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카피하다 - Certified Cop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자신의 책 ‘기막힌 복제품(Copie conforme)’을 홍보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온 제임스 밀러.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엘르는 그의 책에 큰 관심을 갖고 하루 동안 토스카니 지방을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그들을 부부로 오해하는 일을 겪자 그들은 즉흥적으로 가상 부부인척 연기를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진짜 부부인 것처럼 말하고, 다투고, 화해한다.

 

 

2. 감상평 。。。。。。。                 

     영화평을 봐도 영화를 보면서 대부분의 관객들이 서서히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둘의 가상 부부 연기가 너무나 실감나서(어차피 영화이긴 하지만), 둘이 원래부터 무슨 관계에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엘르는 왜 그렇게 흥분을 하며, 밀러는 또 왜 그런 엘르를 받아주는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두 사람의 가상부부놀이다.

     아마도 이 꼬인 스토리를 풀어가는 열쇠는 영화 속 밀러가 썼다는 책의 내용이자 그의 인생관인 ‘가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있는 것 같다. 밀러는 아무리 멋진 오리지널이라고 하더라도 사실 그것은 원래 있었던 무엇을 모사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예컨대 모나리자라는 작품도 그 실제 인물이 있었고, 그렇다면 그 역시 실제의 모사일 뿐이라는 논리다. 물론 밀러는 우리가 보고 있는 대부분이 그런 모사품이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진품이니 모사품이니 하는 것을 굳이 구별할 필요 없이 그저 눈앞의 일들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결론으로 이어지는데, 참 속편한 인생관이다. 그런 밀러가 비록 자신이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가상부부 놀이에 기꺼이 참여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며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밀러와는 반대되는 성격을 표현하고 있는 엘르의 태도는 여전히 쉽게 이해되지 않긴 하지만.

 

  

     밀러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의 실재는 저 위에 있으며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은 그 모사일 뿐이라는 플라톤의 철학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고대 철학자와 영화 속 현대 학자의 인생관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그 위대한 고대인은 그림자에 불과한 현세보다는 이상향의 세계에 더 집중하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대의 철학자들은 그냥 지금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같은 진단에 전혀 다른 처방인데, 요새 대세인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도 사실 이런 밀러 철학과 닿는 면이 있으니, 딱히 한 영화 속의 의견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즉각적이면서 눈앞의 행복을 얻기 위해 ‘눈 한 번 딱 감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태도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 그 대답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밀러의 마지막 대사는 이 ‘결혼놀이’가 ‘놀이’이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은 그렇게 말하고 기차를 타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런 식으로 떠날 수는 없는 문제가 아닌가. 얼마든지 즐기다가 생각이 달라지면 헤어지거나 떠나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그냥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대단히 자기중심적 사고일 뿐이다.

 



    영화는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게 좀 과해서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교육하려고 하는 건가 하는 느낌이 살짝 들 정도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감독은 영화 스토리에서 논리적 구조를 약화시키고 대단히 직관적인 구조만을 남겨두었고, 결과적으로 그다지 신선하지도, 또 의미가 깊지도 않은 주제를 빼버린다면 남는 건 이탈리아의 지방 소도시의 아름다운 풍경밖에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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