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고졸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까지 됐지만, 학벌 따지고, 뭐 따지는 법원보다는 돈 버는 게 더 좋다며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온 송우석. 부동산 등기 업무를 하면서 끌어 모으던 그는, 자주 가던 국밥집 아주머니의 아들이 용공조작 사건에 얽혀 들어가면서 변호사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모두가 말리는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한 송우석. 고문으로 받아낸 거짓 진술서만으로 멀쩡한 청년들을 순식간에 국가전복을 꾀하는 범죄자로 만든 부당한 권력을 고발하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려는 무모한 싸움을 시작한다.

 

 

2. 감상평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나서게 된 계기였던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개봉 전부터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라고 입소문을 탔고, 그 덕분인지 며칠 만에 관람객 백만 명을 넘겼다는 뉴스와, 집단 예매 후 상영 직전에 취소하는 예매테러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동시에 들리기도 하는, 꽤나 핫(hot) 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단지 노무현이라는 인물의 틀 안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다. 작품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조항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는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 물론 일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치료가 필요한 과대망상 환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영화 내내 (약간 과잉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감정을 조절하지 않고 쏟아낸다. 특히 공판 중 고문의 주역이면서도 자신이 뭔가 대단한 애국이라도 하는 양 뻔뻔하게 나오는 차동영(그는 이 영화에서 비틀리고 추악한 국가권력의 상징이다)을 향해선, 모조리 태워버리겠다는 듯 불을 토해내는 듯했다. 좀처럼 반성도, 미안한 마음도 갖지 않고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현실 속의 독재세력과 그 후계, 추종자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하면 좀 확대해석일까.

 

     영화의 내용 중 ‘국가’가 무엇이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쉬워 보이는 질문이지만 차동영은 이에 대해서 딱히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송우석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 2항을 들면서 국가란 바로 국민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쿠데타든 뭐든 일단 최고 권력자가 되면 그가 곧 국가라는 케케묵은 ‘국가주의’를 가지고 있었던 차동영은 이 명백한 헌법 조항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결코 극복할 수 없었으리라.

 

     당연히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라 하더라도 그 정권 자체가 국가와 동일시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국가는 국민이니까. 하지만 정권과 국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왕조시대나 어울릴 가신(家臣)들이 넘쳐나는 오늘의 현상은 분명 정상적인 건 아니다. 영화는 이런 비정상적인 시대에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지 외치고 있고, 영화의 초반 흥행은 이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지 않을까.

 

 

     조조영화로 5천원만 내고 본 게 좀 미안해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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