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2차 세계대전. 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있었던 영국과 독일이 폴란드를 지원하러 올 것을 알고 있었던 폴란드 군은 열심히 맞서 싸웠지만 상황은 어이없게 정리되고 말았다. 독일과 폴란드의 땅을 나눠먹기로 비밀리에 동맹을 맺었던 소련군이 배후에서 공격해 들어왔기 때문. 소련군은 폴란드 군의 장교 2만 5천 명을 포로로 삼았고, 그들은 그렇게 끌려가 카틴 숲에서 아무런 재판 없이 처형되어 암매장된다. 이른 바 카틴 숲의 학살.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를 점령한 나치 독일군은 이를 볼셰비키의 만행이라며 폴란드의 남은 반절을 차지하기 위한 정보공작을 펴지만, 결국 독일군이 패하고 소련군이 진주해 들어오면서 공산정부가 세워지자 모든 일은 나치의 소행으로 발표된다. 그러나 학살 당한 이들의 가족들은 분명한 진실을 알고 있었다. 이 영화는 떠나간 남편과 오빠, 아빠를 간절히 기다렸던 가족들이 이야기다.

 

 

 

 

 

 

 

 

2. 감상평 。。。。。。。                    

 

     쇼비니즘과 코뮤니즘의 협공. 그 사이에서 죽어나가는 것은 폴란드 국민들뿐이었다. 양쪽 모두 국민보다는 국가라는 실체 자체가 모호한 집단적 개념을 더 우선시하는 사상체계다. 실체가 없는 것에 매달리니 실체가 있는 존재가 희생되는 당연한 상황. 사전에도 없는 국격 운운하며 국민을 비난하고 잔뜩 거드름을 피며 훈계하는 어떤 정부도 길게 보연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어떤 유형의 정부냐가 아니라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가이니 말이다.

 

     소련군 진주 후 폴란드 공산 정부는 카틴 학살에 대한 소련측의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소련과의 관개냉각을 우려한 서방의 민주주의 국가들도 학살에 대한 책임을 모른 척 하기에는 마찬가지였다(심지어 전후 영국과 미국은 소련 측의 주장을 전적으로 따른 국경선을 폴란드 정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관철시켰다). 결국 199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사건의 실체가 공식적으로 드러날 수 있었고, 죽은 이들은 그 때까지도 진짜 사인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분명한 것은, 무슨 이유를 대든지 감추는 것이 많은 정부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참 잘 만들었다. 초반에 상황과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성공했다면 두 시간 여에 달하는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영화 전체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감독은 비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연약한 사람들 대신,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 멋진 연출 방식이다.

 

 

     덧. 2010년 공교롭게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내외와 정부 요인들이 카틴 학살 70년을 추모하기 위해 러시아로 가던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그들을 초청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개인 자격으로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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