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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 교회 안의 #미투,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위한 지침서
루스 에버하트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21년 8월
평점 :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에 보면 성폭행당한 여성이 신고하지만, 경찰도, 주변에서도 잘 믿어주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지만, 의외로 그런 일들이 많다고 한다. 결국, 연쇄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중에 주인공의 사건 역시 해결이 된다.
이 책, <우리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그 책의 교회 버전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저자는 용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총을 소지한 강간범들에게 성폭행당한 이야기, 목사가 되고 첫 번째 교회에서 담임 목사에게 강제로 추행당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고발하고, 문제가 공적으로 해결되고, 가해자로부터 최소한의 사과(그것도 간접적인)를 받기까지 길고, 힘겨웠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었던 사람들, 성폭력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교회 안에서 이 일을 접근하고, 처리하는 과정에 2차 가해를 받고, 더욱 고통 받는 이야기들을 해준다. 저자는 마지막에 분명하게 말한다. “교회 지도자들은 성폭행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328) 미국 교회의 현실이 이렇다면, 한국 교회의 현실은 어떨까. 안타깝지만, 비슷하거나, 더 나쁘거나. 최근에 기회가 있어서 교단마다 성폭력 대응 매뉴얼이 있는지를 찾아봤는데, 통합측, 감리교, 기독교 장로회, 성공회 등이 자체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다른 주요 교단들은 그렇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 그만큼 관심이 적다는 뜻일 것이고,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왕좌왕하다가 피해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늘 말하지만, 이런 분야의 책은 지금보다 더 나와야 하고, 훨씬 많이 읽혀야 한다.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챕터 마지막 부분에 저자의 소망이라고 하여 짧은 메모를 적어 놓았다. 몇 가지를 옮겨 본다.
나의 소망
나는 교회가 다말의 질문, “내가 이 수치를 지니고 어디로 가겠느냐”를 듣고 스스로에게 답하길 바란다.
나는 교회가 용기 내어 피 흘리는 여성의 몸을 둘러싼 침묵과 수치를 깨고, 예수님의 옷에 있는 치유의 능력을 흡수하길 바란다.
나는 교회가 성폭력을 당한 취약한 자들을 위해 불의를 고발하는 과부의 끈질긴 에너지를 사용하여 정의를 추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