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차가운 철제 침대에 누워 수의에 싸이고 있는 저 시신과 내가적어도 한때는 한 몸이나 같았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나의 우주였다. 그런 존재를, 저 육신을, 이제 다시는 볼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하게 시간과 공간의 한 지점을 점령하고 있는 저 육신이 내일이면 몇줌의 먼지로화할 것이다. - P201

 자식이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듯 자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을 만큼 빨치산의 딸이라는 굴레가 무거웠다고, 나는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변명을 들을 아버지는 이미 갔고 나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사라졌다. 그 사실이 뼈아파 나는 처음으로 소리 내 울었다. 아버지를 위한 울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울음이었다. 아버지 가는 길에까지 나는 고작 그 정도의 딸인 것이다. 그런 나를, 생판 - P225

오십년 가까이 살아온 어머니도 아버지의 사정을, 남자의 사정을, 이제야 이해하는 중인 모양이었다. 나 또한 그러했다.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 P249

아버지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 P2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수는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자가 자신의 형제이자 자매이며 어머니라고 말합니다(마 12:50; 막 3:35:눅 8:21). 십자가 곁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가족은 단지 마리아의 안전과 평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 의해서 지속될하나님의 일을 상상하게 합니다. 첫 번째 표적에 등장한 어머니마리아와 마지막 만찬에 등장한 사랑하는 제자는, 이제 십자가에서 하나로 연결되며 예수가 없을 때에도 예수의 일을 드러낼것입니다. - P1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구 결과는 간단했다. 피험자들은 개인적으로 자신과 관련이 없는 주제에 대해서는 주로 교육 문제에 관한 화자의 전문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고, 이 경우 주장의 타당성과 상관없이 ‘전문가의말은 진실‘이라는 규칙을 적용했다. 반면에 개인적으로 자신과 관련이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화자의 전문성과 상관없이 주로 주장의 타당성이 판단 기준이 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르면, 작동하는 위험천만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안전망은 설치해놓는다고 볼 수 있다. 자신과 관련 있는중요한 주제에 관해서는 고려해봐야 할 여러 정보 중 한 가지 유발 요인에 자동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 P38

심리 원칙에 따라 자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인간의 성향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방법은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람들한테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 약해진 자들과 동행하는 삶의 해석학
김혜령 지음 / IVP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마주하며 슬퍼하고 아파했던 경험, 점점 증상이 심해지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 현실을 마주하고 부딪혔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리고 저자의 전공을 살려서 신학적으로 풀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목적없이 배회하는 아버지, 우스꽝스럽게 옷을 입는 아버지, 대소변 실금 증상을 시작한 아버지를 통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당황하는 자신에 대해 나누지만, 동시에 ‘정상성’에 대해 이성적으로 천천히 생각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이 약자에 대하여 준비되어있는 면과 그렇지 못한 면에 대해서 꽤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에 대하여 조언한다. 저자의 솔직함에 감동적이었지만, 동시에 사회적이고, 신학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면서도 쉽게 공감이 되진 않았다. 아마도, 저자 역시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고통, 약자 섬김이라는 주제가 이성으로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신학자가 솔직하게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 들을 수 있고, 우리가 여전히 치매 환자를 비롯하여 약자를 돌아보는 사회적인 대비가 미비하다는 것에 관하여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훌륭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기록
장화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수기. 읽다가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기를 몇번이나 했다. 쓰는 분들은...그들의 삶은? ㅜ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