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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1. 줄거리 。。。。。。。
어린 시절 어머니를 교통사고 잃고 외삼촌이 물려준 수천 권의 책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 M.
S. 포그.
대학을 졸업할 무렵 돈이 다 떨어진 그는 물려받은 책들을
하나 둘 헌책방에 팔아 연명하더니 마침내 마지막 책까지 떨어지자 무작정 밖으로 나가 노숙을 시작한다.
그다지 몸이 강하지 못했던 그가 거의 죽기 직전 친구들에
의해 구조되고,
연인 키티를 만난다.
키티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일을 시작한
포그.
그가 얻은 일은 에핑이라는 이름의 괴팍한 노인의 옆에서
시중을 들며 그가 지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한참 까칠한 그를 돌보던 중 에핑의 자서전을 쓰게 된
포그.
젊은 시절 집을 떠나 서부로 가던 길에 엄청난 모험을
겪고 큰 부자가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가 끝날 때 즈음,
에핑은 자신의 아들의 존재를 넌지시
암시한다.
집을 떠나기 전 아내와의 단 한 번의 하룻밤을 통해
태어난 아들에게 차마 다가가지 못하던 에핑은 그에게 남은 재산을 물려죽자 한다.
에핑이 죽은 후 포그는 그의 아들인 바버에게 연락을 취하고,
둘은 그렇게 만난다.
둘은 곧 친해지기 시작했고,
이즈음 포그는 낙태를 이유로 키티와
소원해진다.
바버와 함께 에핑이 모험을 했다는 사막의 동굴로 떠나던
중 포그는 우연한 사고로 바버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그와 자신의 어머니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한 자리에 함께 모이지 못했던 두 명의
아버지와 두 명의 아들이 우연한 기회에 손자이자 아들을 매개로 서로 만나게 되는 이야기.
2. 감상평
。。。。。。。
폴 오스터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는 지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읽어봣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빌려봤는지(아님 그냥 관리를 못한 건가)
책이 거의 너덜너덜해진 상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우연적 요소가 이야기 전체에 개연성이
빼앗아간다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세 사람의 만남과 인연은 말 그대로
복권이 연속적으로 당첨되는 것 같은 우연의 연속이다.
이 소설의 장르가 어떤 건지 살짝 의심까지 들
정도.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사 자체가 늘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특정한 유전자가 만나 출생하는 것부터가 엄청나게 낮은
확률을 뚫고 나온 것이니 그렇게 나온 후 좀 우연적인 만남을 갖는 것도 이상한 일만은 아니지 않나..(작가에게 넘어간 것인가)
하지만 역시 지나친 우연의 연속은 이야기의 메시지를
약화시키는 건 어쩔 수 없다.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설득이니까.
그게 논리에 기반 하든 감정에 기반을 하든 필연적인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약하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공감 보다는 그냥 먼 이야기
정도로만 들렸던 것도 사실.
삶을 바라보는 주인공(그리고 아마도 작가)의 관점과 내 관점 사이에 꽤나 큰 갭이 있었던 것도 한 가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심리묘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사건들을 촘촘하게 배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름다운 묘사나 번뜩이는 통찰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심지어 주인공의 캐릭터조차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아직은 작가 소개에 등장하는 ‘천부적 재능’을 어떤 부분에서 발견해야 하는지 잘 잡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