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9 - 현제賢帝의 세기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9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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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네르바 황제가 지명한 다음 황제는 본국 이탈리아 출신이 아니라 속주인 히스파니아(스페인) 출신의 트라야누스였다. 그는 제국의 방위선을 든든히 하기 위해 공세적 전략을 펴고, 두 차례에 걸쳐 도나우 강 북쪽의 다키아 왕국과의 전쟁을 통해 그 영토를 속주로 편입시키고, 유프라테스 강 동쪽의 파르티아와 전면전을 벌이기도 한다.

     트라야누스의 적극 전법으로, 뒤를 이은 하드리아누스는 더 이상 공세적 전략을 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공격을 대외정책으로 채택하지만 않았을 뿐, 또 다른 의미로서의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었던 하드리아누스는 대신 그는 치세의 대부분을 유럽과 아시아를 순행하며 제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재정비하는 데 보낸다. 여기에 엄청난 수와 규모의 공공건축물들까지 건축하는 그는 진정한 정력가였다.

     선대의 두 명의 정력적인 황제의 뒤를 이은 안토니누스는 그야말로 내치에 전념할 수 있었다. ‘피우스(자비로운 사람)’이라고 불렸던 그는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으나, 대신 앞서의 황제들이 해 놓은 일들을 확고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2. 감상평 。。。。。。。

 

     본격적으로 오현제 시대라고 불리는 시기의 황제들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현제(賢帝)’라는 이름이 붙을 것 같으면, 적어도 사람들이 이 시기의 황제들이 ‘선정(善政)’을 폈다고 생각했다는 건데, 책 속에도 등장하듯이 선정이란 무슨 화려한 정책들을 잇달아 펴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시오나 나나미는 ‘정직한 사람이 무참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데(177),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사회의 각 기능과 그 구성원들이 딱히 크게 동요할 만한 일을 일으키지 않고 그저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주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게 하면 되는 것.

     당연히 이럴 경우, 그런 시대에서 사는 사람은 좋겠지만, 후대에 이를 연구하고 서술하려는 사람에게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트라야누스야 두 차례의 큰 전쟁으로 쓸 거리를 남겼다지만, 하드리아누스나 안토니누스 같은 경우는 그저 유지, 보수, 관리를 금과옥조로 여겼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 시기를 빼놓고 대충 넘어갈 수도 없으니 저자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덕분에 이번 책은 가장 평온한, 그래서 오히려 흥밋거리가 적은 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로마인 자체에 대해 쓸 거리가 줄어드니, 자연히 저자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늘 한결같았던 로마 제국에 대한 찬양과 유대인과 기독교인에 대한 비난이 그 타깃이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에 대한 숭배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제는 로마 제국을 전적으로 찬탄해 마지않는 충실한 신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로마야 말로 유토피아라는 식의 서술을 읽고 있다 보면, 은근히 제국주의자(여기선 좀 더 근대적 의미로서의 제국주의를 말한다)로서의 면모가 엿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안전하고, 잘 먹고 살게 되었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식의 결론은 일제의 만행을 정당화하려고 애를 쓰는 극우파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여기에 저자가 로마 멸망의 원흉으로 생각하고 있는 기독교인에 대한 비난이 본격적으로 발동이 걸리고 있으니(4세기 로마에 벽돌이 많이 생산되지 않았다는 언급을 하며 교묘하게 기독교의 대두가 경제의 쇠퇴를 가져왔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빈정대는 식이다, 136-137) 이건 뭐..

     이후에도 이런 경향이 점점 강해진다는 점이 좀 아쉽다. 새로운 교훈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반복의 반복, 그리고 점차 떨어지는 몰입도. 로마의 멸망까지 쓰겠다는 결심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시오노 나나미는 여기까지 쓰고 그만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어지는 10권은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이야기가 아니고 로마의 가도와 사회간접자본에 관한 특별편. 로마인 이야기에서 뭔가를 얻고자 한다면 딱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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