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하루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1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류리수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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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이웃집으로 이사를 온 곰(진짜 동물원에서나 볼 것 같은), 가끔씩 나타나는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 호리병 속에서 나온 여자, 인어 등 환상 속의 인물들과 함께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2. 감상평 。。。。。。。               

 

     어느 날 이웃집에 사는 곰이 초인종을 누르더니 같이 소풍을 가자고 말한다. 익숙해보이지는 않지만 애써 사람처럼 격식을 차리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이 소설은 이런 재미있는 상상으로 시작된다. 어찌 보면 좀 어이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예쁜 동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극단적인 자연주의자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신비한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일이 생기면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것도, 당첨확률이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 복권을 사는 것도 다 그런 이유 일게다. 작가는 그런 인류 공통의 심성을 색다르게 해석해 흐뭇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런 신비한 존재들과의 조우를 너무나 일상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는데 이 부분이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멋진 필력. 잠시 쉬어가며 손에 들 만한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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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의 두뇌게임 시리즈 1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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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줄거리 。。。。。。。               

 

     어느 날 밤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40대 남성과 10대 여성이 살해당한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연관성은 좀체 나타나지 않았고, 사건 현장에서는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고 쓰인 쪽지 하나만 발견되었을 뿐이다. 같은 내용이 적힌 쪽지와 함께 또 한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함과 동시에 경찰에게는 이제까지 일어난 사건들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록한 추리소설 원고가 도착하면서 사건은 점점 암흑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수사 1과의 ‘쓸데없이 아름다운’ 유키히라와 그의 파트너 안도는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쉴 새 없이 사건의 단서를 쫓아가던 끝에 마침내 진실의 일부를 만난다. 일본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된 ‘언페어’의 원작소설. 

 

 

 

2. 감상평 。。。。。。。               

 

     ‘추리소설’이라는 대담한 제목을 붙인 추리소설. 해설에 나온 설명처럼 ‘대담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추리소설이다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니까. 하지만 아마도 이런 제목은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실제 살인 사건을 묘사하는 추리소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종의 액자소설인 그 ‘추리소설’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소설 속 범인은 끊임없이 ‘공정함’에 관해 묻는다. 여기에서 ‘공정함’이란 사회정의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고, 추리소설의 내용구성 상의 공정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추리소설을 좀 봤다는 사람들은 다 아는, 단서는 미리 제시되어야 하고, 거짓 정보로 독자를 속이면 안 된다든지 하는 그런 규칙들 말이다. 범인은 그런 규칙들로 인해 결과적으로 사실적이지 않은, 그리고 재미가 없는 소설들만이 양산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직접 사실적이면서 흥미진진한 소설을 쓰기로 한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언페어(unfair)'라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범죄와 싸우는 정의의 무엇 운운하는 건 살짝 잘못 짚은 것.

 

    자신이 쓴 범죄를 미리 소설로 쓴다는 발상은 색다르고, 사건의 전개도 빠르다. 또, 유키히라라는 매력적인 여형사 캐릭터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책에 등장하는 일본사람들의 이름을 구별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책 앞에 실려 있는 간단한 인물 프로필을 참고하면 극복(?)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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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소설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박수현 옮김 / 아르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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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 자신의 소설에 관한 철학을 풀어 놓은 ‘서문’과 남녀 간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세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 끊임없이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의심하며 묻는 훌리아의 이야기와 후안이라는 사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라켈과 베르타, 동생인 루이사의 남편이 될 것을 알면서도 트리스탄을 유혹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로 가문을 잇게 만들려는 카롤리나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 감상평 。。。。。。。        

 

     저명한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저자가 쓴 소설이라지만, 스페인의 문학이나 사상에는 익숙지 않았기에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진 못했다. 다만 생철학을 했다는 저자답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단히 격정적이고 치밀한 논리적 사고보다는 직관적인 행동으로 일을 만들고 사건을 전개시켜나간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주제는 ‘사랑’이다. 그것도 흔히 생각하는 ‘정형화된’ 아름다운 사랑은 아니고, 말 그대로 ‘독한’ 사랑의 이야기, 심지어 그로 인해 (자신이나 타인의) 죽음까지도 기꺼이 감수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랑이다.(참고로 요새는 이런 주제의 드라마가 많은데 흔히 ‘막장 드라마’라고 불린다.) 스토리 자체는 딱히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과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합리성을 부인하고 직관과 충동을 강조한 생철학이 결국 후에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독재자들에게 사상적 근거를 제시하는 쪽으로 나아갔다는 걸 감안한다면, 과도한 이기주의에서 발로한 집착을 사랑으로 포장하고, 여기에서 인류 공통의 어떤 ‘모범’을 발견하기 원하는 저자의 의도는 딱히 긍정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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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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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채 자신에게 치근대는 교장선생을 피해 도망쳐 나온 카산드라는 우연히 시립 쓰레기하치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들개들에게 쫓기던 중 오를랑도에게 구조된 그녀는, 쓰레기장을 터전삼아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들과 조우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테러사건들을 미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카산드라는, ‘대속 마을’(쓰레기장에 터를 잡고 있던) 주민들을 설득해 함께 테러를 막아내려는 어려운 일을 시작한다.

 

     조금씩 밝혀지는 카산드라의 과거와 쉴 새 없이 몰려오는 모험적 사건들이 두 권의 책 속에 현란하게 엉키며 펼쳐진다. 

 

 

 

2. 감상평 。。。。。。。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는 게 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 드물게 특정한 영역에 대한 비범한 재주를 나타내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요샌 이 이야기가 잘못 알려지다 보니 모든 자폐증을 가진 이들이 천재인 것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대단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이 책 『카산드라의 거울』은 자폐인들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폐를 좌뇌의 통제로부터 우뇌가 벗어난 것으로 설명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초-능력’(염력이나 투시력 같은 이상능력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의미에서)을 소유한 이들처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적 상상력은 그 ‘초-능력’에 심지어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까지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까지 이르는데, 소설을 흥미롭게 만드는 장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역시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작가인 베르나르는 쓰레기장 속에 살고 있는 네 명의 노숙자들과 함께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나가려는 십대의 여주인공 이야기를 써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현실의 부조리와 암울한 미래상들을 쉴 새 없이 페이지 사이에 끼워 넣는다. 그런데 한참 그렇게 이 노숙자 특공대의 활약상을 서술하다가, ‘과연 이 엄청난 규모로 벌려 놓은 사건을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셈인가’ 하는 의문이 들 무렵, 덜컥 정리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을 내버려둔 채 이야기를 끝내버리고 만다. 연속 테러를 저지르는 대사관 직원들은 누구며, 파파다키스의 극단적인 성격 변화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부분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열린 결말과도 상관없는 것들이다. 뭔가를 담아내려고 애쓰다가 수습에 실패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저자가 전작들부터 끊임없이 천착해오던 윤회와 명상, 선(禪)과 같은 주제들을 이전 작품에도 정신없이 쏟아내고 있다. 융(Carl Gustav Jung) 식의 집단 무의식 이론을 설파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윤회와 집단 무의식을 조화시킴으로써 융의 이론이 가진 애매함을 해소해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모든 문제(심지어 미래의 변경까지도)는 의식 속으로 들어가 과거/전생의 자신과 만남으로써 해결해 낼 수 있다는 건데, 소설의 논리적 문제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했나보다.

 

 

     『신』에서 완전히 길을 잃은 베르베르는 여전히 탈출구를 찾아내지 못한 느낌이다. 주인공이 자폐아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책 전체에 걸쳐서 등장하는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는 마치 파울로 코엘료의 늘 똑같은 소설들을 언뜻 떠올리게도 한다. 베르베르만의 독특함을 언제쯤이나 되찾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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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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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작가가 쓴 몇 편의 단편 소설들을 모은 책. 9급 공무원 시험의 응시자격연령을 딱 한 해 앞두고 있으면서도 여지껏 합격하지 못하면서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을 누군가에게 읽어주겠다고 도서관에서 나와 방황하는 사람, 이런저런 시대적 상황에 어설프게 끼어 흙을 먹으며 살아온 어떤 인물, 국기게양대에 걸린 태극기를 떼어 팔려다가 게양대와 사랑에 빠진 사람을 만난 이야기, 산 속에 들어가 소설을 쓰다가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나라가 망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사내의 이야기 등 뭔가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은 주인공들이 등장해 때로는 실소(失笑)를 자아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묘한 울림을 일으킨다. 

 

 

2. 감상평 。。。。。。。                

 

     딱히 인상적이지 못한 표지 때문에 오랫동안 책장에서 대기 중이었던 책이다. 드디어 차례가 돌아와서 읽게 되었는데 아, 이런 책을 왜 아직까지 책장에만 꽂아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 이상으로(어쩌면 애초에 너무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재미있었고, 그래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다양한 문학적 상상력이 발휘된 단편소설집이야 꼭 이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무』와 『파라다이스』 등의 책들을 통해 상상력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방식을 보여주었고, 우리나라 작가로는 『인간과 사물의 기원』이라는 재미난 작품을 쓴 김진송도 있다. 다들 재미라는 부분은 충분히 구현해 냈지만 그 다음이 좀 다른데, 베르나르는 늘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아울러 다루면서 때로는 긍정적이고, 또 때로는 부정적인 전망들을 함께 제시해 생각하게 만든다면, 이 책은 재미와 함께 ‘문학 자체’를 또 다른 축으로 삼고 있다. 문학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작가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하는 것들인데, 이런 주제를 다룬 작업은 꽤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역시 또 색다른 맛이 있다.

 

     적절하게 무게감 있는 주제(‘문학’)에 재미까지 주니 순수하게 문학적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목적이라면 과감하게 손에 들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에 관한 문인의 통찰력까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지만, 또 다른 작품이 기대가 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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