전이라는 것이 상호적이기 마련인데도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 쪽의 선전물에 대한 깊은 분석 없이 이쪽의 삐라 내용들만을 문제 삼는 것은 공평치 못하고, 나아가 전시라는, 당시의 상황에 대한 고려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적의 무릎까지 쌓일 정도로 눈처럼 수북하게 쌓였다는 삐라의 이미지는, 60년 전에도 선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가를 보여준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특정한 메시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 어떻게 세뇌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방송매체들이 거의 없었던 그 시대, 더구나 전시에 삐라만큼 유효한 선문매체도 없었던 당시니만큼, 삐라의 양을 두고 낭비니 뭐니 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뭐 매체만 달라졌을 뿐,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의 광고와 선전들을 접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니까.

 

     중요한 건 역시 그렇게 노출된 메시지들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온갖 선동과 조작들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도, 전달된 메시지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독해력과 최소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릴 수 있는 정의감이야 말로, 오로지 돈을 두고 벌어지는 또 하나의 전쟁을 겪어내는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많은 도판들이 실려 있어서 관련 연구를 하거나 정보를 찾아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책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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