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장례문화에서도 서양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특히 전국민이 명목상으로는 기독교(대부분 가톨릭, 일부 개신교) 신자이기에

장례 의식은 신부 집전 아래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죠.

 

 

 

 인근의 개인 묘지. 봉분 대신 땅 아래 묻고 비석을 세우는 형태.

 

 

 

일단 사람이 죽으면 관을 마련하고 그 안에 시신을 넣은 뒤

조문을 오는 사람들을 맞이 합니다.

이 때 시신의 상반신은 드러내 놓습니다.

 

요새는 집이 아니라 장례식장에서 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하는데요,

집에서 할 경우 보통 4~5일 정도를, 식장에서 할 경우는 이틀만 한다네요.

 

필리핀 문화에서 장례식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가까운 친지가 해외나 먼 지역에 살고 있을 경우 돌아올 때까지

며칠 더 장례기간을 두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시체가 부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방부제를 주입한다네요.

 

 

 

 

 방문했던 날 장례식이 있어서 매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네요.

 

 

 

필리핀 장례 의식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밤을 새는 문화가 있습니다.

밤에 꼭 깨어 있지 않으면 악령들이 고인을 데려다는 미신이 있다네요.

그런데 밤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깨어 있는 게 쉽지만은 않죠.

그래서 두런두런 모여 밤을 새워 포커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화투랑 비슷한 걸까요?

돈을 딴 사람은 10% 정도를 추가로 조의금으로 낸답니다.

(우리나라도 그런가요?)

 

최근에는 노래방 기계를 켜 놓고 밤새 술 먹고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건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어도 종종 하는 건데요,

얼마 전엔 제가 머무는 집 근처에서 밤새 노래를 하더군요.

잠을 자야 하는데...;;

그런데 시끄럽다고 뭐라고 하면 총 맞을 수도 있으니 그냥 자야 한답니다.

 

 

 

 매장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블럭으로 무덤을 만들고

안에다 관을 넣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가톨릭 문화가 지배적인 필리핀에서는

조문이 끝난 뒤 대부분 시신을 넣은 관을 성당으로 옮깁니다.

관을 실은 차가 앞서고 가까운 곳이면 걸어서, 조금 멀면 차로 따라갑니다.

 

대도시가 아니면 길이 넓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종종 교통체증이 일어나는데요,

추월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경적을 울리는 건 금기라고 하네요.

고인에 대한 무례로 인식되거든요.

(마라톤 대회 한다고 마닐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을 8시간씩 막기도 하는 동네니..;)

그냥 다들 그러려니 하고 천천히 갑니다.

 

그래도 이걸 계속 두는 건 좀 문제가 있다 싶었는지,

여기는 오후 12시부터 2시(지역에 따라 3시)에만 장례행렬을 허가한다고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넓은 땅에 아주 집을 지어 가족 묘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무덤 안에 귀중품이나 좋은 것들을 함께 넣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는 새로 산 물건들을 넣기도 하구요.

그런데 세상이 삭막해져서 그런 소식이 알려지면

도둑들이 밤에 무덤을 깨거나 파해쳐서 부장품을 훔쳐가는 일이 많아서요,

부장품들을 넣고 싶은 경우에는 아무에게도 알라지 않고

비밀리에 넣는다고 합니다.

 

 

 

 

앞서 같은 개인 묘지는 너무 비싸서 보통 사람들은 들어갈 수가 없죠..

여긴 공동묘지입니다.

 

 

 

위에 사진으로 넣은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묘지입니다.

당연히 매우 비싸죠.

넓은 잔디밭에 이런저런 나무들까지 다 관리해주는 거니까요.

때문에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공동묘지를 이용합니다.

 

공동묘지의 경우 1인당 약 2,000페소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1페소가 약 27원이니까 6만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죠.

물론 관 값이나 수의는 따로 구입해야 합니다.

관은 가장 싼 게 약 7,000페소 정도 되고,

옷은 따로 죽은 사람만 입는 옷이 있는 건 아닌데,

보통 1,000페소 정도 내고 새로 산다고 하네요.

 

이에 반해 개인이 운영하는 묘지의 경우

묘지 값이 약 50,000페소,

관도 비싼 것들은 300,000페소가 넘기도 한다네요.(유리나 특수금속으로 제작)

 

 

 

 

시간을 제대로 맞춰갔는지, 공동묘지에서도 입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관이 작은 게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공동묘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아파트처럼 올라간 묘지들이었습니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시신은 늘어나니 자꾸 올라가는 거라네요.

묘지의 한쪽은 그런 관들이 쭉 쌓여 있어서 벽처럼 되어 있네요.

개인 묘지의 모습이랑은 참 다릅니다.

좋은 관에 들어가면 죽어서도 좋은 걸까요?

 

화장은 워낙 비싸서(약 25,000페소 이상) 아직은 대부분 매장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부잣집에서는 화장을 하기도 하구요.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

빌리지 안에서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돈을 얻기도 한답니다.

필리핀 문화에서는 당연히 있으면 기끼어 도와준다고 하네요.

돈이 없으면 쌀이라도 퍼주구요.

아직은 사람 사는 정이 남아 있는 시골입니다. 

 

 

 

 

공동묘지를 둘러보다 발견한 아기들의 무덤들. 사이즈가 성인의 절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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