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동경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잘 나가는 로펌에 들어가 앞길이 창창할 것만 같았던 모모세. 12년 전 우연히 맡았던 사건을 계기로 고양이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일명 ‘고양이 변호사’. 서른아홉이라는 나이에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나간 맞선은 서른 번이나 실패하는 걸 보면 확실히 뭔가 부족하긴 하지만, 사건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갈 곳이 없는 고양이들을 한 두 마리씩 맡아 사무실에서 기르다보니 어느덧 열 마리가 될 정도로 마음만은 따뜻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느 날 ‘신데렐라 슈즈’라는 이름의 큰 기업의 사장으로부터 회장인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시체를 도난당했다는 의뢰를 받게 된 모모세. 그런데 사건이 중범죄 치고는 꽤나 어설프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시체를 훔쳤다고 주장하는 범인과, 말 못할 사정으로 사건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의뢰인 사이에서 뭔가 부족해 보이지만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을 가진 탐정 같은 변호사의 활약이 펼쳐진다.

 

 

2. 감상평 。。。。。。。  

 

     이런 종류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흔히 트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개인적으론 주인공의 캐릭터를 형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주인공이고,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기발하고 복잡한 트릭을 숨겨 둔다고 하더라도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는 게 영 쉽지가 않기 마련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소설 속의 ‘고양이 변호사’라는 캐릭터는 썩 나쁘지 않다. 아니, 사건도 사건이지만 주인공의 일상이 좀 더 관심이 가는 작품이니 잘 만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직업은 분명 변호사인데, 하는 일을 보노라면 탐정인지 변호산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법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공판중심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소위 사설탐정이라고 불리는 민간 조사원 제도를 가지고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변호사는 느낌이 좀 다른걸까. 물론 그렇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류작업이 본업인 우리나라 변호사의 전형적인 모습에 비하면 실제로 협박범들을 만나러 가기까지 하는 등 꽤나 적극적이다.

 

 

     주인공을 통해 보이는 작가의 따뜻한 관점이 마음에 든다. 처음부터 텔레비전 드라마 제작을 염두하면서 썼기 때문인지 (실제로 드라마로 제작되어 꽤나 흥행을 거두었다고 한다) 소설 전체에서 시각적인 재미가 꽤나 느껴진다. 그 흔한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따위의 막장 소재 없이도 충분히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1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다가 뒤늦게 집필에 뛰어들었다는 작가의 이력이 더욱 흥미를 끈다.

 

     후속편이 나오면 꼭 보고 싶은 책이다. 주인공의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또 갑작스런 고백을 받은 후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