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2 - 위기로 치닫는 제국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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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역사 시리즈도 벌써 열 두 번째 책을 맞았다. 로마 건국 초부터 시작되었던 이야기도, 벌써 로마가 ‘심각하게’ 흔들리게 되는 시기까지 와 버렸다. 열 두 권이라는 적지 않은 책을 통해, 로마라는 한 공동체가 태어나서부터, 성장하고, 성공하고, 병들어 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된 점에 대해서는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에게 크게 고마워해야 할 부분이다.

 

 

     로마 제국의 멸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려면 자연히 그 원인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자도 이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로마인의 비로마화라는 부분이다. 그 대표적인 표지가 공공의식의 약화. 기병 위주의 야만족의 침입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기병단은 로마군의 기본구조를 바꾸어놓았고, 문관과 무관의 분리정책은 균형 잡힌 인재양성을 방해하고 말았다.(사실 이 시기 제국을 구할 인재라고 할 만한 인물들이 거의 없었던 것 같지만)

 

     공공의식의 약화라는 주제가 나와서 말인데, 어떻게든 로마를 변호하고 싶었던 저자는 이 시기 기독교에 대한 박해마저도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기독교도들이 병역도 공직도 나서지 않고 자기들끼리의 공동체 안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제국 공동체에 저해요소가 되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병역이야 마리우스의 개혁 이래로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 바뀐 지 오래고, 공직 역시 강제로 나가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더구나 저자도 인정하듯이 이 시기 로마인 전체의 공공의식의 약화는 두드러진 것이었다. 굳이 기독교도들만의 특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적 위기를 맞이한 로마의 지배층이 결국 희생양을 찾아낸 것이 기독교도였다고 보는 게 좀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시오노 나나미 역시 그저 심통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국가와 교회의 관계에 있어서 초기 기독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저자의 무지함은 놀라울 정도다. 기독교도들이 처음부터 로마가 망하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은 아니다. 순서상으로 보면 제국이 기독교도들을 희생양으로 삼기 시작하면서부터, 방어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뿐이다. 저자는 다신교를 대단히 포용적인 사고처럼 묘사하지만, 결국 자기들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존재는 괴롭혀도 된다는 식의 사고는 대단히 폭압적인 것이 아닐까.(물론 이 점에 있어서는 훗날 교회가 주류가 되었을 때도 동일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멸망이 가까운 이 시기는 실로 혼란의 시기였다. 수많은 황제들이 세워지고, 죽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을 서술하면서, 저자는 로마가 서서히 어떤 질병에 걸렸고, 어떻게 서서히 죽음에의 길로 나아갔는지를 약간은 씁쓸한 문제로 서술하고 있다. 로마에 푹 빠져버린 저자로서는, 로마가 멸망해 가는 모습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저자의 이 시대의 인물에 대한 애착은 이전에 비해 많이 약해진 느낌이다. 저자가 영웅시 하는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와 같은 인물에 대해 서술할 때 보여주었던 생생함이, 이 시기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인물들이 많이 평면화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뭐 한 권에 십 수 명의 인물을 담으려다보면 개개인에 대해 애정을 갖고 서술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이렇게 제국이 몰락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성자필쇠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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