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과 닫힘 - 인문학적 상상을 통한 종교문화 읽기
정진홍 지음 / 산처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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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오랫동안 종교학을 연구해 온 저자가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해 나름의 생각을 적은 책. 저자는 종교를 일종의 문화현상의 하나라고 선언한다. 책의 초반 두 개 정도의 장은 종교를 인류의 고안품, 혹은 인간 본성에서 자연스럽게 유출되는 무엇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고, 나머지 장은 그런 논리적 토대 위에 종교를 일반적인 인문학의 주제들 - 경험이니 언어니 해석, 타자 등 -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종교를 단순한 문화적 현상의 하나로서 보는 시각을 통해 서로 간의 열린 대화, 나아가 통합의 가능성을 보고자 한다.

 

 

2. 감상평 。。。。。。。   

 

     비교종교학자로서 현대인들에게 종교의 의의 혹은 필요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압박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어찌되었건 평생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던 주제이니까. 종교를 인문학의 한 분야로서 연구해 온 저자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을 문화의 한 형태로 단정지어버린다. 아마도 저자는 그렇게 해야만 현대 사횡에서 종교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저자의 시도가 과연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통조림 종교를 만들기 위해 가미한 합성화합물들은 원래의 맛과 비슷하게 만들어 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스팸 한 조각이 아무리 맛있어도 그건 진짜 고기를 먹는 것과 다른 경험이 아닌가. 저자 역시 책 안에서 과학주의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있기는 하나, 사실 비교종교학에서 시도하고 있는 종교의 통조림화 자체가 그런 과학주의적 전제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내 작은 눈으로 봐도 너무나 분명하다.

 

     책 속 저자의 말투는 한없이 정중하고, 부드럽게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모든 걸 한 가지 논리로 환원시키려고 하는 일종의 환원주의가 엿보인다. 그리고 이런 식의 환원주의는 종종 독단으로 나아가곤 한다는 걸 생각할 때, 이 책이 종교 간의 대화, 또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가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꿈꾸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저자가 인정하지 않을 만한) 전통적인 신앙인들의 완전한 항복을 요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것을 남기기 위해 그것의 특별함을 부정해버리는 게 과연 지혜로운 일일지. 결국 저자가 추구하는 열림이란 이런 종류의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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