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서른 두 살의 사토 시게노부는 건축회사에서 일하는 인물이다. 원래는 오사카가 집이지만 직장생활을 이유로 도쿄에 와 있는 상황. 딱히 대단한 비전이나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는 무난한 성격이고, 딱히 악착같이 뭔가를 얻어내려는 마음도 없다. 반복되는 출근길 지하철을 탈 때마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도쿄의 지하철은 오사카보다 너무 볼품없다는 것.

 

     오사카의 출판회사에서 일하는 사토 나카코 역시 서른 두 살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안내서 같은 책자를 제작해주고, 개인적으로는 몇몇 잡지에 맛집 칼럼 같은 글들을 연재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함께 일하고 있는 직장 동료들 사이의 문제와, 집요하게 괴롭히는 진상고객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타는 지하철 안에서 그녀는 매번 자신이 마치 이것저것 잔뜩 담아놓은 장바구니 속 물건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성도 같고, 태어난 날도 같은 두 남녀가 우연히 업무차 만나면서 뭔가 대단한 변화가 생기나 싶었지만, 책 제목을 잊으면 안 된다. “설레는 일, 그런 거 없다”.

 

 

2. 감상평 。。。。。。。

 

     직장생활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묘사가 몰입을 이끌어 낸다. 뭔가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어느 직장에서나 매일 일어날 것 같은 사건들의 연속일 뿐이지만 그게 또 나름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깊은 공감에서 나오는 끌림이랄까.

 

     초중반 까지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의 일상을 세심하게 묘사하면서, 철저하게 직장 이야기인 줄 알았던 소설은, 두 사람이 만나면서 변곡점이 생기나 싶다. 힘든 직장생활이지만 사랑의 힘으로 그걸 극복해 나간다는 익숙한 스토리로 접어드나 싶었던 것도 잠시, 한 시간 여 남짓 한 만남을 끝으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리고, 둘은 여전히 잔뜩 신경 쓰이는 일들 사이에서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이런, 영리한 작가다.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를 읽어 가면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잔잔한 일상을 그린 일본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종류의 작품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다만 뭔가 큰 깨달음이나, 깊은 감정적 요동까지는 바라지 말자. 일상이라는 건 그런 소설 같은 일들 없이 이어져가는 거니까.

 

     덧.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아마도 제목에 끌리지 않았을까. (나를 포함해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8-01-0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가방님, 2017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며 무술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노란가방 2018-01-02 10: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카스피님도 신나는 한 해 보내시길. ^^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줄거리 。。。。。。。

     대대로 필사가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포포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업으로 이어 오던 문구점을 이어받아 필사가의 일을 시작한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문구점에서 다시 대필을 시작한다는 소문을 듣고,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편지를 써 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에피소드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저마다 가지고 오는 사연이 다양하기에, 반복되는 구조 가운데서도 조금씩 변주가 있어, 마치 일일연속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소설의 또 다른 축은 포포와 한 마을에 사는 주변 인물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바로 이웃집에 사는 바바라 부인, 학교 선생님인 빵티’(빵을 잘 굽는 티쳐), 조금은 거들먹거리지만 진중한 맛이 있는 남작등이 자주 등장한다. 대개 이들은 주인공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20대 후반으로 혼자 살고 있는 포포의 일상에 빈틈을 채워준다.

     작가는 가마쿠라라는 유서 깊은 도시의 여름에서부터 이듬해 봄까지 한 해 동안 포포의 뒤를 따라다니며, 인근에 실제로 존재하는 여러 유적지들과 상점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일종의 지역 안내서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역자 후기에 따르면, 실제로 이 책을 보고 가마쿠라 명소 순례에 나서는 사람도 제법 있다고 한다.)

 

 

2. 감상평 。。。。。。。

     무슨 엄청나게 시끄럽거나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관광으로 유지되는 평범한 마을에서 남들이 편지를 대신 써준다. 편지를 의뢰하는 사람들의 성격은 다양하지만, 굳이 편지라는 격식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답게 어느 정도 기본은 지킬 줄 아는 인물들이다. (실제 한적한 문방구에서 일을 한다는 게 어디 그렇게 날마다 새롭고 즐거운 일이기만 할까 싶지만) 덕분에 이야기는 아주 점잖게, 그리고 평온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에피소드들의 연속만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의뢰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 포포의 모습은 성장소설을 보는 것 같다. 특히 주인공 포포가 할머니를 부르는 호칭인 선대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좁혀지는 과정은 볼만한 부분.

 

 

     ​일본 소설답게 온갖 사소한 것들을 명인 수준으로 세세하게 묘사하는 기법이 이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주인공의 직업인 글씨(편지) 쓰기에 관한 온갖 장인정신(?) 그득한 묘사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마니아틱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글씨를 쓰는데 사용하는 필기구부터, 우표에 그려진 그림, 글씨의 진하기에 이렇게 다양한 의미가 배어 있었던 것이었나.

     또, 틈만 나면 가마쿠라 시내의 맛집과 명소들을 찾아가는 게 일상인 포포 덕분에, 마치 관광가이드북을 보는 것처럼 그 지역의 풍속과 역사, 맛집과 같은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점. 좋은 소설 하나가 한 도시에 얼마나 좋은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 이런 게 문학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곳이 작품의 배경이 되고, 일상적으로 지나는 거리와 공원, 식당이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면 일상생활이 참 즐거워지지 않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포포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다. 책 속에는 20대 후반의 여성이라는 설정만 나오고, 외모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되지 않으니까. (의뢰인 중 한 명이었던 옛 친구를 통해 학창시절 포포가 인기도 좀 있었다는 설명도 한 줄 보이긴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은 그만큼 인물이 매력적이라는(혹은 흥미롭다는) 말일 것이다.

     편안하게 읽어 볼만한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을 만큼 힘들면 회사 그만두지그래"가 안 되는 이유
시오마치 코나 지음, 우민정 옮김, 유키 유 / 한겨레출판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1. 요약 。。。。。。。

 

     ​끊임없는 야근과 스트레스, 과로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노동현실은 우리나 일본이나 큰 차이가 없나보다. 이 책은 그렇게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일하다가 극단적인 상황자살이나 질병, 과로사까지에 몰리게 된 이들을 위한 조언을 만화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사람이 너무 힘든 지경에 이르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고, 결국 극단적 상황에 치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런 상황에 이르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 사실 이미 1장에서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내용은 다 제시되고 있다.

     이후 장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징후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조건에 맞추지 않고 나의 삶을 살아가는 일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아직 괜찮아라고 생각할 때 판단하지 않으면 판단 그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들을 들면서 좀 더 버텨야 하는 이유들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이유들이라는 것도 대개는 관성이거나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요구들,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한 우려 같은 것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서 만들어진 것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결단이라는 것.

     물론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다른 데에 간다고 딱히 나아질 것도 없으니, 자신의 경력과 평판을 위해서 라는 이유들은 나름 무게가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위해서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다면,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잠시 다른 사람의 눈총을 받고, 뒷담화를 듣더라도, 그 사람이 내 인생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제한적일 뿐이다.

 

    책임이나 성실이라는 덕목에 대한 집착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덕목들은 다른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 안에서 작동하는 것들이다. 관계설정이 심각하게 잘못된 상황에서, 한편만 일방적으로 책임과 성실, 신뢰를 지키려고 애쓰는 것은 결과적으로 애초에 원하는 유익한 결과를 내기 어려울뿐더러, 그저 자기만족으로 그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에서 이렇게 말해주어도, 막상 그 상황에 빠져버린 사람은 혼자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미 괜찮지 않은 상황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 들어가기 전, 수시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혼자가 쉽지 않으면 작은 모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우선 어조가 부드러워서 마음이 간다. 비슷한 내용을 강력한 사회비판적 어조를 가지고 전달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뭔가 대단한 비판이나 분석을 하기 보다는, 철저하게 그런 스트레스 상황에 빠져 있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데 좀 더 치중한다. 평범하디 평범한 만화와 함께. 사실 그렇게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식의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당장 내 주변만 하더라도 거의 매일 같이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그 외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가면서. 진작에 이 책을 알았다면, 한 권씩 선물해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후의 경전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자칭 세상의 진리라는 것들을 섭렵하고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대학생 인서는 어느 날 인터넷에서 이상한 사이트를 발견한다. 13이라는 숫자에 감춰진 비밀을 아느냐는 질문만 떡하니 있는 수상한 사이트였지만, 웬일인지 인서는 그 질문에 관심을 보이고, 결국 사이트의 운영자인 나딘이라는 인물과 접촉하게 된다. 나딘은 13, 72, 144 같은 특정한 숫자가 전 세계의 문명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이를 연구해 오던 차였다.

     그렇게 두 사람으로 구성된 비밀 원정대의 모험이 시작되고, 이 과정에서 진도자니 전시안이니 하는 비밀스런 인물의 존재를 마주한다. 우여곡절 끝에 알게 된 내용은, 세상에 카발라와 필적하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경전이 존재하고, 그 경전을 발견하면 카발라를 연구하며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비밀스런 음모를 꾸미고 있는 프리메이슨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최후의 경전을 찾아다니던 끝에 마침내 발견한 것은, 한민족의 고대 경전인 천부경이었다. 81개의 글자로 구성된 짧은 경전이지만 그 뜻을 누구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임박한 위기를 막기 위해 경전을 프리메이슨의 수장인 전시안에게 가져다주기로 한다. 백두산에서 천부경 몇 자를 읽어보고 즉각 그 뜻을 깨달은 전시안은 지나친 탐욕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계획을 돌이키기로 결심한다.

 

 

2. 감상평。。。。。。。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프리메이슨의 음모를 막기 위해 뛰어다니기에는 주인공 인서의 캐릭터가 너무 빈약하다. 사실 첫 한두 페이지에 그가 이런저런 철학과 종교에 관해 공부했다는 몇 줄의 언급이 전부인데, 그렇게 몇 년 공부했다고 세상의 모든 것에 통달한 척 굴었던 초반과 달리,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별다른 도움도 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놀라고, 반성하기 바쁘다.

     그와 콤비를 이룬 나딘 박사라는 인물도 수상하긴 마찬가지. 유산으로 받은 재산이 상당하고, 그래서 돈 걱정 하지 않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대의 비밀을 추적해 왔다는 설명이 과연 현실적인가.

     그 둘이 만나서 별다른 의심 없이 한 팀을 이루는 과정도 넌센스.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상대를 막기 위해 나서면서, 어쩌면 상대가 스파이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드는 걸까. 그들이 만난 진도자니 리홍즈니 하는 인물에 대한 신원조회도 그냥 무슨 무협지처럼 한 번 만나면 상대에게서 고수의 기운을 읽어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으니, 좋게 말하면 운명적이고 다르게 보면 주먹구구식이다. 그것도 세계의 운명을 걸고.

     세계 곳곳의 고대 문명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숫자에 관한 언급만 해도 나름 흥미를 끌어내지만, 이야기는 이내 수비학으로 넘어가면서 뻔한 음모론으로 이어진다. 뜬금없는 프리메이슨은 또 뭐고. 사실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처럼 설명되지만, 실제로 그들이 직접 행위를 취한 건 또 전혀 없다는 게 웃기는 부분. 깔아 놓은 실마리들은 충분히 다 회수되지 못했고, 이야기를 우리나라 고대사와 억지로 연결시키려다 보니 급하게, 그리고 조잡하게 마무리가 되고 만다.

     무엇보다 인서와 나딘(잘 하면 환희를 더해서) 같은 주인공 캐릭터들이 능동적으로 뭔가를 만들어가기 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자, 탐구자로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은 매력이 반감시킨다. 물론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꾸민다면 괜찮은 탐험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건 그냥 비슷한 장면이 몇 번씩 반복되는 느낌이니..

 

     ​전반적으로 아쉬운 면이 훨씬 많은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1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알프스 북부의 아주작은 나라 그랜드 펜윅 공국. 15세기 말, 어느 용병대장이 세웠다고 알려진 이 나라는, 너무 작아서 지도에 표기되지 않을 때도 많다는 (당연히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은) 그런 나라다. 오랫동안 자급자족을 하면서 평온하게 살아오던 이 나라에 문제가 생겼으니, 자연적인 인구증가로 국가적 재정수지에 문제가 생겨버린 것.

     고민 끝에 그랜드 펜윅의 지도부가 결정한 것은 세계 최 강대국 미국과 전쟁을 벌여서 재빨리 항복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미국에서 패전국인 자기들에게 원조를 해 줄 것이라는 이상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십여 명의 궁수와 세 명의 중기병이 범선(!)’을 타고 뉴욕에 도착했고, 어이없게도 미국이 발명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탄인 Q폭탄과 그 개발자를 포로로 잡아오는 데 상공한다.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갖게 된 (직전) 최약소국 그랜드 펜윅. 그들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 감상평 。。。。。。。

     20세기의 한 가운데에, 그것도 유럽 한 가운데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작은 나라가 있다는 설정. 그리고 그 나라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을 먼저 벌이기로 했다는 어이없음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기대감을 갖고 넘기기 시작한 책장 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풍자가 가득했다.

 

     ​적당히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잊지 않는 작가는, 이 작은 나라의 활약을 통해, 소위 강대국들의 행위를 유쾌하게 비웃는다. 평화를 위해 ()무기를 개발하지만, 스스로 만들어 낸 무기에 도리어 위협을 당하는 모습은, 마치 커다란 덩치이지만 번번이 당하기만 하는 만화영화 톰과 제리속 톰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랜드 펜윅의 행위가 꼭 긍정적으로만 보이는 건 아니라는 게 재미있는 점이다. 어쨌든 그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국을 침공’(물론 이 말은 약간 어폐가 있긴 하지만)한 나라고, 일종의 계략을 사용해 다른 사람의 돈을 ()강제로 뺏으려 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강자와 약자가 부딪힐 때, 약자 쪽을 응원하는 기분이 들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작품은 미국과 소련이 아직 냉전을 벌이고 있던 당시를 배경으로 한다.(실제 그 시대쯤 쓰였다) 이 꽉 막힌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당대의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문제. 더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상당히 위기감도 고조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작가는 문제의 해결을 힘을 가진 이들에게 맡기지 않는다. 힘을 의지하는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도리어 서로를 멸망시킬 정도로 위기를 고조할 뿐이라는 건 역사가 보여주는 사실이니까. 오히려 문제는 힘을 가지 못한 이들을 통해서 선의를 가진 작은 자들의 연합을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힘 있는 자들이 이익의 나눠먹기를 통한 계산적 균형을 추구하는 반면, 이들 약한 자들은 선의에 근거한 연합을 추구한다. 힘이 아닌 선의와 믿음을 통한 평화... 이상적이지만 매력적인 대안.

     물론 약한 자라고 해서 늘 선하거나 옳은 건 아니라는 점이 고려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역사에서는 국가 정도의 큰 체제와 시스템을 순전히 선의에 근거해 세우려는 시도는 대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래도 좀 새로운 대안이었던 것은 사실. 그리고 그 약소국 20개국 연합에 레바논, 이스라엘 정도의 서아시아 국가를 빼면, 아시아 국가가 전혀 없다는 부분은 좀 아쉽다.

 

     재미있는 설정. 후속편도 있다던데 도서관에서 발견하면 꼭 빼 볼 것 같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17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란가방 2017-07-18 16:00   좋아요 0 | URL
기프티북으로, 서재주소로 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이건 주문취소도 안 된다네요..;;;
다시 한 번 살펴봐 주세요. (아니면 알라딘 고객센터 전화 콜.. ㅠ)

2017-07-18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