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 코드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 살림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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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UC 버클리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가 테러리즘과 에너지, 원자력, 우주, 지구 온난화와 같은 현실적이고 논란이 많은 주제들에 대해 ‘과학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사안마다 저자가 던지는 조언의 뉘앙스는 약간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위기론자들의 주장이 좀 과장되어 있다는 쪽에 가까워보인다. 이를 테면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며,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공포 역시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져 있다는 것. 태양광 에너지나 전기 자동차, (특히) 수소 에너지 같은 대안적 에너지들의 연구와 사용을 막는 것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존의 기업들이 아니라 비싼 가격이라고 지적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2. 감상평 。。。。。。。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이 책 속에도 몇 개의 공식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간략한 계산들이 가능한 것이고, 특별히 어려운 용어 없이도 우리의 실생활과 관련된 과학적 연구를 쉽게 설명해준다.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알아야 할 중요한 과학 분야의 기술들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나온 책이기에 이론과 실생활이 결합된 형태로 제시되니 지루하지도 않다.

 

 

     저자는 문제의 원인을 사안에 대한 부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왜곡되게 이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치우친 자료들, 한쪽의 입장만을 반영하도록 의도적으로 추려진 증거들은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지적은 십분 공감한다. 다만 이 다양하고 복잡한 세상에 살면서 누가 관련된 모든 정보와 지식들을 정확하게 습득하고 난 뒤에야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제대로 알기 전에는 말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도 오해(?)될 수 있는 저자의 견해는, 좀 지나친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전 지구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들은 그 추세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과 엄청난 노력들이 필요한데, 막상 그 모든 것을 다 고려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결론을 낼 때 쯤이면 이미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물리학자답게 사건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야 이해가 되지만, 수학과 숫자라는 게 생명과 결부될 때는 또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핵폐기물로 인한 방사능 노출로 암 환자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0.1%가 늘어난다고 치자. 자연적으로도 약 20%의 사람들이 암에 걸린다고 하니, 천 명이 살아가는 마을의 경우 원래대로라면 200명이 암에 걸려야 할 텐데 핵폐기물로 인해 고작 한 명이 더 암으로 죽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런 예를 통해 핵폐기물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를 간단히 무시해버리지만, 글쎄 그게 그런 걸까? 한 사람의 생명은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 죽여도 되는 걸까?(그건 2천 년 전 한 인물로 족하지 않은가?) 물론 저자는 논의가 이즈음까지 오면 자신은 그저 사실을 제시할 뿐이라면 한 발 뒤로 물러선다. 아마도 과학의 한계가 딱 여기 어디쯤일 것이다. 그 이후는 철학과 세계관의 문제다.

 

 

     사실에 기반한 판단과 결정, 행동은 대체적으로 옳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실 그 자체가 자동적으로 판단과 결정을 이끌어내지는 않는다. 책 속에서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이 여전히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분석되지 않는 것들이 제법 많기도 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에 설득력 있는 글쓰기 방식이니 매력적인 책이긴 하지만, 세상은 확률로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 숫자 지상주의에 빠지지는 않아야 할 듯.

 

     그나저나,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이런 것 좀 알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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