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때는 조선 중기 광해군 시절. 저물어 가는 명나라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후금(후에 청나라가 된다)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었던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입은 피해도 충분히 복구되지 않았기에 두 나라 사이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으나, 명분론을 내세우는 신하들의 등쌀에 떠밀려 명을 돕기 위한 파병을 결정한다. 역사적으로는 그렇게 군사를 이끌고 간 도원수 강홍립이 후금에 투항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 영화는 그곳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고, 단 세 명만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좌군(左軍)을 이끌던 헌명과 그의 부관이자 친구였던 도영은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더 이상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던 그 때, 헌명은 도영에게 자신이 그의 아버지를 역모로 고발했음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들은 죽지 않고 국경 근처에 있었던 한 객잔에 도달했고, 이미 그곳에는 후퇴명령도 없는데 먼저 도망을 나왔던 탈영병인 두수가 있었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헌명에게 복수를 하려는 도영, 탈영을 한 사실로 인해 언제 처벌을 받게 될지 두려워하는 두수, 그리고 헌명. 좁은 객잔 안에서 서로를 죽이려는 이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어간다.

2. 감상평 。。。。。。。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감독답게 영화는 ‘공식’에 충실하다. 좁은 방 안에서 벌어지는 1 : 1 : 1의 대결이라는 구도는 이미 ‘놈놈놈’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등장했던 구도로,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적합하다. 여기에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들은 관객이 영화 속 인물에 몰입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쉬운 건 그렇게 공식에는 충실했지만, 이야기 자체를 흥미롭게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사극이라는 소재 자체가 처음부터 거리감을 주는데, 여기에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 또한 딱히 와 닿지는 않는다. 감독은 각각의 인물들의 회상 장면을 통해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보여주려 하는데, 이런 경우 이성적 설명보다는 감정적 고조가 더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지만 영화는 너무 설명을 하려고 한다고 할까.

극을 이끌어 가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무난했다. 특히 두수 역의 고창석은 무미건조해지기 딱 좋았던 이 영화에 그나마 맛을 부여해주는 소금의 역할을 했다. 다만 ‘작전’이든, ‘순정만화’든, ‘맨발의 꿈’이든 맡은 배역마다 늘 같은 대사톤과 표정으로 일관하는 박희순의 표현력 부족은 이번에도 눈에 거슬린다. 아무튼 영화란 누가 누가 연기를 잘 하나 오디션을 하는 게 아니니까. 연기가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야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하겠는데, 이야기 자체가 딱히 매력적이지 못하니..
전반적으로 감동을 주기엔 한참 부족하고, 뭔가 교훈을 주기엔 주제를 찾기 어려울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