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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ㅣ 믿음의 글들 253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강영안 옮김 / 홍성사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기적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연주의자들의 생각에 담긴 모순을 지적하며, 기적도 충분히 (어떤 의미에서의)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풀어내는 책이다. 절정에 다다른 C. S. 루이스 특유의 변증적 논리전개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이 가진 난제를 지적하는 데 멈추지 않고, 기적의 발생으로 인해 자연세계의 구조가 무너지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며, 나아가 성경에 등장하는 주요 기적들 - 성육신과 부활, 승천 -에 관한 루이스적인 변증에까지 이른다.
2. 감상평 。。。。。。。
가장 먼저 읽은 C. S. 루이스의 책이 『순전한 기독교』였기 때문인지, 나에게 루이스라는 사람은 ‘작가’보다는 ‘변증가’로서 더 깊은 인상이 남아 있다. 당연히 여러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변증적인 틀로 이해해왔다. 『침묵의 행성 밖에서』나 『천국과 지옥의 이혼』 같은 환타지적 소설류도 그런 식으로 읽어왔다.(물론 이런 읽기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종종 탁월한 통찰들을 얻을 수 있기도 했지만, 정통적인 변증서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몇 년 전 ‘만들어진 신’이나 ‘신은 위대하지 않다’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책을 팔았던 이들이 있었다. 나름 어떤 기대를 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사실 거기 담긴 것은 개인적인 경험과 그로 인해 쌓인 악감정의 토로, 그리고 선별적으로 뽑아낸 적대적 사례들의 나열뿐이었다. 여기에 치밀한 논리구조 대신 대담한 추측과 예단만 난무했다. 차라리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가 이런 책들보단 조금 더 논리적인 면이 있었는데, 사실상 앞의 두 책은 이 책의 아류 중에도 하급이다.
아무튼 그런 책들이 종교에 관해 늘상 취하는 입장은, 자신들은 매우 합리적인데 종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종교를 변호하려는 이들은 이런 주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루이스는 정면으로 그런 주장을 반박한다. 자연주의자들이야말로 대단히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인간이 이성(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이 ‘자연적이지 않은’(초자연적인) 근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책 자체는 ‘기적’의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입증을 시도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저자인 루이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독교 신앙 체계가 갖는 합리성 전반에 대한 변증까지도 해내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나 물의들을 들어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그런 일들을 벌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지 그들이 믿는 신앙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물론 그 신앙이 그들을 충분히 변화시키지 못했음을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신앙을 A를 넣으면 B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기계쯤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그런 비논리쯤은 태연하게 넘어가는 것이 무신론을 변증하는 사람들과 책의 일반적인 특징인 것 같긴 하지만.
한국에 소개된 십 수 권에 달하는 루이스의 책들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의 변증을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리전개를 보고 책이 형식논리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내 경우엔 기분 좋은 지적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