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경전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자칭 세상의 진리라는 것들을 섭렵하고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대학생 인서는 어느 날 인터넷에서 이상한 사이트를 발견한다. 13이라는 숫자에 감춰진 비밀을 아느냐는 질문만 떡하니 있는 수상한 사이트였지만, 웬일인지 인서는 그 질문에 관심을 보이고, 결국 사이트의 운영자인 나딘이라는 인물과 접촉하게 된다. 나딘은 13, 72, 144 같은 특정한 숫자가 전 세계의 문명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이를 연구해 오던 차였다.

     그렇게 두 사람으로 구성된 비밀 원정대의 모험이 시작되고, 이 과정에서 진도자니 전시안이니 하는 비밀스런 인물의 존재를 마주한다. 우여곡절 끝에 알게 된 내용은, 세상에 카발라와 필적하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경전이 존재하고, 그 경전을 발견하면 카발라를 연구하며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비밀스런 음모를 꾸미고 있는 프리메이슨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최후의 경전을 찾아다니던 끝에 마침내 발견한 것은, 한민족의 고대 경전인 천부경이었다. 81개의 글자로 구성된 짧은 경전이지만 그 뜻을 누구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임박한 위기를 막기 위해 경전을 프리메이슨의 수장인 전시안에게 가져다주기로 한다. 백두산에서 천부경 몇 자를 읽어보고 즉각 그 뜻을 깨달은 전시안은 지나친 탐욕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계획을 돌이키기로 결심한다.

 

 

2. 감상평。。。。。。。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프리메이슨의 음모를 막기 위해 뛰어다니기에는 주인공 인서의 캐릭터가 너무 빈약하다. 사실 첫 한두 페이지에 그가 이런저런 철학과 종교에 관해 공부했다는 몇 줄의 언급이 전부인데, 그렇게 몇 년 공부했다고 세상의 모든 것에 통달한 척 굴었던 초반과 달리,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별다른 도움도 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놀라고, 반성하기 바쁘다.

     그와 콤비를 이룬 나딘 박사라는 인물도 수상하긴 마찬가지. 유산으로 받은 재산이 상당하고, 그래서 돈 걱정 하지 않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대의 비밀을 추적해 왔다는 설명이 과연 현실적인가.

     그 둘이 만나서 별다른 의심 없이 한 팀을 이루는 과정도 넌센스.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상대를 막기 위해 나서면서, 어쩌면 상대가 스파이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드는 걸까. 그들이 만난 진도자니 리홍즈니 하는 인물에 대한 신원조회도 그냥 무슨 무협지처럼 한 번 만나면 상대에게서 고수의 기운을 읽어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으니, 좋게 말하면 운명적이고 다르게 보면 주먹구구식이다. 그것도 세계의 운명을 걸고.

     세계 곳곳의 고대 문명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숫자에 관한 언급만 해도 나름 흥미를 끌어내지만, 이야기는 이내 수비학으로 넘어가면서 뻔한 음모론으로 이어진다. 뜬금없는 프리메이슨은 또 뭐고. 사실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처럼 설명되지만, 실제로 그들이 직접 행위를 취한 건 또 전혀 없다는 게 웃기는 부분. 깔아 놓은 실마리들은 충분히 다 회수되지 못했고, 이야기를 우리나라 고대사와 억지로 연결시키려다 보니 급하게, 그리고 조잡하게 마무리가 되고 만다.

     무엇보다 인서와 나딘(잘 하면 환희를 더해서) 같은 주인공 캐릭터들이 능동적으로 뭔가를 만들어가기 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자, 탐구자로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은 매력이 반감시킨다. 물론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꾸민다면 괜찮은 탐험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건 그냥 비슷한 장면이 몇 번씩 반복되는 느낌이니..

 

     ​전반적으로 아쉬운 면이 훨씬 많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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