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가와사키 마나미 지음 / 작품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추억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건

선명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옅어지고 난 후에만 가능할까요.

 

 

1. 줄거리 。。。。。。。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쓴 연애 소설이다. 연애 소설이라고 해서 남녀가 만나서 어디에 가고, 무슨 말을 하고 하는 식의 일반적인 ‘연애 행각(!)’을 다룬 것이 아니라, 거의 짝사랑에 가까운 사랑을 그것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가 ‘당신’에게 쓴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열다섯 살짜리 작가가 중학생 주인공의 입장에서 쓴, 이색적인 소설.



 

 

2. 감상평 。。。。。。。

 

     요새는 그런 느낌을 느끼기가 쉽지 않지만,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막 모뎀이 보급되고 있던 시기였는지라(휴대폰을 갖고 있는 아이는 우리 반에는 거의 없었고, 한창 삐삐를 갖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다) 아직도 정성들여 쓴 ‘편지’라는 것이 꽤나 마음을 훈훈하게 했었다.(이렇게 말하니 굉장히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벌써 그렇게 된 건가..;;;) 편지란 보통 발신자와 수신자만 볼 것을 기대하고 쓰기 때문에 그 이외의 사람들이 보기엔 종종 민망한 표현들도 등장한다. 더구나 그게 연애편지라면 더욱 그렇다. 고르고 골라서 쓰다보면 왠지 점점 더 이상해지기만 하는 게 편지의 속성이다. 그런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게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소설이 바로 그런 느낌을 주는 식으로 쓰였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쓴 사랑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제 3자가 읽는다는 형식은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더구나 저자가 실제로 우리나라 중학생 나이인 열다섯 살 때 썼다고 하니 그런 재미를 더욱 배가시켜줄 만한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가.

     하지만 막상 소설의 내용은 약간 기대에 못 미쳤다. 나이는 어려도 책은 많이 읽었는지 사용하는 표현들이(어쩌면 번역자의 책임?) 범상치 않았고(?), 더구나 편지 형식만으로 수 백 페이지짜리 소설을 완성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었던 것 같다. 편지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그냥 서술을 위한 문장들이 보이는 경우도 제법 돼, 재미를 반감시킨다.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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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자서전 - 어느 베스트셀러의 기이한 운명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대림 / 200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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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읽히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최악의 종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 줄거리 。。。。。。。

 

     1930년 대에 출판된 책 한 권이 자신의 ‘서생역정(書生歷程))’을 풀어 놓기 시작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도, 그렇다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것도 아니었기에,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책의 주인이 된 것은 고작 네 사람.(사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책이 여러 명의 ‘주인’을 만나는 건 드문 일이다.) 작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책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 놓게 만든다.


 

2. 감상평 。。。。。。。

 

     이제 책이 책을 말하는 것도 그다지 새로운 경향이 아닌 것 같다. 내 기억에도 책을 소재로 한 책이 이것까지 벌 써 세 권이다. 책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흡입력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위험한 책』의 주제였다면, 얼마 전 읽었던 『애서광 이야기』는 책에 대한 중독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제시하고자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번 책 『책의 자서전』은 아주 책 자신이 독자에게 말을 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제의 진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이 책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음악이 음악을 말하는 것이나, 미술이 미술을 말하는 것처럼 뭐 이상할 게 있느냐는 반응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제가 고갈된 건 아닌가(작가의 상상력 부족?)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이 책의 내용이 퍽이나 밋밋했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60년의 인생. 잘만하면 엄청나게 풍부한 이야기꺼리가 만들어질 만도 하지만, 그다지 인기 없는 책에겐 그냥 시간이 흘러갔을 뿐이다. 몇몇 주인의 손을 거치기도 했지만, 주인들의 모습을 통한 사회 풍자나 세태에 대한 통찰은 그저 약간의 시도에 머물 뿐이었다. 좀 더 깊이 나아가지 못한 면이 아쉽다.

     책이 그 안에 쓰여 있는 내용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는 설정은 꽤나 흥미로웠지만, 약간 단조로운 느낌도 든다. 괄괄한 성격의 철학책이나, 우울한 성격의 만화잡지 같은 소재들은 듣기만 해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짧다는 게 가장 큰 미덕이었던 책. 짧지만 깊은 여운을 기대했던 건 내 잘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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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동서문화사 월드북 58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허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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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어느 날 검은 숲으로 들어가게 된 단테는 고대 로마시대 유명한 시인이었던 베르길리우스를 만나게 된다.(단테는 중세 말 인물)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로 하고, 지옥과 연옥, 천국으로 안내해 준다. 단테는 각각의 장소에서 신화와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하며 한 걸음씩 천국의 가장 꼭대기로의 여행을 계속한다.

 

 


2. 감상평 。。。。。。。

 

     히 단테를 ‘마지막 중세인’이라고 부른다.(참고로 ‘최초의 근대인’은 보통 에라스무스를 꼽는다.) 그리고 아마도 단테가 그런 이름을 갖게 된 데에는 이 작품 ‘신곡’이 가장 큰 공을 했다는 데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그만큼 역사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근데 이제야 처음으로 읽어본다.)

 

     단테의 별명답게 이 책은 ‘중세적 우주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와 그 땅 밑으로 층을 이루며 존재하는 지옥, 지옥과 천국 사이에 존재하는 연옥, 그리고 다시 층을 이루며 최고하늘까지 이어지는 천국, 이 모든 것이 중세적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각 장소들마다 여러 개의 ‘층’이 있다는 사실은 중세의 계서제적 위계사상의 반영이다.

     단지 중세적 우주관을 반영할 뿐 아니라, 이 작품은 서양 사상의 두 개의 큰 줄기인 유대-기독교적 문명과 그리스-로마적 문명을 통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데서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통합이 단지 인물들의 ‘섞어 배치하기’ 정도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두 문명에 관한 단테의 폭넓은 지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히 의의를 인정해야 할 듯싶다.

     그가 ‘마지막 중세인’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중세적 전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공격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옥편 7곡에서 단테가 본 지옥에는 교황들과 추기경들도 있었다. 또 곧 이어질 르네상스를 예시하기라도 하듯 천국과 연옥, 지옥을 불문하고 그리스-로마 신화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하고, 고대 로마 공화정 시기의 인물인 카토가(당연히 그는 기독교를 몰랐다) 기독교의 연옥에서 문지기를 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편 시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은 단테가 살던 당시의 정황을 반영하고 있다. 역시 문학은 현실의 반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 긴 시에 ‘재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물론 모든 부분이 재미있게 읽을만한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현실보다는 현학적 설명들이 더 많은 천국편이 오히려 재미가 덜한 이유도 거기에 있으리라.(내가 실제감이 없는 몽롱한 천국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14,233행으로 되어 있는 신곡(지옥편 4720행, 연옥편 4755행, 천국편 4758행)은 그 분량이나 내용, 구성에 있어서도 잘 계산된 작품이다. 이렇게 긴 시를 쓰면서도 거기에 필요한 많은 인물들과 배경설정을 용케 떠올렸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물론 그건 저자에게 해당되는 말이고, 독자로서는 그 많은 인물들을 모두 알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 이 점은 이 작품이 잘 ‘읽혀지지 않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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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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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움베르토 에코가 1960년 대에 썼던 몇 개의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작가의 다른 책인 ‘미네르바의 성냥갑’ 시리즈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등과 유사한 분위기다.

 

2. 감상평 。。。。。。。

 

     이 책이 앞에서 언급한 나머지 책들과 다른 독특한 점은 ‘패러디’를 주요 도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코는 여러 문학작품들이나 당시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념을 거꾸로 뒤집어 풍자한다. 이를테면 지폐가 출판물로서 서평의 대상이 되고, 흔히 ‘미개한’ 사람들로 여겨지는 태평양 한 가운데의 섬주민들의 입장에서 유럽인들의 습성을 인류학적으로 조사한 연구보고서를 쓰는 식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가히 독보적인 입지를 형성하고 있는 작가다.

     하지만 이런 식의 패러디는 역시 패러디의 원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을 터. 그런 면에서 난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 일단 칼럼이 발표된 게 1960년대고(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모습들이 반영되고 있다는 데 약간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에코의 모국인 이탈리아의 상황도 일정부분 자연스럽게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종종 머리가 깨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몇 개의 칼럼은 대충 넘겨버리기도 했다.;;;

     ‘물건’, ‘노니타’, ‘아메리카의 발견’, ‘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 ‘희한한 세 개의 비평’, ‘직접 영화를 만들어 보세요’, ‘포 강 유역 평야 사회에서의 산업과 성적 억압’ 등은 꽤 재미있게 읽은 칼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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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광 이야기 범우문고 192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민정 옮김 / 범우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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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헌책방 이외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서

다른 사람과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는 말없는 사람이고 꿈꾸는 사람이며 음울한 사람이고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이었다.

 

 

1. 줄거리 。。。。。。。

 

     세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 책이다.

     첫 번째 ‘시지스몬의 유산’은 라이벌 사이였던 두 명의 애서광 중 한 명이 죽자, 그 유산인 책들을 손에 넣고자 하는 나머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상상속인인 라이벌의 사촌여동생과 결혼을 제의할 생각을 하는 엽기적인 발상이 흥미롭다.

     두 번째 ‘애서광 이야기’는 이 책의 메인 저자로 이름을 올린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작품으로, 이 책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다는 책을 갖기 위해 불이 난 집에서 그 책을 훔쳐 나온 주인공은 결국 방화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의 변호사는 똑같은 책이 더 있다며 그 책이 그의 집에 있다는 사실이 곧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아니라고 말하는데...

     세 번째 ‘보이지 않는 수집품’은 한 골동품 수집상이 오래전부터 거래해왔던 한 노인의 집에 찾아갔다가 겪게 되는 꽤나 감동적인 이야기다.





 

2. 감상평 。。。。。。。

 

     이 짧은 단편소설집에는 광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풍자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들의 일생에서 책보다 귀중한 것은 없었다. 책을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청혼을 하고, 죽음을 무릅쓰고 불이 난 집 안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엄청난 돈도 아깝지 않게 써 버린다.

     무엇인가에 미칠 정도로 빠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와 같은 행동은 결국 집착으로 드러나고 마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사랑도 예외일 수는 없다.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한 권밖에 없는 책을 사고자 애쓰는 그들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사뭇 무섭게도 비춰진다.(나도 나름대로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이지만 여기 나온 인물들은 좀 심하다.,ㅋㅋ)

 

     책마저 돈으로 환치되는 모습은 자본주의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준다. 책이 지식과 감동을 전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교양인이다. 하지만 그것이 축재의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그는 천박한 장사치일 뿐이다.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수 억짜리 미술품들을 사 모았다던 모 대그룹의 회장님처럼 말이다.(이게 독서광과 애서광의 차이라고 할까?)

     책이 귀중한 것은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 때문이지 책 자체 때문은 아니다. 책은 읽힐 때 귀해지는 것이다. 책 자체를 골동품의 하나로 여기고, 비싼 책들로 가득 찬 책장이 곧 자신의 지적 세계의 부유함이라고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야 아예 읽지 않으니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딱 하나의 예외라면 책 자체에 어떤 추억이 담겨 있을 경우 정도?(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다던가..)

 

     이 책에 실려 있는 세 개의 작품의 작가들 모두 그다지 화려한 수식어들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덕분에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지지 않았다), 주제를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해 가는 글솜씨를 보여준다.(글이 짧다는 건 큰 미덕이다. 요새는 그래야 읽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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