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
양혜원 지음 / 포이에마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하는 느낌인데, 찾아보니 그녀가 번역한 몇 권의 책들(C. S. 루이스와 유진 피터슨)을 읽어본 적이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오랫동안 번역가로 살아온 저자가 엄마로, 목사의 사모로,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로 살아오면 느껴왔던 것들을 짤막하게 한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2. 감상평   

 

     책 제목은 교회와 여성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는데, 책의 내용은 그 중에서 여성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여성학의 입장에서 기독교와 세상을 바라보는 에세이라는 느낌이랄까. 그 중에서도 이 책에 실린 칼럼들이 주목을 받은 것은, 일반적으로 세속적인 여성학이 보여주는 극단적 현실인식을 좀 누그러뜨리게 만드는 기독교적 배경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오랫동안 동서양에서 여성이라는 성이 남성에 비해 억압을 받아왔고,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그런 잔재들이 남아 있다는 저자의 지적에 십분 공감을 한다. 저자 자신이 그 ‘억압 받아 온’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을 더욱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정말 저자가 책에 쓰고 있는 것만큼 교회에, 사회에 엄청난 오류와 문제가 있는 건가 싶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웃 사람들, 혹은 아는 사람들로만 둘러싸여 있다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지만, 대개 그런 사람들은 어쩌다 만나고 말지 않나? 마찬가지로 책 속에 등장하는 교회의 억압(?)들을 다 모아 놓은 교회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요컨대 책을 쓰고, 말을 하려다 보니 상황이 점점 심각한 듯 묘사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

 

 

     차분하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어서 그냥 무작정 내용을 따라가기 쉬울 정도이다. 하지만 자주 그 논리들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면 ‘고객 대우, 사람 대우’라는 글의 논리는 이렇다. ① 지하철에서 나오는 방송에 자신을 포함한 승객을 ‘고객’으로 부르는 걸 듣고 불만이 생겼다. ② 고객이란 돈을 주는 만큼 그 대접을 받는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이다. ③ 하지만 오늘날은 고객을 사랑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인간관계에 뭔가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논리의 점프를 감행하더니 ④ 집근처 교회에서 길가에 나와 전도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교인을 고객으로 여기고 있다는 비판을 꺼낸다. 서너 번을 읽어봐도 딱히 공감되지 않는 논리전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보다는, 그저 문제를 인식하고 드러내는 정도의 기능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는 책이다. ‘교회 언니’로서 지혜롭게 문제들을 해결해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안내를 받으려 한다면 이 책으로는 만족할 만한 해답을 얻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물론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 중엔 새기며 읽어야 할 부분도 많다. 저자가 여성으로써 겪어야 했던 많은 부담들은, 남자인 나로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이런 부분에서 저자의 지적은 분명 기억해두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추천도서 목록에 올리기가 좀 주저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책이 ‘여성’으로서의 ‘개인’의 경험에 강하게 기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편적 공감, 혹은 유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은데.. 뭐 이것도 내가 남성우위의 사회와 교회 안에서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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