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페리먼트 - 아웃케이스 없음
폴 쉐어링 감독, 애드리언 브로디 외 출연 / UEK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여자 친구와 함께 인도로 여행을 가기 위해 돈벌이가 될 만한 일을 찾던 중 한 심리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된 트래비스. 광고를 보고 찾아간 그곳에는 이미 소심한 성격의 배리스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2주일 간 실험자를 각각 간수와 죄수로 나누어 감옥 체험을 하면서 심리상태의 변화를 지켜본다는 것이 실험의 내용. 그러나 처음에는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생각했던 실험은 참여자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2. 감상평 。。。。。。。                      

 

     1971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진행되었던 실제 실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영화처럼 실제의 실험도 2주간으로 계획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5일 만에 중단되었다는데, 이 영화의 감독은 그 이유를 실험자 사이의 충돌로 인한 살인으로 설명한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의 영역 싸움을 촬영한 영상과 실험에 참여하기 전 실험 대상자들에게 보여준 인간 세계의 잔인한 분쟁을 녹화한 장면들은 절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인간이나 동물이나 사실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결국 제한된 공간 안에 사람들이 있으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상대를 제압하려고 폭력을 가하게 된다는 것.

 

     사실 오늘날 각종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인간과 짐승이 다를 바가 무엇인가 하는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들만도 하다. 아니,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일들도 얼마나 많은가. 그럼 범죄행위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미 인간사회는 강자가 철저하게 약자를 밟고 누르며 자기의 이익을 위해 ‘합법적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인간 본성의 선하지 못함에 대한 감독의 진단에 심정적 동조가 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동물보다 딱히 더 나을 것이 없다는 식의 결론을 내는 것은 유치한 논리적 비약이다. 작은 유사성 하나만 발견되어도 금새 하나가 다른 하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길 좋아하는 현대의 점술사들과 새의 내장을 통해 전쟁에서 이길지를 미리 점쳤다는 고대 로마의 주술사들이 무엇이 다른가.)

 

 

 

 

     두 얼굴의 사나이를 훌륭하게 연기한 휘태커가 맡은 배리스라는 인물은 자격 없는 이에게 주어진 권력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잘 보여준다. 죄수 역을 맡은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그는 벽에 붙은 경고등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시킨다. 흥미로운 것은 나머지 사람들도 그의 이 빈약한 논리에 설득 당한 척 자신들의 권력을 누리고자 했다는 점이다. 권력의 단맛은 눈앞의 부조리와 모순에도 눈감게 만드는 법.

 

     살아가다보면 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만한 능력도 용력도 인품도 되어 있지 않지만. 줄을 잘 서서, 또는 그저 나이나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그것도 아니라면 대안이 없다고 그 자리에 앉은 그런 사람들. 자리를 유지해야 하니 질서를 강조하고 규정과 원칙을 운운하지만, 사실 질서를 가장 어지럽히는 것은 그들 자신이다. 그런 이들이 쥐고 휘두르는 권력으로 인해 그 공동체 전체의 부조리가 증가하고, 불의가 일반화되는 심각한 피해가 일어나니 말이다.

 

     권력은 달콤하지만 위험하기도 해, 자칫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을 타락시키기도 쉽다.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쉽게 비인간적으로 변하곤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손에 쥐어져 있는 작은 권력을 우리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영화는 좀 덜 완성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럭저럭 훌륭한 감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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