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에서 만난 예수 - 그리스도교의 한반도 전래 역사
최상한 지음 / 돌베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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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경주 불국사에 있는 석가탑 안에서 돌로 만든 십자가가 발견되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저자는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천주교와 개신교가 들어왔다는 18세기, 19세기 후반 이전에 비공식적인 루트로 우리나라에 이미 기독교(특히 동방기독교라고 부르는 네스토리우스교)가 들어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조선 중후기 실학자들의 기록에는 ‘야소교(예수교)’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며,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들어왔던 길리시단(크리스챤)을 조선에서도 알고 있었으며(그리고 몇 명의 조선인들은 천주교 성직자가 되기도 했다), 고려나 발해 시대의 유적과 유물에 십자가가 자주 발견된다는 점 등이 저자가 이런 추측을 하게 만드는 증거다.

 

 

2. 서평      

 

     책 제목을 보고 기대가 좀 됐다.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라.. 뉴스를 통해 접했던 불국사 석가탑 속의 돌십자가에 관한 연구나, 그 유래를 추적하면서 한국 고대사에 기독교가 남긴 자취를 책으로 엮은 건가 하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다. 서문에서도 기존의 공식적인 기독교 전래 시기가 대단히 늦었다는 식으로 내용이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본문의 내용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 조선 중후기 기독교에 관한 언급에 할애되어 있고, 3장(고려시대)과 4장(신라와 발해)의 경우는 연대가 좀 더 위로 올라가지만, 직접적인 사료 같은 근거보다는 (고려시대의 경우) 몽고(원)의 지도층에 네스토리우스교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혹은 매우 제한된 유물 몇 개를 통해 지나치게 과감한 추측을 하는 듯하다.

 

     이 외에도 저자가 이 분야의 전문연구자가 아닌 탓인지 여러 부분에서 논리전개나 서술 상의 문제가 눈에 띄기도 한다. 우선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도마 사도가 중국에 들어갔다는 서술은 그 근거가 희박한데도 마치 사실처럼 묘사되고 있으며, 심지어 그가 중국에 입국하기 250년 전에 ‘천주’라는 말을 사용하는 하느님을 믿는 종교가 있었다는 기록(30)은 이 책에서 말하는 ‘기독교의 동방 전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또 저자의 교회관에 관한 제한된 이해 - 이를테면 예배당 건물이나 성직자, 선교사들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 -도 자주 보이고, 성경기록에 관한 잘못된 이해 - 에티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베푼 것이 빌립 사도라는 -마저 보인다(250).

 

 

     기독교의 동방 전래, 혹은 네스토리우스교(경교)에 관한 내용으로는 이 책의 저자도 자주 인용하고 있는 김호동 교수의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이라는 책을 보는 게 훨씬 더 학술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책 곳곳에 실려 있는 도판들과 사진들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지만, 나쁜 건 아닌데 전반적으로 아쉬운 느낌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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