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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소설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박수현 옮김 / 아르테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1. 요약 。。。。。。。
저자 자신의 소설에 관한 철학을 풀어 놓은 ‘서문’과 남녀 간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세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 끊임없이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의심하며 묻는 훌리아의 이야기와 후안이라는 사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라켈과 베르타, 동생인 루이사의 남편이 될 것을 알면서도 트리스탄을 유혹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로 가문을 잇게 만들려는 카롤리나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 감상평 。。。。。。。
저명한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저자가 쓴 소설이라지만, 스페인의 문학이나 사상에는 익숙지 않았기에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진 못했다. 다만 생철학을 했다는 저자답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단히 격정적이고 치밀한 논리적 사고보다는 직관적인 행동으로 일을 만들고 사건을 전개시켜나간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주제는 ‘사랑’이다. 그것도 흔히 생각하는 ‘정형화된’ 아름다운 사랑은 아니고, 말 그대로 ‘독한’ 사랑의 이야기, 심지어 그로 인해 (자신이나 타인의) 죽음까지도 기꺼이 감수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랑이다.(참고로 요새는 이런 주제의 드라마가 많은데 흔히 ‘막장 드라마’라고 불린다.) 스토리 자체는 딱히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과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합리성을 부인하고 직관과 충동을 강조한 생철학이 결국 후에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독재자들에게 사상적 근거를 제시하는 쪽으로 나아갔다는 걸 감안한다면, 과도한 이기주의에서 발로한 집착을 사랑으로 포장하고, 여기에서 인류 공통의 어떤 ‘모범’을 발견하기 원하는 저자의 의도는 딱히 긍정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