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회장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는 스폰서 검사(주양)와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범인을 조작해 내는 경찰(최철기). 거기서 거기인 두 사람이 빌딩 건축 입찰권을 따 내려는 서로 다른 두 건설사의 뒤를 봐주게 되면서 얽히기 시작한다. 부당거래가 판치는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음직 한 부패한 권력의 모습이 씁쓸한 웃음과 함께 그려진다.
2. 감상평 。。。。。。。
영화를 예매하고 보러 가는 길 차 안에서 우연히 듣고 있던 라디오 방송에 류승완 감독이 나와 이 영화에 관해 여러 가지를 설명해준다. 이런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나. 뭔가 맞는다 싶었는데, 딱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 치고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감독은 극구 현실의 어떤 사건을 떠올리며 제작한 영화가 아니라고는 하지만,(극본이 먼저 나왔다나. 하지만 극본이야 영화를 제작하면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지 않은가) 관객으로서는 스폰서 검사니, 떡검, 섹검이니 하는 일들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권력자들에 반대하는 소리를 한 마디라도 하면 바로 좌파니 빨갱이니 하는 딱지를 붙이는, 사상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에선 이렇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뭐 류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든 적이 없었으니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 걸지도.
큰 틀은 주양과 최철기 사이의 심리전이지만, 여기에 주양은 주양대로, 최철기는 최철기 대로 각자의 사정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이런저런 스토리들이 잡다하게 얽혀 있다. 나름 친절한 설명을 시도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덕분에 영화의 마지막이 좀처럼 끝날 타이밍을 못 찾고 떠돌다가 흐지부지 사그라져 버렸다. 너무 벌려놔서 뒷심이 딸렸다고나 할까.
청와대 직원이 대포폰을 만들어 정부 산하 직원에게 주고, 공직자들의 비위를 잡아내라는 공직윤리관실은 민간인 뒷조사나 하고, 그래도 검찰은 별다른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꼬리만 자르는 등 날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나라에 살다보니,(사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지경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온갖 부당한 거래들이 꼭 어디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럴 땐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 같은 무대뽀 형사/검사가 등장해 다 때려잡아 넣어버렸으면 좋겠지만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선 그런 작은 환상 속의 만족조차 등장시키지 않는다. 쩝.
어쩌다 보니 2010년을 마무리하며, 한 해를 ‘기록한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든다. 10월 말이라는 시간도 그렇고, 스폰서 검사 사건도 그렇고.. 볼만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