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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1. 요약 。。。。。。。
네 개의 출판사가 모여 전태일을 추모한다. 이 추모는 단순히 그의 일생과 그가 했던 일의 의미를 반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그런 작업은 이미 『전태일 평전』을 통해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지 않은가). 대신 네 개의 출판사들은 각각 그 느낌도, 조명하는 방식도 다른 네 개의 개성 있는 조각을 가져와 하나의 조각보로 만들었다.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갖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며 의미를 찾아내고도 있고,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하기도 하고, 이 시대 노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백과사전식으로 정의하기도 하며, 심지어 만화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전태일 평전을 처음 읽은 것은 고3 때 수능을 치르고 난 뒤 얻은 한 달의 여유시간 동안이었다. 당시 다니고 있던 학원 선생님이 빌려준 몇 권의 책 속에 그 책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당시 읽었던 세 권의 책이 지금까지도 내 주요 관심사로 남아 있다 (나머지 두 권은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이었다). 그 땐 아직 노동이니 인권이니 하는 주제에 대해 눈을 뜨기 이전이었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무엇인가 부당한 일이 일어났다는 느낌 정도만 받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시간이 지나며 머리가 커지면서 이 딱히 영웅적 풍모도 보이지 않는 젊은이가 한 일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일부의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그가 한 일의 의미를 확대, 재생산 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그저 그가 한 일을 되뇌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은가. 과거가 의미가 있는 것은 그 과거의 사건이 오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접근 방식은 나름 의미가 있다. 네 개의 출판사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이 시대에 있어서 노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전태일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고 반향을 일으켜야 하는 지를 흥미롭게 적어내고 있다. 내용은 어렵지 않게 만들려고 한 노력이 엿보일 정도로 쉽고 흥미롭게 읽어나갈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 데 우선 책 전체가 유기적으로 잘 엮였다기 보다는 의식적으로 엮어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예쁘지 않다는 말이다. 주제나 내용의 연속성보다는 각각의 부분들의 독립성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한 권의 책의 네 부분 보단 네 권의 짧은 소책자를 하나로 붙여놓은 듯하다. 여기에 각각의 부분마다 않고 있는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는데, 첫 번째 부분은 전태일이라는 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그가 한 모든 일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두 번째 만화는 주제의식이 부족해 보이고(마지막 등장하는 결론이 좀 뜬금없다), 세 번째 토론은 그저 한풀이 같다는 느낌(그 내용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이 든다. 그나마 네 번째 글이 가장 안정적인 느낌인데 좀 건조하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방향에는 십분 공감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시도를 한 네 출판사의 아이디어도 좋다. 현실의 부조리에 눈을 감지 않는 생각 있는 젊은이들에게 권해줘도 좋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