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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Confessions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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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봄방학을 앞둔 한 중학교 교실. 담임선생인 유코는 시끄럽게 떠들며 아무도 듣지 않는 학생들을 향해 존댓말로 또박또박 자신의 마지막 말을 전한다.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들이 이 반 안에 있다는 것. 그녀는 범인이 누군지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들이 누구인지를 지목한다. 하지만 현행 형법으로는 만 14세가 되지 않는 그들을 처벌할 수 없다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고백한다.
이후 영화는 슈야, 나오키, 미즈키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입장에 서서 사건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의 심리를 내레이션으로 고백해 나간다.

2. 감상평 。。。。。。。
영화는 기본적으로 복수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법적, 도적적 문제가 아울러 제시된다. 기본적으로 현대 국가에서는 사적 구제(救濟)를 금지하고, 형벌권을 국가에게만 귀속시킨다. 쉽게 말해 억울한 일을 당했더라도 직접 그것을 갚아주려고 해서는 안 되고 국가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복수로 사회가 무척 혼란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부당한 일을 당한 것은 나인데, 다른 누군가가 그 부당함을 어떻게 온전히 갚아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또, 피해자로서는 그렇게 갚아준 내용이 늘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다. 누군가 네 왼뺨을 때리거든 오른 뺨도 돌려대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고,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보복에 관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리라.
영화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딸을 죽였다. 그런데 그 범인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법적인 처벌과 제제를 받지 않는다. 이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가? 영화에서는 이 문제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세부적 사항들이 더해진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분명히 알고 있었고, 계획적으로 일을 꾸미고 저질렀으며,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별다른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보복을 선언한 피해자의 부모는 복수를 위한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고 그저 거짓말만을 했을 뿐이다.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또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얼마만큼 물어야 하겠는가.

관객은 쉽게 어느 쪽의 편을 들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조마조마하며 영화를 보게 된다. 시종일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설명하는 인물들의 내레이션은 그 자체가 이 영화의 제목인 ‘고백’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한 사람의 고백이 아니라 많은 인물들의 고백들의 모음이라는 형식을 띈다. 그리고 고백이라는 단어 자체가 함의하고 있는 내밀하고 개인적인 생각들까지 섞여 표현되면서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꽤나 흡입력 있게 잘 만들어진 심리 스릴러물이다.
군데군데 일본영화 특유의 섬뜩한 장면들과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슬래셔 무비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이 영화가 미성년자관람불가 등급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깜짝깜짝 억지로 놀라게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보기 전에 충분히 고려하고 들어가자.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보고 나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