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속칭 ‘철가방’이라고 불리는 중국요리 배달원인 대오. 어느 날 짜장 배달을 위해 갔던 대학교 기숙사에서 보게 된 예린에게 한 눈에 빠져버린다. 여대생을 좋아하는 철가방이라는 구도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알면서도 용기를 내 그녀에게 고백을 하러 가던 중 우연히 미문화원 점거농성을 벌이는 대학생 무리에 섞이게 되었고, 그 안에서 예린을 발견한 대오는 그 중 한 명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엉뚱하고 우스운 에피소드들.

 

 

2. 감상평 。。。。。。。   

 

     전작 ‘방가? 방가!’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괴로움과 아픔들을 주제로 담아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은, 이번에는 독재정권 치하에서의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대학생들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내놓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독재타도라는 ‘숭고한’ 뜻을 담은 정치성 깊은 건 아니고, 영화 자체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으려는 부족한 남자의 짝사랑 이야기가 중심에 둔 코미디성이 강한 장르다.

 

 

 

 

     이쯤 되면 ‘김인권 류’의 개그 코드라는 말을 사용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이 정감이 가는 외모의 배우는 다른 코믹 배우들과는 약간 결이 다른 웃음을 준다. 슬랩스틱에 가깝지만, 또 그렇다고 단순히 맞고, 넘어지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만이 아니라, 어느 순간이 되면 진심을 드러내고 약간 찡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끊임없이 피식 하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학생운동이라는, 어떤 의미에선 짐짓 신성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주제를 이런 식으로 우스꽝스럽게 그려낼 수도 있다는 게 약간 놀라웠다. 독재와의 투쟁을 위해 청춘을 바쳤던 이들의 노고와 희생이야 감히 함부로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물며 그 시절 자기 한 몸 잘 먹고 사는 걸 위해 독재자들의 논리에 적극 찬동하고 아무 반성 없이 살아 왔거나 그 시절 서슬 퍼런 독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욱.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화 운동이나 반독재 투쟁에 참여했던 이들의 의견에 아무 오류가 없다는 식이나 무조건적인 숭배를 하는 것 또한 좀 웃기는 일이지 않은가.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일종의 중심을 잡기 위한 작은 추(錘)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영화 말미에 역시 중국집 배달원 중 하나로 출연한 박철민이 했던 말 한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방송국 따위에서 지껄이는 말 다 받아들이지 말라’는.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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