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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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작가가 쓴 몇 편의 단편 소설들을 모은 책. 9급 공무원 시험의 응시자격연령을 딱 한 해 앞두고 있으면서도 여지껏 합격하지 못하면서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을 누군가에게 읽어주겠다고 도서관에서 나와 방황하는 사람, 이런저런 시대적 상황에 어설프게 끼어 흙을 먹으며 살아온 어떤 인물, 국기게양대에 걸린 태극기를 떼어 팔려다가 게양대와 사랑에 빠진 사람을 만난 이야기, 산 속에 들어가 소설을 쓰다가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나라가 망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사내의 이야기 등 뭔가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은 주인공들이 등장해 때로는 실소(失笑)를 자아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묘한 울림을 일으킨다. 

 

 

2. 감상평 。。。。。。。                

 

     딱히 인상적이지 못한 표지 때문에 오랫동안 책장에서 대기 중이었던 책이다. 드디어 차례가 돌아와서 읽게 되었는데 아, 이런 책을 왜 아직까지 책장에만 꽂아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 이상으로(어쩌면 애초에 너무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재미있었고, 그래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다양한 문학적 상상력이 발휘된 단편소설집이야 꼭 이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무』와 『파라다이스』 등의 책들을 통해 상상력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방식을 보여주었고, 우리나라 작가로는 『인간과 사물의 기원』이라는 재미난 작품을 쓴 김진송도 있다. 다들 재미라는 부분은 충분히 구현해 냈지만 그 다음이 좀 다른데, 베르나르는 늘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아울러 다루면서 때로는 긍정적이고, 또 때로는 부정적인 전망들을 함께 제시해 생각하게 만든다면, 이 책은 재미와 함께 ‘문학 자체’를 또 다른 축으로 삼고 있다. 문학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작가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하는 것들인데, 이런 주제를 다룬 작업은 꽤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역시 또 색다른 맛이 있다.

 

     적절하게 무게감 있는 주제(‘문학’)에 재미까지 주니 순수하게 문학적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목적이라면 과감하게 손에 들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에 관한 문인의 통찰력까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지만, 또 다른 작품이 기대가 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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