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오줌의 역사
마르탱 모네스티에 지음, 임헌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똥과 오줌에 관해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 묘하게 진지한 이 책의 저자는 이 인류 공통의 주제를 매우 노골적으로 다루는데, 그 영역 또한 대단해서 시간적이고 (주로 서양의 사례에 집중되기는 하지만) 공간적인 변화에 따른 추이를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2. 감상평 。。。。。。。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평소에는 이상하게 여기던 일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워낙에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자신도 모르게 ‘아 이거 이렇게 하는 게 원래 괜찮은 건가?’하며 저항의 수위를 낮추곤 한다.(영화 같은 것들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여기에 ‘예술’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기가 팍 죽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따라간다. 어떤 것이 예술인지 아닌지는 뭔가 혈통이 다른 고귀한 ‘예술가님들’이 결정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그저 복종하면 될 뿐인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이 딱 그랬다. 물론 ‘목소리’는 하나였지만, 그 ‘목소리’가 워낙에 세세하면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들리니 이 그로테스크한 책이 내추럴한 건가 싶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배변활동이란 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의 매일 수행하는 일들이니 딱히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것이라고 해서 늘 노골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때 많은 사람들이 ‘성해방’이니 뭐니 하면서 성을 문화의 전면으로 끌어내는 것이 성숙한 것이고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 이후 이와 관련해 나타난 변화는 포르노 산업의 확산과 엄청나게 늘어난 성폭행과 성폭행 연령의 저하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똥과 오줌을 무조건 감춰야한다는 건 아니지만,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자기 똥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화가에까지 이르게 되면, 이건 뭐 거의 자기파괴적인 자유추구의 종말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요컨대 자아가 팽창되자 못해 자기와 관련된 모든 것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종의 노출증에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전에 한 요리사가 쓴 중세 음식사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나아가서 그 역사를 연구하고 책으로까지 엮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참 멋져보였다. 어떻게 보면 이 책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일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다양한 문헌과 자료로 흩어져 있던 것들을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엮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의 결과이니까. 각각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분야에 관한 미시사(微示史)를 차곡차곡 쌓아놓을 때 결국 역사학 자체도 두터워지고 풍성해지는 법이기도 하다. 도시위생이나 설계를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쯤은 읽어볼만할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은 연구 자료로서는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엔 그냥 사람들이 모였을 때 사용하는 B급 유머의 주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하지만 뭔가 독특한 것을 즐기는 것 같은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식으로 책의 내용이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딱히 기분나빠하기 보다는 호탕하게 웃고 넘길 것 같으니 괜찮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