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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채 자신에게 치근대는 교장선생을 피해 도망쳐 나온 카산드라는 우연히 시립 쓰레기하치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들개들에게 쫓기던 중 오를랑도에게 구조된 그녀는, 쓰레기장을 터전삼아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들과 조우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테러사건들을 미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카산드라는, ‘대속 마을’(쓰레기장에 터를 잡고 있던) 주민들을 설득해 함께 테러를 막아내려는 어려운 일을 시작한다.
조금씩 밝혀지는 카산드라의 과거와 쉴 새 없이 몰려오는 모험적 사건들이 두 권의 책 속에 현란하게 엉키며 펼쳐진다.
2. 감상평 。。。。。。。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는 게 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 드물게 특정한 영역에 대한 비범한 재주를 나타내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요샌 이 이야기가 잘못 알려지다 보니 모든 자폐증을 가진 이들이 천재인 것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대단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이 책 『카산드라의 거울』은 자폐인들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폐를 좌뇌의 통제로부터 우뇌가 벗어난 것으로 설명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초-능력’(염력이나 투시력 같은 이상능력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의미에서)을 소유한 이들처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적 상상력은 그 ‘초-능력’에 심지어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까지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까지 이르는데, 소설을 흥미롭게 만드는 장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역시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작가인 베르나르는 쓰레기장 속에 살고 있는 네 명의 노숙자들과 함께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나가려는 십대의 여주인공 이야기를 써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현실의 부조리와 암울한 미래상들을 쉴 새 없이 페이지 사이에 끼워 넣는다. 그런데 한참 그렇게 이 노숙자 특공대의 활약상을 서술하다가, ‘과연 이 엄청난 규모로 벌려 놓은 사건을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셈인가’ 하는 의문이 들 무렵, 덜컥 정리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을 내버려둔 채 이야기를 끝내버리고 만다. 연속 테러를 저지르는 대사관 직원들은 누구며, 파파다키스의 극단적인 성격 변화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부분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열린 결말과도 상관없는 것들이다. 뭔가를 담아내려고 애쓰다가 수습에 실패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저자가 전작들부터 끊임없이 천착해오던 윤회와 명상, 선(禪)과 같은 주제들을 이전 작품에도 정신없이 쏟아내고 있다. 융(Carl Gustav Jung) 식의 집단 무의식 이론을 설파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윤회와 집단 무의식을 조화시킴으로써 융의 이론이 가진 애매함을 해소해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모든 문제(심지어 미래의 변경까지도)는 의식 속으로 들어가 과거/전생의 자신과 만남으로써 해결해 낼 수 있다는 건데, 소설의 논리적 문제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했나보다.
『신』에서 완전히 길을 잃은 베르베르는 여전히 탈출구를 찾아내지 못한 느낌이다. 주인공이 자폐아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책 전체에 걸쳐서 등장하는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는 마치 파울로 코엘료의 늘 똑같은 소설들을 언뜻 떠올리게도 한다. 베르베르만의 독특함을 언제쯤이나 되찾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