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전쟁과 정복을 삶의 목적으로 생각하던 고대 그리스의 폭군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는 이 끝없는 폭력을 끝내기 위해 헤라 신전에 가서 기도를 하던 중 신의 아들을 낳게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헤라클레스다. 그의 아버지 암피트리온은 그런 헤라클레스를 인정하지 않았고, 한술 더 떠 그를 제거하고자 적은 수의 군대와 함께 이집트로 보내버린다.

​     결국 전투에서 패해 노예가 된 헤라클레스. 하지만 뛰어난 싸움꾼이었던 그는 곧 투기장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마침내 그리스로 돌아오게 된다. 암피트리온의 폭정으로 괴로워하던 사람들을 규합해 반란을 일으킨 헤라클레스,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전혀 다른 버전으로 탄생시킨 영웅의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됐다.

 

2. 감상평 。    

 

        영화가 고대 그리스 신화의 내용과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 고대 그리스 신화라는 게 한 사람이 쓴, 일관된 내용과 구조, 의의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다양한 지방에 살던 다양한 이야기꾼들에 의해 만들어진 전승인 이상, 뭐 꼭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이 영화가 알려진 고대 신화의 내용과는 상당부분 다르다는 건 알고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예컨대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의 의미가 ‘헤라 여신의 선물’이라는 의미이긴 하지만, 그건 헤라 여신의 축복 속에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제우스의 간통에 분노한 헤라 여신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 다분했다는 것..;; 그 외에도 영화는 알려진 인물들의 이름과 구도만 가져와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쯤 되면 그냥 헤라클레스의 모티브만 가져왔다고 해야 하는 게...

     영화의 아쉬운 부분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일단 이야기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고 어디선가 봤던, 전형적인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주인공이 노예 검투사가 되어 연전연승한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극 드라마에서도 사료가 부족한 인물을 다룰 때 즐겨 사용하던 뻔한 에피소드다.(대조영도, 해신도..ㅋㅋ) 헤라클레스가 백성들의 지지와 인기를 모으는 이유도 거의 설명되지 않으니.. 영화를 보는 사람도 그에게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

     규모도 좀 아쉬운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상당 부분 커버를 시도하긴 했지만, 실제 전투 장면은 그럴 수 없으니까.. 물론 300 시리즈처럼 엄청난 물량을 동원하는 장면을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지나치게 적은 수의 액션배우들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반란군을 진압하는 데 고작 80명의 진압군을 보낸다는 것도 우습지만, 정작 싸움장면에는 그 반쯤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MBC나 SBS 사극 수준. 여기에 광선검, 아니 번개채찍이 등장할 때의 놀라움(?)이란.....;;

    ​하지만 액션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를 그려내는 카메라워킹도. 사실 헤라클레스라는 인물 자체가 누구와 함께 일하기보다는 자기 잘난 맛에 혼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천방지축 캐릭터니 차라리 이쪽에 초점을 맞췄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처음부터 ‘레전드 비긴즈’라는, 대놓고 속편을 제작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내놓았으니 최소한 속편이 하나 이상은 만들어질 것 같은데, 첫 편을 이렇게 말아먹었으니 다음 작품들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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