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알싸한 프러포즈 일인시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
사이시옷 지음 / 헤르츠나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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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다양한 이유로 일인시위를 했던 이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취재한 내용을 엮은 책.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보고도 눈을 감는 국세청의 부패한 관료들에 대한 침묵의 시위도 있고, 두발자유를 위해 학교 안에서 용기 있게 나선 학생의 놀이와도 같은 시위도 있고, 부당한 해고나 아들의 죽음을 방조한 회사의 비열한 처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위(공교롭게도 둘 다 삼성이 그 상대이다)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짚어 본다. 

 

 

 

2. 감상평 。。。。。。。               

 

 

     왜 이 사람들은 혼자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까? 혼자 거리로 나와 피켓을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이 이야기에는 대단히 슬픈 배경이 깔려 있다. 우선 그/그녀는 ‘혼자’ 나와야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거리’에 그저 서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그는 다른 이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고립되어 있다. 특별한 목적 - 이를 테면 청혼이나 예술 공연과 같은 - 이 아니라면 일인시위는 그 자체로 공동체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시위의 목적은 ‘억울함’이다. 그런데 그 억울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힘이 없다.(뭐 힘이 있었다면 애초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지도 않겠지만) 하지만 그들이 당하고 있는 억울함은 절박하기에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선정(善政)’이란 ‘정직한 사람이 무참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흔히 ‘오현제 시대’라며 로마 제정 최전성기로 여기는 시대를 서술하면서 쓴 말이다. 눈부신 승리와 영토 확장은 없었지만 견실하게 내실을 다져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졌던 시기가 오현제 시대였다.

 

     이 기준으로라면 정부에서 뭐라고 발표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인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지금은 ‘선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물론 모든 것을 다 정부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또 모든 사람들이 불만이나 억울한 일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원만한 이해관계 조정이라고 할 때, 그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지 않은가. 비단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라지만, 눈에 보이는 실적을 위해 힘없는 이들을 억울하게 만드는 정신 나간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큰일이다. 외적을 막겠다며 만리장성을 쌓던 진시황제에게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강바닥을 파고 있는 현 정부가 떠오르는 이유는 뭔지.

 

 

     아쉽게도 책에 실린 일인시위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다행히 그 시위가 여론의 지지를 얻어 하나의 큰 힘을 형성해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으니 확률도 낫고 성공할 확률은 말 그대로 랜덤이다. 일인시위라는 게 대개 힘 없는 이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최후의 수단이기도 하니까. 때문에 책의 분위기는 내가 좋아하는 환한 노란색의 표지와는 달리 그리 밝지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읽기가 어려운 책은 아니다. 편하게 인터뷰를 하듯, 그들의 삶과 행동들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투쟁의 이론을 지루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사실 그렇게 이론을 주워섬기기엔 너무나 급하고, 너무나 절박하고,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니까.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나와도, 그래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렇게라도 혼자 거리로 나가 외쳤던 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 우리의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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