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시작 - 노무현에 관한 첫 구술기록집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생각의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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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업을 시작하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게 된 시기, 그와 함께 했거나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목차를 따라 크게 세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연대순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활동하던 초기, 부림사건으로 민주화운동에 눈을 뜬 시기, 그리고 노동전문변호사로 탄압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러 나섰던 시기가 그 대상이다. 구체적인 연대로는 1978년부터 1987년까지의 기록.

 

     각각의 시기마다 서너 명의 증언들을 실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 경험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특별한 과장 없이 최대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2. 감상평 。。。。。。。

 

    ‘노무현재단 첫 구술기록집이라는 부제와 ‘1978년부터 1987년까지라는, 이 책에서 다루는 시기에 대한 한정구는 이 책이 앞으로 나올 시리즈의 한 권이자 첫 번째라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책 제목(노무현의 시작’)부터 이런 점을 보여주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이 책은 크게 세 시기를 다루고, 각각의 시기마다 서너 명의 증언들을 담고 있다.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대한 증언들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편집상의 실수나 기획의 문제라고 보는 건 한편만 본 견해다.

 

     사실 엄밀히 말해 동일한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사건이라고 해도 지켜보는 위치와 상황, 입장에 따라서 미세한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고, 목격자들은 종종 그런 기억들이 실마리가 되어서 사건에 대한 전혀 다른 양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억의 실수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비슷한 서로 다른 자리에 있던 증인들의 기록을 모으는 것은 사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다.

 

     또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일종의 사료편찬을 위한 작업으로 나온 책인지라, 다루는 시기를 늘려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땠느냐는 비판 역시 적절치 않다. 그런 작업은 추후 시리즈로 나올 책들을 통해 보면 될 일이다.

 

 

     단순히 대통령 노무현만 아는 독자에게, 그의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노무현은 그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튀어나와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런 시기에 용공조작, 노동탄압과 같이 자신에게 별 이익이 되지도 않을, 도리어 위험할 수도 있는 사건들에 발 벗고 나서서 약자들과 함께 하려고 애썼던 인물이었다. 수십 년을 인권변호사로, 또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일관된 행보를 보여 왔던 그의 행적을 알지 못하면, 그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매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는 이념을 파먹고 사는 운동가가 아니었다. 책 속에서도 언급되듯, 그는 어찌되었든 일은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실용적인 사고를 가지고 살던 인물이다. 그런 상식적인 사람이 보기에 워낙에 말이 안 되는 짓들이 일어나는 세상이니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는 공감할 줄 아는 대통령이었다.

 

    이런 사람이 나왔으면, 마땅히 그 후에는 좀 더 나은 인물들이 바통을 이어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독재정권의 시녀로, 혹은 검은 돈의 대가로 비호를 받으며 호의호식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 이즈음을 보면, 과연 역사는 발전하고 있는가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 변호사가 애써 싸웠던 상황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기까지 하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우리에겐 여전히 노무현 같은 인물들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정파로서의 친노니 하는 것엔 별 관심이 없다. 꼭 어떤 계파에 속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가진 것을 털어서 약자들을 위로하고 작은 승리라도 손에 쥐어줄 수 있는 그런 능력 있는 사람, 그게 아니라면 그냥 화 낼 힘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대신해 소리라도 쳐 줄 수 있는 사람이인 거니까. 현실 정치가 이 소박한 기대를 배신하고 있는 동안, 사람들은 계속해서 노무현을 추억할 것 같다.

 

 

     일찍부터 권위주의 따위는 키우지 않았던 노무현 변호사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 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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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되지 않을 자유
임태훈 지음 / 알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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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책머리에서, 완전한 디지털 세계가 구축된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 현재의 세계 이상을 떠올리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음을 지적한다. 마치 양계장에서 태어나 한 번도 밖에 나가보지 못했기에 문이 열려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닭과 같다는 리얼한 비유와 함께.

 

     그렇게 사람들이 다른 세계를 상상하지 못하는 사이, 사람들은 점점 세계가 원하는 모습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이른바 호모 익스펙트롤(Homo Expectrol. expect + control). 그리고 이 상황의 중심에는 이른바 빅 데이터가 있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디지털화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빅 데이터를 이용한 사업은 번창하고, 이는 다시 또 인간들을 그 데이터에 맞는 삶을 살도록 만들기까지 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빅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거대자본 세력이 미리 구축해 놓은 길을 따라가지 않는 대안적 삶의 필요성과 그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있다.

 

 

 

2. 감상평 。。。。。。。

 

     책 제목이 흥미로웠다. ‘검색되지 않을 자유.. 우리의 삶이 지나치게 인터넷 상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한 피해들을 고발하면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그런 책인 줄 알았다. 물론 아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책은 그보다 훨씬 큰 철학적 주제를 말하고 있었다. 책에 등장하는 세부 소재들만 해도, 의료(2), 생활유형에 관한 논의(3-4), 건축(5-6), 음악과 음향(7-8) 등 퍽 다채롭다. 확실히 이 문제는 우리 삶 전반을 다루는 것이니까.

 

     빅 데이터를 이용한 기술이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 주지만, 동시에 사람들을 특정한 유형에 맞춰 살도록 유도(혹은 강요)한다는 지적은 날카로웠다. 실제로 이미 우리는 비슷비슷한 아파트에 살면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는 모두 머리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등, 갈수록 획일화되어 가는 세상을 목격하고 있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건 단지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기획과 의도 때문이었다. 이른바 정보자본주의..

 

     문제는 단지 삶의 패턴이 일정해진다는 것에 있지 않다. 전형적인 삶은 전형적인, 그리고 예측하기 쉬운 생각을 만들어 내고, 이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휘둘리기 쉬운 사회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니까. 언젠가 민주사회는 사라지고 결국 메트릭스를 비롯한 수많은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내다본 것과 같은 독재사회도 그리 먼 훗날의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책이 꽤나 다양한 분야의 (조금은)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몇 개의 장들에서는 흥미가 좀 떨어진다. 무엇보다 관련 분야에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있다고 전제하고서 그냥 내용을 진행해버리니, 나 같은 문외한은 좀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면, 충분히 책의 논지에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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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 2015-07-0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노란가방 2015-07-08 18:31   좋아요 0 | URL
중간에 살짝 지루해지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전체를 놓고 보면 괜찮은 책입니다.
 
샤먼문명 - 별과 우주를 사랑한 지동설의 시대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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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동서양의 방대한 유물 자료들을 수집한 저자는 샤먼문화가 고대 동서양에 걸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뭐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도 충분히 인정되는 설명이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한두 발 더 나간다.

 

     우선 이 책의 제목처럼 샤먼문화가 단지 문화적 양상을 넘어서 (상당한 정도의 교리적 체계 가지고 있는) 하나의 문명을 형성했으며, 여기에는 상당히 과학적인교리들(지동설이라든지 별자리의 움직임을 반영한 무구라든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몇 발 뜀뛰기를 시작하더니 동서양의 고대문명을 아예 사면문명의 발명품 정도로 이해하려는 시각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엔 저자의 전작 샤먼 제국에서 주장했던 시각 - 동서양 역사의 뒤섞어 하나의 문명(사실 이 책에선 그냥 하나의 나라로까지 만들어버리긴 했다.)으로 묶어버리려는 까지 살짝 엿보인다. 결국 태초에 샤먼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

 

 

2. 감상평 。。。。。。。

 

     사실과 진실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후자가 실제로 있었던 일 그 자체를 가리킨다면, 전자는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틀 안에서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사실을 통해서 진실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는 필연적으로 나의 해석(그리고 선입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게 역사탐구에는 종종 심각한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걸 이 책의 저자인 박용숙 전 교수는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오늘날 랑케식의 실증주의적, 나아가 있는 그대로를 기술하는 것이라는 관점은 철지난 역사관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창의적인 해석을 내놓는 게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과학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고대 샤먼들이 과학적인 사고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저자 자신은 물론 출판사의 책소개에도 이 책이 과학적탐구를 담고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이르는 말이다. 역사가 과학적으로 탐구되는 완전히 객관적인 무엇이라고 생각했던 랑케의 의식을 반영하는 걸까? 그런데 책의 내용은 그와는 반대이니 아이러니할 수밖에..

 

 

     전작에서도 반복적으로 사용되던 증거였던 발음상의 유사성은, 이번 책에서도 주요한 증거로 제시된다. 예컨대 저자는 동양에서 머리에 쓰는 은 무속의 굿과 연관이 되고, 이는 다시 영어의 ‘god’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241). 물론 이건 부여의 대소왕이 페르시아의 다리우스왕과 동일인물이라는 전작의 설명 정도는 아니나, 과연 이걸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또 형태상의 유사성 역시 중요한 증거라고 본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형태상의 유사성은 , , 같은 매우 단순한 형태의 기호들이다. 하나의 선 위에 다른 선을 더하기만 하면 만들어지는 이런 기호들은 그저 곳곳에서 서로 관계없이 그려졌을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을까.

 

     책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금성 이데올로기도대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어떤 것에 이데올로기라는 명칭을 붙이려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큰 문명사적 영향력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이건 단순히 어떤 상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수준을 넘어서, 그것이 사람들의 정신적, 물질적 세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이 책의 금성 이데올로기는 여러 지역에서 삼각형의 도상이 사용되었다는 것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물론 이 책은 한민족이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모두를 합한 개념으로서의) 아시아의 중심이었다고 주장하던 전작의 과도한 민족주의적 시각을 정면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이번에는 그 중심에 샤머니즘이 있었고, 샤머니즘이 하나의 사원국가형태로(275) 아시아와 (이번에는) 유럽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제국을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제국은 단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듯하다. 중세 유럽에서나 볼 법한 기마무사가 훨씬 이전의 고구려 고분에 그려져 있는 게 그 증거라는(305) 설명은, 제국이 무력까지 행사할 수 있는 실제의 국가라고 보는 듯하다.

 

     중국정부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정부의 임나일본부설도 이런 식으로 주장되지 않았을까. 적은 문헌자료와 사연이 정확히 적혀 있지 않은 유물들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 그리고 여기에 역사에 특정한 관점을 부여하려는 강력한 동기.

 

 

     동서양의 다양한 유물들의 사진을 한 권의 책 안에 (그것도 상당히 많은 컬러 도판으로) 모아놨다는 점은 분명 이 책의 공헌이다. 저자의 중후반 결론부의 과도한 감정이입(이 부분은 사실보단 감정의 문제인 듯)을 뺀다면 모음집으로서의 이 책의 장점은 그대로 남는다. 그런데 이 부분 역시 생각해 보면 전작에 대한 내 서평의 마지막 부분 -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 살았던 고대인들에게 때때로(‘항상이 아니다) 나타나는 매우 놀라울 정도의 공통적 기억에 관한 발견과 그 자료들에 대한 매우 견실한 수집이 이루어졌다‘ - 이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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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의 천재들
신원동 지음 / 북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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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15세기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피렌체를 중심으로, 그 유명함 메디치 가문의 통치자들, 그리고 그들의 후원을 받아 기량을 뽐냈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 시대의 또 다른 천재들인 라파엘로 등의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업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실 책 전체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미켈란젤로다. 저자는 그의 출생과 어린 시절, 그리고 왜 그토록 그가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남긴 위대한 작품들이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는지 등을 가상의 대화까지 섞어가며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중간에 한 챕터에 걸쳐 레오나르도에 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수성가형 예술가였던 미켈란젤로와는 달리, 아버지의 든든한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물론 합법적인 혼인의 결과로 태어난 게 아니라는 게 함정..;) 작업 활동을 하며 어떤 의미에서 귀족적인 정신과 태도에서 나온 창의적 능력을 보여줬던 인물.

 

     또, 물론 책 전체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설명되고는 있지만, 후반부의 몇 장에는 메디치 가문에 속한 남녀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2. 감상평 。。。。。。。  

 

     저자는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이 이루어졌던 그 시기 전반을 다루려는 게 아니라, 예술 분야에 집중하려는 자세는 좋은 선택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책 자체의 분량도 훨씬 늘어났을 테고, (이 책의 문장력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아마도 서술의 길을 완전히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책은 미켈란젤로라는 천재적 예술가의 삶에 대해 그다지 군더더기(낯간지러운 과장된 찬사나 지나치게 까칠한 자칭 분석적인 태도) 없이 잘 설명하고 있다. 관련분야의 종사자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책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의 이면에 감춰진 강박적 성격과 태도는 눈길을 끈다.

 

     또 책 곳곳에 실려 있는 컬러도판과 여유 있는 편집은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만든다. 눈에 피로도 적고, 가끔씩 쉬어가는 그림까지 보는 기회가 있으니.

 

 

     다만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 좀 어수선하다는 점과, 전문적인 저자로서의 내공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인지 문장들에서 깔끔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약점. 책 제목과는 달리 위에서도 언급했듯 미켈란젤로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비중 때문에 다른 천재적 예술가들은 간략하게만 언급되고 넘어간다. , 자주 사용되는 대화 구성기법은 사실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애초에 이 책이 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이런 구성은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면 책의 분위기를 깨고 만다.

 

     저자가 역사가가 아니라는 점은, 당시 상황에 대한 정밀하지 못한 설명들로 나타나고 만다. 엄밀히 말해 메디치 가문은 을 자칭하지 않았고(메디치 가문의 수장들은 공작, 혹은 통령으로서 다스렸지 결코 한 명도 왕을 자칭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위대한 로렌초로렌초 대왕으로 번역하면서 세종대왕과의 유사점을 찾는(둘 다 대왕으로 불렸다’) 부분은 넌센스다. 또 단테에 관한 설명(181)에서 백색당이었던 그가 축출되는 과정을, (정적인 흑색당에 의해) ‘흑색당이 괴멸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아마도 백색당이 괴멸되었다고 쓰고 싶었던 듯?) 사실관계의 오류까지 있다.

 

 

     전반적으로 교양서적 수준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읽어내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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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바고 문화사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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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담배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그 약효가 주목을 받았다. 가래를 가라앉히고, 소화를 돕고, 속을 안정시켜준다는 식의 담배의 효능에 대한 믿음이 그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 비교적 근래에 들어온 이 새로운 작물은 곧 전국으로 퍼져 단숨에 제일 가는 기호품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잘 아는 인물들 중에 정조는 이름난 골초로, 심지어 책문을 통해 담배의 유익에 대해 써 내라는 질문(으로 위장된 옹호론)을 하기도 했고, 정조의 심기를 잘 살폈던 정약용 역시 담배 없이는 못 사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 오늘날 담배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골초라는 단어는 청나라의 장군 용골대가 이름난 애연가라는 데서 온 말이라는 설명도 재미있다.

 

     책은 이 외에도 담배가 조선시대 우리나라에서 차지했던 경제적인 가치, 담배를 두고 벌어지는 찬반양론, 문학과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담배의 모습들 등 담배와 관련된 근대 한국의 문화사적, 미시사적 연구를 집대성했다.

 

 

2. 감상평 。。。。。。。  

 

     최근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려서 말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담배를 피지 않고, 오히려 담배 냄새가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지는 사람으로서 딱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없다. 그리고 어차피 담배라는 게 생필품보다는 기호품에 - 그것도 일부에게는 굉장히 불쾌감을 주는 - 속하는 거니까. 비싸서 못 필 것 같으면 이참에 건강을 생각해서 끊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쪽이다.

 

     언젠가 종로에 나갔다가 큼지막하게 금연구역이라고 쓰여 있는 기둥 앞에서 줄지어 담배 연기를 피워대는 무개념 공무원들을 보며, 담배라는 게 사람의 공중도덕심을 약화시키는 뭔가 특별한 성분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객쩍은 생각까지도 했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인식은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자주 떠오르곤 했나보다. 이미 조선시대에도 담배의 약효(?)에 대한 주장 못지않게 그 해악에 관한 각종 주장들도 제기되어 왔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일상 속의 소소해 보이는 소재들을 통해 한 시대를 읽어가는 방식은 확실히 재미가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부분에 상당한 재능을 보여준다) 기존의 편년체적 서술로는 정조의 담배사랑을 다룰 이유도, 여유도 없었겠지만, 담배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옆으로 접근해 들어가면 기존에는 보이지 않았던 역사 속 풍경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공법과는 또 다른 공략방식이고, 여기에 그 공격로가 자신의 관심이 있는 분야라면 더욱 재미있을 터(아쉽게도 내 경우에 담배는 아니었지만).

 

     문화 컨텐츠라는 것도 결국 이렇게 조금씩 더 쌓여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관상을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담배를 소재로는 또 안 될 것도 없지 싶다. 병자호란 이후 중원의 정치적 혼란기와 맞물려 가난했던 조선이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담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은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담배가 가지고 있던 또 다른 의미 역시 상당히 흥미롭다.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또 다른 건축물들을 장식하고 쌓아올리기에도 유용할 듯한 일종의 학문적 벽돌, 혹은 장식물이 될 듯.

 

 

     전반적으로 책은 단단하게 잘 만들어졌지만, 편집상의 실수도 보인다. 218쪽의 대화는 잘못 들여쓰기 된 부분이 여러 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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