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
마크 로그.피터 콘라디 지음, 유향란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2차 세계대전 즈음 영국의 왕위에 오르게 된 조지 6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할 때면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찾아 간 사람은 언어치료사인 라이놀 로그. 어떤 학위도 가지지 못했지만, 뛰어난 상담자이기도 했던 로그는 왕의 문제가 단순히 혀의 움직임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그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감당하려는 조지는 로그의 도움으로 점차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입헌군주국에 있어서 군주란, 그런 전통이 없는 나라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와 닿지 않는 존재다. 국민 모두가 투표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지만, 이런 생각이 퍼진 것은 고작해야 채 200년도 되지 않았다. 수천 년에 달하는 인류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대단히 새로운 이론인 셈이다. 프랑스처럼 왕을 처형한 역사가 없는 영국에서는 왕을 존중하되 그의 권리는 시민들 중에서 나온 실력자들(후기에는 대표자들로 바뀌었다)이 갖는 일종의 타협이 일어났다. 이후 왕은 여전히 국민들 전체를 하나로 모아주는 상징적인 인물로 남게 된다.

 

     그게 무슨 낭비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늘날 극심한 국론 분열로 인해 소비되는 국가 자원들을 생각한다면 어느 쪽이 더 낭비인지는 계산을 한 번 해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국민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존재나 계기가 있다는 것은, 특히 위기나 큰일을 앞두고서는 대단히 필요한 일이니까. 비록 모두가 그가 실권이 없는 연예인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월드컵 하나로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열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영화는 그런 왕도 다른 사람들처럼 약점을 가지고 있음을 정면으로 부각시킨다. 화려한 궁전에서 모두의 박수와 경의를 받으며, 가끔 연설이나 파티에 참석하며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그 상처를 쉽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위치니 딱하다. 당연히 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으로는 불가능했고, 영화 속 라이놀은 이 점을 눈치 채고 왕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왕은 그런 라이놀에게 마음을 열고나서야 자신의 문제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거기서 문제의 해결은 시작되었다. 결국 영화는 단순한 말더듬증을 치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편의 상담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때문에 상담과정에 관한 이해가 있는 관객이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일 것 같다.

 

 

     좋은 가르침은 단순히 기술과 지식만을 잘 전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점에서 만큼은 오늘날 교육과정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이는 가르치는 사람의 자세와 태도 문제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소위 ‘현대적인 교육과정’에는 우선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칠뿐더러 가르침의 내용 또한 철저히 기술적인 것들만 가르치도록 강요되고 있으니까. C. S. 루이스가 말했듯이 ‘우리는 담당 기관은 제거해 놓고선 그 기능만은 계속해서 요구’하는 오류에 빠져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바르게 사는 법 대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며 사는 법만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일탈행위를 하면 놀라는 이유는 뭔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걸까.

 

 

     화려한 볼거리와 충격적인 반전 같은 게 있는 영화는 아니다.(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고 하던데, 원래 아카데미는 이런 데는 좀 보수적이니까) 하지만 가끔 튀어나오는 영국식 유머는 극이 지루해지지 않게 해주었고, 영화에 깔려있는 클래식 배경음악은 극의 무게를 적당히 더해주었다.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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