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제 영성에 속지 말라
마이클 호튼 지음, 김재영 옮김 / 규장(규장문화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1. 요약 。。。。。。。                    

 

     저자는 ‘미국제 영성’을 영지주의적 신앙과 동일시한다. 바른 교리보다 특별한 감정적 고양의 상태를 더욱 우월한 것으로 여기며, 인간적인 노력으로 절대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으며 종종 이를 위해 주술적 형태의 신앙행위를 동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한편으로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를 가르치면서도 성/속, 영/육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이 혼합주의적인 신앙이 이미 교회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책 전체에 걸쳐 저자는 오늘날 이 영지주의적 신앙이 어떻게 교회 안에 부활해 사람들의 생각에 깊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인간의 생각에 기초한 종교가 아닌 하나님의 방식과 기준에 따른 역사적이고 정통적인 기독교로 돌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2. 감상평 。。。。。。。                  

 

     기독교는 계시의 종교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인간들에게 그분에 관해, 이 세상에 관해 말씀해주신 계시의 내용을 근거로 성립된 신앙체계라는 면에서 그러하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기독교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진다. 기독교 신자는 오직 하나님께서 계시해주신 것 안에서만 알 수 있고 믿을 수 있다. 실제로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신학자들이 성경을 연구하고 사유해왔음에도 신학 전 분야에 걸쳐서 여전히 완전히 이해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신론에서는 하나님의 존재의 방식에 대한 이해가, 인죄론에 관해서는 자유의지와 하나님의 계획하심에 관해, 구원론에 있어서는 인간의 노력과 하나님의 은혜라는 교리들이 완전함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적으로 이런 애매함과 불가해한 부분을 하나님의 속성에 기인한 ‘신비’로 인정하고 그들의 무지함을 겸손하게 인정해왔다. 영지주의는 바로 이런 신비를 인간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려 이해 가능한 수준의 설명을 제시하려는 일련의 시도들에서 비롯되었다. 당연히 이런 시도는 어제 오늘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다를 어항에 담으려는 시도는 잘 해야 실패로, 최악에는 어항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는데도, 모든 것을 인간 지성으로 담아내려는 이러한 시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문제다.

 

 

     이 책의 가장 큰 공헌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기독교에 대한 관점들(특별히 영지주의적 접근, 즉 인간 이성의 한계를 인정치 않고, 인간 중심의 종교로 재배열하려는 시도들)이 얼마나 쉽게 오염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제 영성’으로 통칭되는 이러한 인간본위의 신앙행태는 우리에게 너무나 편하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때문에 단시 신학적 자유주의자들만이 아니라 복음주의자로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도 이러한 경향들이 자주 발견되는 것. 저자가 경고하는 대로 성경의 계시가 말해주고 있는 방식과 한계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파괴적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다만 영지주의 자체가 워낙에 잡다한 사상들을 통칭하는 이름이기에 ‘아닌 것은 모두 영지주의’라는 식으로 설명되는 느낌이 드는 부분과, 수사적인 표현들이 종종 등장해 내용이 반복되기만 하는 것 같은 부분이 보이는 것은 좀 아쉽다. 전자야 영지주의 자체가 가진 문제이긴 하지만, 후자 쪽은 전작과는 달리 저자가 좀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걸까 싶다. 물론 주제와 동떨어진 내용을 덧붙인 것과는 다른 부연이긴 하지만 말이다.

 

     책 속의 어느 구절처럼 ‘진리보다 솔직함을, 실재보다 감정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한, 기독교는 더 이상 생명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유일한 종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여러 종교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바른 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면서, 이 주제에 관해서 가장 실제적이고 분명한 교훈을 담고 있는 좋은 책이다. 읽고, 위기에서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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