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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베드카르 평전 - 간디와 맞선 인도 민중의 대부
게일 옴베트 지음, 이상수 옮김 / 필맥 / 2005년 7월
평점 :
“우리가 고양이나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고
먹을 물을 구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내가 이 땅을 나의 조국이라고 부르고
이 종교를 나의 종교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1. 서평
간디와 싸운 혁명가.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책 제목에 ‘평전’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암베드카르라는, 약간은 생소한 이름을 가진 사람의 일대기이다.
간디가 힌두교라는 큰 정신적 틀 안에서의 인도인들의 독립을 추구했다면,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의 입장에서 인도에 새로운 질서를 추구했다. 불가촉천민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 안에서 가장 낮은 지위를 가지고 있던 이들로, 말 그대로 만지는 것 자체가 불결해지는 사람들이다.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나 성장과정에서 여러 멸시와 고생을 하면서 자신과 같은 불가촉천민들을 해방하고자 평생을 바쳤던 인물이다.
일견 굉장히 과격한 투쟁을 전개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암베드카르는 적극적인 입법투쟁을 통해, 또 그 자신이 국회의원으로, 정당 활동을 통해 불가촉천민들을 엄격한 신분적 제한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하지만 간디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국민회의 측의 반발, 기득권자들의 적대활동으로 사실상 그의 투쟁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제한적으로 제제의 완화는 있었지만(공동우물의 물을 마실 수 있다던가, 저수지를 이용할 수 있다던가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못했다. 여전히 불가촉천민이 만든 학교 급식을 먹지 않겠다고 반발을 하는 인도인 학생들이 있다는 뉴스가 해외토픽에 올라오는 것이 현실이다.
독립 후 인도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인도 헌법의 기초를 놓기는 했으나, 그 때는 그의 투쟁력이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후였다. 오죽하면 늘 부딪혀왔던 간디의 국민회의 측의 지원으로 국회의원 의석을 차지하고, 법무장관이 되었을까. 정적들은 그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을 때에야 그에게 ‘자리’를 주었다. 개혁의 좌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베드카르는 여전히 마하르들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남아 있다. 열성적인 운동가, 정치가, 행정가, 종교지도자. 불가촉천민이라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유럽 등지에서 몇 개의 학위를 따 냈고,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학술적인 연구를 통해 논문을 발표했던 학구열에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자연과학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나치게 영적인 부분을 가볍게 다루는 그의 태도는 주의해야 할 것이다. 마치 기독교를 합리주의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했던 구(舊) 자유주의자들의 시도를 보는 듯 했다. 이런 점이 그의 또 다른 한계가 아니었을까? 암베드카르는 간디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2. 종합평가
난이도 |
★★★☆☆ 3.0 |
'생소함'은 어렵다;; |
흥미도 |
★★★☆☆ 3.5 |
읽어나갈 수록 흥미가 생긴다 |
글솜씨 |
★★★☆☆ 3.0 |
차분하게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