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난니 모레티 감독, 난니 모레티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전임자의 사망으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108명의 추기경들. 곧이어 열린 콘클라베를 통해 멜빌 추기경이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된다. 하지만 그는 발코니 앞에 서서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교황직을 수락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를 거부한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멜빌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난니 모레티, 이 영화의 감독이다)까지 데려오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는다.

 

     그리고 외부로 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길에 전격적으로 ‘가출’을 감행하는 멜빌. 교황청 대변인은 이를 숨기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모든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성당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세계로부터 모인 추기경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무료함을 달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벌어진 추기경들의 배구 토너먼트까지.

 

     짧은 가출을 마치고 마침내 돌아온 멜빌. 그는 발코니에 서서 자신은 교황이 될 자격이 없다며 사퇴연설을 하고 물러난다.

 

 

2. 감상평    


     로마 가톨릭이라는 종교 자체가 정교한 예식과 복잡한 예전(禮典)으로 유명한 종교다보니 영화 자체가 매우 화려하다. 특히 콘클라베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인종의 추기경들이 주홍빛 옷을 걸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이런 웅장함과는 다르게 유머러스한 요소들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선출된 교황이 수락연설을 거부하고 도망간다는 설정 자체도 그렇고, 많은 추기경들이 둘러싸고 있는 자리에 정신과 의사와 교황이 마주 앉아 상당을 하는 모습,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퇴위연설 직후 끝나버리는 영화의 구성 그 자체고.

 

 

     흔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건 대단히 부담스럽고 엄청난 책임감이 요구되는 일이다. 또 더 큰 영향력을 지닌 자리에 오른 사람일수록 더 많은 부분에 걸쳐 제한되고 부자유한 법이다. 때로 그건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더 큰 영향력을 차지했으면서 자기 것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악착같이 챙기려는 몰지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는 화려하게만 보이는 자리의 이면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괜찮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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