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그만두는 방법 - 국가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과 문화
니시카와 나가오 지음, 윤해동 외 옮김 / 역사비평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1. 요약     

 

     흔히 ‘문화’라고 하면 정치나 무력, 경제적인 요소로부터 자유로운, 좀 더 평화적이고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만한 무엇 정도로 느끼곤 한다. ‘민족’이라는 단어 역시 막연히 어떤 혈통을 따라 정의되는 한 무리의 사람들 정도의 ‘매우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니시카와 나가오는 이 두 가지 개념이 왕정 이후의 국민국가를 수립하는 가운데 그 구성원들을 통합시킬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창안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문화와 문명, 민족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발전해 온 역사적인 과정을 추적한다.

 

 

2. 감상평   

 

     문화나 문명이라는 개념, 나아가 민족이라는 개념까지도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새롭다. 이제까지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꽤나 합리적인 증거와 논리로 뒷받침 된 채) 부정될 때 느껴지는 당혹감이랄까.

 

     하지만 책 전체를 두고 보면, 이 간단한 주장은 너무 일찍 나와 버린 반면, 그것을 보충하고 주석하는 과정은 좀 길고 산만하다는 느낌이다. 저자 자신이 일본인인지라 일본에서 나온 저작들과 저자들이 자주 인용되는 것이야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이 책은 확실히 일본 국내 독자들을 향해 있다 싶을 정도로 그런 부분이 많은 느낌. 일본 역사나 사상계에 관한 조예가 부족한 나 같은 독자들에겐 좀 와 닿지 않는 부분들이다.

 

     물론 저자의 주장을 통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일본의 팽창주의나 안하무인적인 태도 등의 원인을 짐작해 볼 수도 있었다. 자국의 문화와 민족이 아시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지극히 유아독존적인 사고방식은, 전후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의 사이클 속의 조증(躁症)의 시기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또 울증(鬱症)으로 변할지도..

 

 

     국민국가로 전환된 이후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국민’이니 ‘민족’이니 하는 개념들을 강조해왔다. 오늘날 민족주의 성향을 지닌 세력들이 대부분 보수나 우파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민족’이라는 게 어디 무 자르듯 금을 그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떻게 생각하면 애국심이란 건 보수 우파가 손쉽게 자기들의 권력구조를 강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입만 열면 반만년 단일민족 어쩌구 하지만, 우리가 정말 단일민족인가? 고대 국가 시절만 해도 북방계와 남방계가 확연히 구분되고, 역사상 수많은 주변 민족들과 교류와 통혼을 해 왔을 게 분명한데.)

 

     요즘은 문화, 민족문화라는 것이 예전의 ‘민족’의 자리를 보완, 대체해내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역시 정확히 정의하기도, 구분하기도 어려운 개념임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김치가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의 한 모습이라고 할 때,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김치를 사랑하고 많이 먹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 ‘우리의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인가? 그런 식으로 나가는 극단이 일본의 극우파들, 군국주의자들, 전범추종세력들 아니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게 맞다. 이 책의 제목처럼 어쩌면 ‘국민을 그만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책 속에서는 이 부분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다. 현상을 분석하기는 했지만 좀처럼 어떤 미래의 주장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달까.

 

     핵심적인 개념, 주장만 포착하면 굳이 모든 내용을 정독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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