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학생과의 스캔들로 학교를 떠나 시골 마을로 내려와 있는
학규(정우성)는 그곳에서 순진한 소녀 덕이(이솜)를 만난다.
몇 달간의 일탈 끝에 오해가 풀려 복직을 하게 된 학규는
덕이를 남겨두고 홀로 서울로 돌아간다.
얼마 후 덕이와의 관계를 정리하러 내려왔던 학규는 집에
난 화재 속으로 엄마를 구하러 들어가는 소녀를 두고 도망친다.
그리고 얼마 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학규의 아내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몇 년 후,
잘 나가는 작가가 된 학규는 술과
여자,
도박에 빠져 방탕한 삶을 살고
있었고,
합병증으로 시력마저 잃어가게 될 즈음 덕이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학규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덕이는 자신이 준비한 계획대로 하나하나 복수를 실행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팔려갔던 학규의 딸
청이(박소영)의 귀환.

2.
감상평 。。。。。。。。
심청전을 모티브 삼아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다.
물론 이 과정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는데,
원작의 주제인 ‘효’는 사랑과 증오가 복잡하게 얽힌 ‘욕망’으로 전환되었고,
중심인물은 심청에서 학규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덕분에 이야기는 치정으로 인한 복수극이란 단순한 구조로
치닫나 싶지만,
감독은 학규와 덕이의 관계를 좀 더 복잡하게 얽어놓으며
묘한 여운을 준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괜찮은 편이다.
특히 주연급으로는 얼굴이 익숙지 않았던 여배우 이솜은 이
영화로 확실히 인지도만이 아니라 실력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여배우의 노출을 내세워 광고했던 몇 편의 영화들이
있었는데,
그 중 연기력을 제대로 갖춘 배우는 이솜 말고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여기에 정우성이란 배우의 클래스는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시종일관 무심한 듯한 표정과 톤으로 학규라는 인물의
성격을 그려내고 있는데,
중반 이후에는 좀 더 감정의 격동을 표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기도 하지만,
결말부엔 딱 바로 그 톤과 표정이
필요했다.
그가 연기한 학규란 인물은 늘 사건으로부터 한 발 물러선
채 발을 뺀 스탠스를 취하는데 (모든 걸 알면서 혼자 순진한 척..
알고 보면 젤 나쁜 놈)
이 절묘한 균형을 이렇게 무심한 듯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다.
별 고민 없이 단순히 노출이나 폭력만 가지고 관객의 눈을
끌어볼까 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 같지도 않다.
특히 덕이의 정체와 계획을 모두 알면서도 그녀가 자신
곁에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학규의 대사(이 부분은 두 사람의 복잡한 감정적 교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는 인상적이었다.
다만 영화의 극후반으로 가면서 짜임새가 좀 느슨해지는
감이 있는 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