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문을 읽으면 조선이 보인다
구자청 지음 / 역사공간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1. 요약      

 

     상소란 왕에게 써 올리는 선비들의 제안을 담고 있는 글을 말한다. 현직에 있는 사람도 있고, 관직에 나가지 않고 재야에 있다가 왕의 하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개중에는 특정인 - 가끔은 왕 자신이 배후가 되기도 했다 -의 사주에 의해 특별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작성되는 것도 물론 있었고.

 

     오랜 공직생활을 하고 은퇴한 전직공무원이자 한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이 재직하면서 수차례 작성했을 제안서와도 비슷한) 조선시대의 상소 스물다섯 편을 통해 그 당시의 상황을 더듬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 감상평    

 

     책의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번역도 괜찮은 편이었다. 아쉬운 부분은 서술의 방향이랄까, 이 책을 펴낸 이유랄까 하는 부분이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점. 상소는 일차적으로 매우 정치적인 문서이기에 그 안에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담겨 있는 건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다만 조선시대 내내 수만 편의 상소들이 등장했었을 텐데 그 중에서 굳이 스무 개 남짓의 상소들만을 뽑았다면 여기엔 뭔가 이유가 있었을게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어디에서도 굳이 이 상소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책에 실린 상소들은 그 연대가 조선 초부터 말까지 대체로 퍼져 있다는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임팩트가 부족하다. 각각의 상소 앞뒤에 붙어 있는 간단한 설명은 단편적인 지식일 뿐이고, 특히 앞쪽에 실려 있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상소문의 작성자 설명 부분은 서로 겹치는 부분도 보인다. 그래도 상소의 결과가 어떤지를 실어 놓은 것은 좋은 생각이었다.

 

     차라리 항목을 좀 더 분명하게 구분해서, 각각의 상소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목적에 따라 나눠두었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간신배가 올린 상소, 왕의 잘못을 지적하는 상소, 정치적 목적에 의해 작성된 상소 하는 식으로. 여기에 적절하게 오늘날의 현실로의 적용까지 더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구성과는 별개로, 책에 실린 상소들이 정말로 ‘선비정신’을 제대로 담아내고, 또 그걸 잘 보여주고 있는가도 의문스럽다. 물론 당대의 역사적 상황의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시종일관 성현들의 경전만 인용하며 뻔한 소리만 하는 상소들을 계속 읽고 있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개중에는 이론과 실제의 적용을 당부하는 율곡 선생 같은 분의 글들도 있었지만, 예송논쟁이니 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밀려온다. 송시열, 윤선도 같은 인물들은 당대에 꽤나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던 인물인데, 백성들의 피폐한 삶은 생각도 안 하고 왕이 몇 년 동안 상복을 입어야 하는지 같은 쓸 데 없는 논쟁으로 서로 죽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 조선이 망한 데는 다분히 이런 좁은 시야의 헛똑똑이 선비들도 그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하다고 할 수 없으리라.

 

 

     선택과 집중이 아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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